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이기 전에 친구잖아, 우리.

4. 슬픔의 이유는 아파도 아픔이 아니야.






_슬픔의 이유는 아파도 아픔이 아니야










w.언향












치료가 끝나고 다시 윤기오빠의 병실로 돌아갔다. 아무런 미동없이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는 윤기오빠를 보니 가슴 한 켠이 아렸다. 보면 볼수록 답답해지는 가슴에 병실 문을 박차고 나가 1층으로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까맣게 낀 먹구름과 언제 내리기 시작한 것인지 세차게 내리는 비가 나를 이끄는 느낌에 우산도 쓰지 않고 초점없는 눈동자로 빗속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목적지도 없이 발이 이끄는 대로 빗속을 하염없이 걸었다.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한 골목에 들어와 있었고 무작정 걷고만 있던 나는 당당하게 교복을 입고 무리지어 담배피고 있던 학생들 중 한명과 부딪히게 되었다. 내가 그냥 지나치려고 하자 부딪힌 학생은 시야를 방해하던 우산을 치우고는 내 오른쪽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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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발. 저기요, 부딪히셨으면 사과를 하고 가셔야죠."







"죄송합니다."









담배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에 대충 고개를 까딱하여 사과를 했다. 그런 나를 보더니 그 학생은 듣도 보도 못한 욕을 지껄이고는 잡은 내 손목을 더 꽉 쥐더니 말했다.









"사과 한번 존X 성의없게 하네. 나 여자라고 안봐줘요."









나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과 함께 점점 세게 조여오는 손목에 인상을 팍 찌푸리고는 말했다.









"그만 이거 놓지. 나 지금 기분 별론데."







"이 여자가 진짜!"









그 남자가 나를 때리기 위해 오른손을 번쩍 드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살펴보자 얼굴을 굳힌 채 매섭게 그를 노려보는 박지민이 보였다. 그는 힘을 주어 팔을 풀어보려 하지만 놓아주지 않는 박지민에 욕짓거리를 내뱉고는 돌아섰다. 박지민은 멀어져가는 그들을 바라보다 이내 나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표정을 풀고 앞머리를 쓸어넘기더니 우산을 내 머리위로 씌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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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뭐해. 우산도 안 쓰고."









나는 지민이를 보자 갑자기 울컥 쏟아져 나오는 눈물에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갔다. 내가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울고 있으니 지민이는 우산을 손에서 떨어뜨려 내려놓고는 그 손으로 내 등을 감쌌다. 그의 따뜻한 손길에 더욱 더 눈물이 났다. 한참을 그렇게 안겨서 울고 있다가 조금 멎어지는 눈물에 그의 품 안에서 웅얼거리듯이 말하였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윤기오빠가 다친거야..."










내가 말하자 지민이는 내 등을 토닥여주면서 달래는 투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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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형이 다친 건 너 때문이 아니야. 그러니까 자책하지마."









그 말에 또다시 울컥한 나는 조금 더 그의 품에 안겨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얼른 씻고 자. 비 맞아서 감기걸리겠다.  -지민









지민이가 태워다준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해 현관에 들어오니 타이밍 맞게 도착한 지민이의 문자에 살풋 웃음을 짓고는 씻으러 들어갔다. 피곤한 몸을 풀기 위해 오랫만에 반신욕을 하기로 하고는 물을 받고 입욕제를 살짝 풀었다. 그리고는 욕조에 누워 눈을 살짝 감았다. 조금 누워있다가 나와 몸을 헹구었다. 씻는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윤기오빠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윤기오빠에 혹시나 눈을 감으면 안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눈을 꼭 감아보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윤기오빠는 보였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다 갑자기 핑 도는 머리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삐끗한건지 아려오는 발목에 빠르게 씻고 나와 침대에 앉았다. 침대 옆에 있던 구급상자를 열어 그 안에 있던 파스를 대충 붙이고 머리도 다 말리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그대로 나는 잠에 들었다.









**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욱신거리는 발목에 밑을 내려다보니 발목은 어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부어있었고 지끈거리는 머리에 체온계를 찾아 재어보니 열은 39도. 오늘은 집에서 쉴까 생각도 해봤지만 어제 있었던 일들에 처리해야 할 서류가 쌓여있음을 인지함과 함께 회사 안 병원에 누워있는 윤기오빠가 생각나 미간을 좁힌 채 일어났다.발목이 저릿했지만 밀려오는 짜증과 귀찮음에 그냥 내버려두고 절뚝거리며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갈 준비를 다하고 현관 앞에 서서 신발을 고민하다 도저히 구두는 신을 수가 없어서 운동화를 꺼내신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 보이는 박지민의 차에 절뚝거리던 발을 숨기고 제대로 걸어서 차 쪽으로 걸어갔다. 나를 발견한 박지민은 밖으로 나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차에 탔다. 그 길로 우리는 회사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조직원들의 인사를 받아주고 윤기오빠의 병실에 가서 침대 옆 의자에 앉을 때까지 아픈 발목을 참고 숨기며 똑바로 걸었다. 계속 내 뒤를 따라오는 박지민에 의자에 앉은 후 박지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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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걸렸어? 발목은 또 왜그래."







"...그냥 조금 열이 나나봐. 발목은 어제 씻다가 넘어져서 그래."









그래도 역시 박지민의 눈은 속일 수가 없는 건가. 걱정이 가득 담긴 박지민의 표정에 괜찮다는 듯 살짝 웃어보이고는 윤기오빠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박지민은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는 병실을 나갔다. 얼마나 윤기오빠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석진오빠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 발목을 슬쩍 보고 이마도 짚어보고 오른쪽 소매를 슬쩍 들어보더니 피에 흥건히 젖어있는 팔을 보고는 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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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는 곧 깨어날꺼야. 지금은 일단 너부터 좀 챙겨. 지민이가 걱정 많이 하더라, 너 좀 치료해 주라고. 너 그러다 몸 다 망가져."









내가 고집을 부린다고 나를 놓아줄 석진오빠가 아님을 내가 더 잘 알기에, 군말없이 석진오빠를 따라갔다. 그러다 순간 눈앞이 핑 돌더니 나는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