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그렇게는 못 하겠다. 나도 한여주를 좋아해서.”
“…”
민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어서 말했다.
“물론 백소연도 좋아하고.”
민윤기의 손은 부들부들 떨려왔다. 화가 많이 난 듯이.
“그럼 둘 다 좋아한다는 거잖아.”
민윤기가 말했다.
“어. 둘 다 좋아해. 백소연을 보면 백소연이 좋아 미칠 것 같고 한여주를 보면 한여주가 좋아 미칠 것 같아.”
순식간이었다. 민윤기가 나를 밀어 벽에 부딪힌 것은.
“다시 한 번 지꺼려봐.”
“둘 다 미칠 것 같이 좋아한다고.”
‘쾅-!’
내 말 한마디에 민윤기의 손이 날라와 내 얼굴이 아닌 벽을 때렸다.
“시X.”
민윤기는 화난 듯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며 욕을 했다. 그리곤 뒤를 돌아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마 교실로 갔을 것이다.
***
매점에서 나왔더니 민윤기는 없었고 태형이만 서있었다.
“태형아!”
한여주와 태형이 싸운건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눈치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태형이에게 뛰어갔다. 이렇게 하면 지민이가 나를 봐주지 않을까 해서.
“여기서 뭐해? 빨리 가자!”
“어. 그래.”
민윤기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은 딱딱해진 태형이의 말투였다. 태형이 나의 걸음걸이를 맞춰서 걸어주었다.
뒤를 돌아 보니 가만히 서서 나를 쳐다보는 한여주와 이지윤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지민이가 보였다.
“뒤에 뭐 있어?”
계속 뒤를 돌아보는 나에게 질문을 하는 태형이었다.
“아.. 아무것도!”
원래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오는 태형이와는 달리 아무말도 하지 않는 태형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민이가 내 뒤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해실해실 웃었다.
태형이 나와 한여주를 좋아하는 것을 안다. 이 사실을 모르면 정말 눈치가 없는거다. 아무튼 지민이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한여주가 김태형을 좋아하는 것을 알지만 나는 이제부터 복격적으로 김태형을 꼬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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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산으로~ 바다로~ 흘러흘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