브르르-
"여보세요."

-보스, 지금 UH놈들 거래깨고 난동부리는 중인데.
누가 나의 이 평화로운 시간을 건드리는지. 전화를 끊고는 신경질나게 탁- 소리가 나도록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 앞 이름 석 자 옆에 쓰여있는 ``회장`` 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가죽자켓에 청바지, 워커힐을 신고 있던 그녀는 옆에 있던 검정 볼캡을 쓰고는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하며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 있던 거래장소에 애들 몇명 데리고 집합해.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는 애기들 잘 가르쳐주고 와야지, J."
박지민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지하에 주차되어있던 차에 시동을 걸고는 곧바로 출발했다. 보스가 된 이후로는 거의 항상 박지민이 운전해주는 차만 탔던 나라서 그런지 운전대가 조금 어색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런 사소한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에 전속력으로 달려 거래장소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그곳은 아주 가관이었다. 애초에 거래할 생각 자체가 없었는지 조직원 전체를 다 데려온 듯한 인원수였다. 아직 우리애들이 도착하기 전이어서 UH의 십분의 일도 안되었지만, 누가봐도 이기고 있는건 우리였다. 싸움을 하면 할수록 다치고 쓰러져나가는건 상대조직이었고, 맨 뒤에서 지켜보는 보스같은 놈은 괜히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다. 아직 잘 싸우고있는 우리 조직원들은 곧 도착할 박지민한테 맡겨두기로 하고, 나는 저쪽에서 싸우지는 않고 애꿎은 손톱만 괴롭히며 지켜보고 있는 UH의 보스에게로 다가갔다. 뒤에서 남준오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차피 다른애들은 다 어디있냐는 둥 별 쓸데없는 소리를 할 게 분명해 그냥 무시하고 갔다. 내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주변에 있던 몇몇 조직원들이 상대보스를 감싸듯이 모였다. 그에 나는 픽- 웃으며 말했다.
"너무 경계하는거 아닌가? 니 앞에는 겨우 여자 하난데. 쫄리나봐?"
일부러 더 비꼬는 듯이 말하니 주먹을 콱 움켜쥐고는 소리쳤다.
"ㄱ, 개소리마! 야, 너네 안꺼져? 니들 보호 필요없으니까 나가서 싸우기나 해!"
그 말에 조직원들은 살짝 움찔하더니 상대보스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괜히 조직원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걸 보니 조직원들이 더 불쌍했다.
"너희도 참 불쌍하다. 어쩌다 이런 조직에 들어와서는... 아까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총을 들어 상대보스의 머리를 조준했고, 그 순간 총성과 함께 나의 팔을 잡아당긴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내 옆으로 총알 하나가 빠르게 비켜가 상대보스를 감쌌던 조직원 중 한명의 복부에 맞았다. 나는 얼굴을 들어 이 품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했다.

"조심해."
그 품의 주인은 박지민이었고 박지민의 품에서 나와 고맙다는 인사를 채 하기도 전에 남준오빠가 와서는 내게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게 내가 가지 말라고 했잖아. 혼자는 위험하다고. 못들었어?"
"난 또 뭐 오빠가 부르길래 또 쓸데없는 소리나 하겠지 했지."
"너 말 다했냐?"
나는 빠르게 박지민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남준오빠에게는 혀를 살짝 내밀어 메롱을 날려주고 달려드는 UH조직원들을 상대해줬다. 아무리 여자라지만 나름 조직의 보스이니만큼 싸움을 제일 잘한다고 볼 수 있는 나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힐을 신은 발로 명치를 차주니 넘어져서는 힘겹게 콜록대는 상대조직원에 조소를 흘리며 지켜봤다.
그때 뒤에서 나의 손목을 붙잡아오는 녀석에 내가 잠깐 당황하자 옆에서 싸우고있던 박지민이 달려와서는 그 상대조직원을 기절시켜버렸다. 아무리 싸움을 잘하더라도 남자보다 힘이 딸릴 수 밖에는 없어서 박지민이 자주 주의를 준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실수를 해버리니 잔소리를 해대는 박지민이었다. 지가 무슨 우리 엄마야, 뭐야.

"너 내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힘이 약하니까 잡히면 끝장이라고 했지. 뒤지기 싫으면 정신차려라."
"당황해서 그래. 손이 잡히면 발을 쓰면 되니까 별 문제 없어."
박지민의 잔소리에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는 아무문제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하였다. 아무리 주의를 줘도 전혀 듣지 않는 나에 박지민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더니 한손으로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내가 조직의 보스가 된 이후 답답하거나 누군가가 걱정될 때 마다 머리를 쓸어넘기는 습관이 생겨 가끔씩 이렇게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답답한건가.
"너 다치고도 그런소리 나오나보자. 발이 있으면 뭐해, 당황하면 끝인데."
"그럼 또 니가 구해주던가."
어느정도 정리된 듯한 상대조직의 모습에 나는 차로 돌아가면서 말하였다. 얼굴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좋은 웃음에 고개를 숙여 살짝 웃어보이고는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올라탔다. 앉아서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고는 눈을 감고 쉬고 있으니 울리는 전화벨소리였다.
``V``
"여보세요."

-UH보스는 어쩔까, 보스.
태형이의 말에 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다른애들은 그냥 살아있는 채로 두고와. 불쌍하잖아. 그리고 보스는 뭘 어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