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결말은?

#18화

“여주 안녕!”

해맑게 인사하는 백소연.

“어 안ㄴ...”

“태형이도 안녕!”

내 말을 무시하고 바로 김태형에게 인사를 하는 백소연이었다.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자리로 걸어갔다.

“하이.”

그리고 핸드폰을 하고 있는 민윤기에게 인사를 했다. 민윤기는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

“.....”

내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민윤기였다. 뻘줌한 마음에 앞을 보려고 했는데 민윤기가 말을 걸어왔다.

“너 울었냐?”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당황스럽다고 해야 하나..?

“ㅁ..뭐라는거야.”

대충 얼버무렸다.

“아님 말고.”

다시 핸드폰을 하기 시작한 민윤기에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뭐야? 여주 울었어? 목소리가 쉬었어..”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백소연이었다. 정말 얘는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안 울었어.”

딱딱하게 말했다.

“그럼 어디 아파?”

“…”

백소연의 질문에 백소연을 빤히 쳐다봤다. 정말이지 대답을 안 해주면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부을 것만 같았다.

“안 아파.”

“뭐야 너 아프다며.”

눈치가 없는 건 김태형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여주 아파? 어디가 아픈데??”

나를 걱정하는 듯한 백소연지 정말 싫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내 마음에서는 백소연을 싫어하고 있으니까.

“안 아프다고.”

아까보다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너가 아까..!”

김태형이 다시 말하려 하자 김태형을 째려봤다. 그러자 아무말도 하지 않는 김태형이었다.

“... 여주야 진짜 아프면 나한테 꼭! 말해야 해!”

“응.”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는 백소연에게 이러는 내가 참 한심하다.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하기에 나에게 화내는게 아닌 화낼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화풀이를 하는 나였다.
그 뒤로 우리 네명에서 같이 대화하는 소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직 김태형과 백소연이 떠드는 소리만 들릴 뿐..

.
.
.

수업시간 쉬는시간에도 계속 엎드려 있는 나를 자는 줄 알았던 세명이 나를 제외하고 급실에 갔다.

“여주~!”

엎드려 있는 나를 손으로 흔들며 부르는 지윤에 고개를 들었다.

“…”

지윤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반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더욱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린 건지도 모른다.

“왜 울어..?”

지윤이의 질문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 학교를 오고 나서부터 있었던 일들을 쭉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지윤이도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가 왜 울어..”

살짝 어이가 없으면서 웃겼다. 그리고 고마웠다.

“아니.. 내가 만약에 정국이랑 그런다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너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슬퍼서..”

지윤이는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세수하러 가자. 눈 붇는다.”

훌쩍이면서 눈 붇는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지윤이 웃겨서 피식 웃었다.

“어어? 웃지 마라?”

“너 코맹맹이 소리나.”

“너도 똑같거든! 빨리 가자.”

지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나도 따라서 일어났다.

.
.
.

세수를 하고 나니 급식을 먹기에 애매한 시간이 되어 매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주야 안녕~”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석진선배가 해실해실 웃으며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

지윤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옆에는 누구?”

“아.. 제 친구에요.”

“그래?”

석진 선배가 나와 지윤이를 번갈아가면서 보았다.

“너네 울었냐? 누가 울렸냐?”

“안 울었거든요?”

지윤이와 나는 동시에 대답했다.

“웃기는 애들이네.. 아무튼 어제는 사촌 동생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갔는데..”

미안하다는 듯 쳐다보는 석진선배였다.

“사촌 동생? 누군데요?”

지윤이가 물어봤다.

“있어. 그 쌍둥이 녀석들.. 내가 그 둘한테 돈을 얼마나!”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 듯 보였다.

“아 누군데요~!”

이지윤 얘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걸까 잠시 생각을 해보니 친화력이 좋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름 말해도 모를걸?”

“그럼 사진 보여주세요!”

내가 말했다. 궁금했으니까.
석진 선배는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켜서 쌍둥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남자는 전정국. 여자는 전소미.”

“와.. 어떻게 이런 인연이..”

머리가 멈춘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선배 저 이 사진 보내줘요.”

지윤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어떻게..”

당황한 석진 선배였다.

“전번 교환하고 이 사진 보내줘요. 소장해야 된단 말이에요!”

지윤이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전화번호를 교환한 둘이었다.

“아 여주도 전번좀 줄래?”

나에게 핸드폰을 들이미는 석진선배였다. 핸드폰을 받아들어 내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근데 왜 보내 달라고 그거는 건데?”

“정국이가 제 미래의 남친이니까요!”

“설마 스토커..?”

“뭐래.. 썸남이요 썸남!”

내가 전화번호를 누르는 사이 둘은 서로 장난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아무래도 친화력이 좋을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이름을 알 필요가 없나보다.

***

급식을 다 먹은 태형이 외3명은 매점을 가는 길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태형이와 소윤 같이 가고 있었고 
지민이와 윤기는 게임 얘기를 하며 두명을 뒤따라 가고 있었다.
태형은 소연이를 보며 대화를 하다 앞을 보니 석진, 여주, 지윤이 활짝 웃으며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물론 태형이의 눈에는 석진과 여주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

태형이 앞으로 가지 않고 가만히 있자 태형의 등과 부딪힌 윤기가 짜증을 내며 앞을 봤다. 윤기도 역시 여주와 석진이 대화를 하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민이는 옆에서 분위기 파악을 하다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소연이는 고개를 돌려 태형, 윤기를 본 뒤 마지막으로 지민이를 보았다. 여주를 쳐다보고 있는 태형 윤기와는 달리 핸드폰을 보고 있는 지민이를 보며 소연은 안심을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여주도 전번좀 줄래?”

석진이 여주에게 핸드폰을 들이미는 것을 보았고 아무렇지 않게 전화번호를 찍어주는 여주를 보고는 인상을 쓰는 태형과 윤기.
아마 지금 태형이는 여주에게 걸어가 뭐하는 것이냐며 말리고 싶었겠지만 여주와 민윤기가 한 말이 떠올라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

“너 여기서 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