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이기 전에 친구잖아, 우리.

9. 다시 깨어나








_다시 깨어나











w.언향











온통 새까맣다. 주위는 어두컴컴하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눈을 감은 듯한 느낌이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호석오빠가 보였다. 그리고 남준오빠, 김태형, 석진오빠, 마지막으로 지민이까지. 누군가 없는 것 같은데. 누굴까. 빈자리가 있어보인다. 한 명? 아니, 두 명. 누구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깨질 것 같다. 아, 윤기오빠. 그러자 윤기오빠가 나타났다. 아니야, 한 명 더. 아직 부족해. 저건 누구지. 저 멀리 바닥에 누워있는... 가서 봐야겠다. 내가 걸어가자 모두가 길을 터 주었다.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저건... 정국이? 그래, 정국이다.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턱- 하니 잡는다. 그리고는 모두의 목소리가 울렸다. 너 때문이야. 모든 건 다 너 때문이야. 무섭다. 하지마. 나를 놓아줘. 몸부림을 치다 결국 풀려났다. 달렸다. 계속 달렸다. 이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더 이상의 기억도 없다.







갑자기 번쩍 뜨여진 눈에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실이었다. 팔에는 링거가 꼽혀있고, 열려있는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커튼은 흩날린다. 이상하리만큼 부쩍 길어진 머리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고 멀쩡한 몸에 링거를 뽑고 침대 밑에 놓여있던 슬리퍼를 신고 병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벽을 짚으며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개미 한마리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복도를 걸어갔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곳에 다다라 오름버튼을 눌렀다. 띵-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왔고 맨 꼭대기층을 눌렀다. 빠르게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순식간에 꼭대기층에 도착했고 층에 하나밖에 없는 방에 들어갔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책상이 그동안 누군가의 손길이 오간 듯 했다. 오랫동안 오지 못한 듯한 느낌이 이곳을 낯설게 만들었다. 갑자기 벌컥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문쪽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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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지민이는 내 이름을 한 번 내뱉고 잠시 멍을 때리더니 그대로 나에게 다가와서 내 머리를 품에 넣고 껴안았다. 나는 잠시동안 가만히 안겨있다가 그대로 마주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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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괜찮은거야? 너 계속 안깨어나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 멀쩡해, 지민아."










나를 껴안은 채 놓지 못하는 지민이에 지민이를 살짝 밀어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 얼마나 누워있던 거야? 다른 오빠들이랑 애들은?"










그러자 지민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한 6개월 정도? 6개월 동안 청소부아주머니가 특별히 신경써서 여기 청소해주셨어. 그리고 아마 다들 훈련장에 있을꺼야. 너 누워있는 동안 다들 아무활동없이 훈련만 해서."










지민이의 얘기가 끝나고 우리는 같이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는 많은 조직원들이 있었다. 훈련장 밖에서 유리로 된 문을 통해 훈련하는 조직원들을 잠시 지켜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모든 시선은 나에게로 집중되었고 조직원들을 가르치던 간부들, 즉, 오빠들과 김태형까지도 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조직원들은 웅성웅성대더니 곧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오빠들과 김태형은 내 쪽으로 달려왔다. 윤기오빠는 달려와서 나를 꼭 껴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놓아준 윤기오빠에 석진오빠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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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검사부터 하자. 너 오랫동안 누워있었으니까."









다같이 의무실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멀쩡했고 우리는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가가 뭔가 허전한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니 정국이가 없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모두에게 물어봤다.










"근데 정국이는?"










다들 아무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점점 내 얼굴이 울상이 되어가자 남준오빠가 급하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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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깨어났어, 정국이."










나의 생각과는 달랐던 그의 말에 아주 조금 안심이 되었던 나는 모두와 함께 정국이의 병실로 갔다.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가만히 정국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처가 다 아문 깨끗한 얼굴이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정국이 몸 상태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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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다 회복했는데, 깨어나지를 못하고 있어. 이제는 정국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어."










석진오빠의 말을 듣고도 그냥 묵묵히 앉아있었다. 아픈 곳은 없으니까. 일어나겠지. 정국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거면 됐어.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쌓인 업무가 널렸을 테니까. 뒤를 돌아 모두를 바라보고 외쳤다.










"자, 다시 달려야지? 조직계 최고의 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