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제발, 난 도망치지 못 해.
w.언향
눈 앞에 펼쳐진 거지같은 광경은 이성을 놓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새하얘진 머릿속과 흔들리는 동공으로 뛰어가려 하자 옆에서 박지민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고개를 돌려 박지민을 바라보자 한껏 찡그린 미간에 연신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꽉 붙든 손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나의 손목을 잡은 박지민의 손을 다시 고쳐잡고는 눈 앞의 현실을 바라봤다.

"...누나."
얼마나 맞은건지 갈라진 목소리와 피투성이인 온몸에 이마에서는 피가 새어나오고 입술은 찢어져 있었다. 다리에는 총을 맞은 것인지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고 그로인해 묶여있는 손목으로만 매달려 축 처진 정국이의 모습이 나도 지민이도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지민이의 손을 놓고 그 상황 속에서 가장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던 그에게로 갔다. 정국이의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각목을 들고있던 그의 모습은 정말 개만도 못한 쓰레기였다.
"너 예전부터 쓰레기인 건 알았지만 진짜 좆만도 못한 더러운새끼구나?"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꽉 쥐고는 포커페이스를 한 채 그에게 비아냥거렸다. 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각목을 탁 치며 지탱해 일어나더니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와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러운 면상 치우지."
그러자 그는 내 귓가로 입을 가져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역겨운 미소와 함께.
"겨우 둘이서 왔으면 곱게 쳐 죽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덤벼오는 상대 조직원들에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막고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아직 우리 애들이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텐데. 애들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싸움을 안하길 바랬지만 생각보다 빨리 시작한 싸움에 최대한 시간이라도 끌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싸웠다.
그래도 역시나 둘이서 이 많은 조직원들을 상대하기는 무리였는지, 나도 박지민도 체력이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때마침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 조직원들이 들어왔다. 하지만 조직원들은 평소 자신들에게 가족처럼 대해주던 정국의 모습을 보자 이성을 잃은건지 무리하다 하나둘씩 나가 떨어졌고 간부들도 충격을 금치 못한 건지 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 나는 모두에게 소리쳤다.
"다들 정신 안차려? 이대로 전정국 죽게 만들 거야?!"
나의 외침에 조직원들은 잠시 주춤하는 듯 싶더니 다시 사기를 되찾고 싸움을 계속 진행했다. 나는 윤기오빠에게 보스를 맡아달라는 눈짓을 보내고 정국이에게로 갔다. 가까이서 보니 정국이의 모습은 더 가관이었다. 말라붙어있는 핏자국이 내 마음까지도 후벼판 것처럼 따끔거렸다. 나오려는 눈물에 앞이 흐려져 대충 눈을 비비고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정국이의 손목을 붙잡고있던 수갑에 쏴 정국이를 풀어주고 부축했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것인지 일어서지 못하는 정국이에 정국이의 다리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가려다 뒤에서 쏜 총을 다리에 맞고 주저앉아 버렸다.
"으윽.."
나에게 총을 쏜 건 다름아닌 빅히트의 보스였고 그 옆에는 복부를 붙잡고 쓰러져있는 윤기오빠가 있었다. 젠장, 윤기오빠에게 부탁하는게 아니었는데. 아직 몸을 다 회복하지도 못했을텐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천천히 나에게로 총을 겨냥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을 텐데, 불쌍해."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정국이는 작은 힘조차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나를 감싸며 말했다.

"어서 도망가요. 그냥 나 버리고 어서 가요. 어차피 난 틀렸어. 누나만이라도 도망쳐요. 여기는 형들이 알아서 처리할꺼야. 그러니까 누나 제발 도망가요..."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꾸역꾸역 한다는 말이 저런 말이라는 게 너무 화나고 속상했다. 대체 내가 저를 버리고 어떻게 가라는 건지. 어차피 나도 다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나는 절대 혼자 도망가지 않을 거라는 각오를 다지고 확고하게 말했다.
"안 가. 절대."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려 정국이를 붙들고 몸을 일으키자 "탕-" 하는 큰 총성과 함께 정국이가 나를 감싸고 넘어졌다. 정국이의 등에서는 새빨간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저...정국아."
그러자 그 소리를 듣고서 남준오빠랑 호석오빠가 우리와 그의 사이를 가로막고서 그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준오빠는 우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지민이에게 소리쳤다.

"빨리 JIN이랑 같이 보스랑 JK데리고 회사로 돌아가, J!"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민이와 석진오빠는 우리쪽으로 왔고 정국이는 석진오빠에게 업혀 곧바로 차로 뛰어갔고 나는 지민이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나를 잡아끄는 지민이를 제지한 뒤 총을 들어 그에게로 조준했다. 가까이에 있던 남준오빠와 호석오빠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동안 했던 모든 연습을 다시 기억해 내 집중을 가했다.
탕-
총성과 함께 그는 나가떨어졌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