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는 아니였어. 귀여웠거든.”
“뭐라는거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내가 어떻게 진정시켰는데..
“왜? 난 진심인ㄷ...”
“소연이 좋아하는 애가 왜 이래?”
내가 먼저 선을 그었다.
헷갈리지 않도록.
선을 넘어 가지 않도록..
선을 넘어 오지 않도록..
“…”
김태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 뒤로 우리 둘 사이에 말은 오가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김태형이 말을 걸어왔다.
“배 안 고파?”
김태형을 쳐다봤다.
“아니.. 뭐.. 나랑 같이 저녁 먹자고. 혼자 먹기 싫거든.”
“그래. 먹어줄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
주변에 있는 냉면집에 들어갔다.
“뭐 먹을 거야?”
“나는 물냉"
물냉이라고 말을 한 뒤 물을 마시는 여주였다.
벨을 누르자 우리 쪽으로 걸어온 알바생 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저 여기 물냉 하나 비냉 하나요"
“물냉 하나 비냉 하나 맞으시죠?”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알바생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여주를 보자 인상을 쓰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여주의 미간을 꾸욱 눌렀다. 여주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지게.”
이렇게 말하려던게 아니었다. 이쁜 얼굴이 못생겨지게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말하지 못했다.
여주는 핸드폰을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너는 잘생긴 줄 아니?”
“왜? 나 정도면 잘생긴 거 아니야?”
꽃받침을 하며 말했다.
“그래 잘~생겼다! 잘생겼어.”
비꼬는 말인 걸 알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카톡-!’
그때 울리는 카톡소리에 자연스럽게 여주의 핸드폰으로 눈이 갔다. 그리곤 빠르게 내용을 읽었다.
[우리 다시 한번 잘 해보면 안돼? 너 나 좋아하잖아.]
‘카톡-!’
또 다시 울리는 카톡.
[너 때문에 내가..!]
이번 거는 다른 사람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여주는 또 다시 인상을 쓰며 핸드폰 화면 아니 전원을 껐다.
“오올~ 인기 많은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좀. 근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안 좋아한다.”
내 말을 받아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를 안 좋아한다니.. 장난으로 한 말 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진심이면.. 마음이 복잡해졌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장난이야 장난~”
“누가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그래?”
장난이라고 말하는 여주의 말과는 달리 눈빛은 씁쓸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물냉 하나 비냉 하나 나왔습니다~“
.
.
.
나는 냉면을 먹는 동안 여주애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
“혼자 가도 되는데.”
“어두운데?”
걱정 되었다. 혹시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할까봐.
“어두운데 한두번 가본 것도 아니고.”
“그래도 데려다줄게.”
계속해서 데려다 준다고 말하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알아서 하라는 여주였다.
‘너 둘중 한명만 선택해. 간보지 말고.’
‘너 백소연 좋아한다면서. 한여주한테 오해 받을 만한 행동 하지 말라고.’
‘알아 들었지. 너 백소연한테나 집중해.’
‘내가 한여주 좋아하니까.’
그때 머릿속에 지나가는 민윤기의 말이었다. 민윤기 덕분에 내가 여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소연이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즉, 둘다 좋아한다는 것이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아까부터.”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는 여주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어? 여주야!”
여주의 이름을 부르며 저 멀리서 뛰어오는 한 남자.
“아 안녕하세요.”
여주는 고개를 숙이며 그 남자에게 인사했다. 그 남자는 김석진 선배였다.
“아팠다며?”
“그때가 언젠데.. 좀 서운해요 선배?”
“아하하하”
언제 저렇게 친해졌는지 둘이 웃고 떠들었다.
“뭐야 언제 친해졌냐.”
내 말에 둘다 나를 쳐다봤다.
질투가 났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랑 소문이 안 좋은 선배랑 사귀는 것이 얼마나 화가 나던지..
“어! 여주 남친?”
여주 남친이라고 말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여주가 아직 저 선배한테 나와의 관계를 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친은 무슨..”
옆에서 작게 말하는 여주의 말이 들렸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저 선배의 전화였다.
“오빠!!! 언제와!! 내 아이스크림!! 빨랑 튀어와!!!”
“저게 오빠한테! 간다 가!”
“그럼 나 먼저 간다~”
선배는 그대로 뛰어갔다.
“뭐냐.”
내가 일진이라고 말도 해줬고 처음 봤을 때도 도와줬는데.. 내 말을 무시하고 저 선배와 친해졌다.
“뭐긴 뭐야 선배지.”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걸 한여주도 알 것이다.
“그거 말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저 선배랑 친해졌냐고.”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남친도 아니면서 이러는 건 좀 그런가 싶으면서도 남친이 아닌 친구로서는 괜찮다고 나 혼자 정당화했다.
“내 남친도 아니면서 너가 무슨 상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