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결말은?

#21화

석진선배가 사준 먹을거를 품 안에 꼭 안고 김태형과 백소연의 뒤를 따라 반으로 향했다. 물론 지윤이와 박지민도 함께.
반으로 들어가자 핸드폰을 하고 있는 민윤기가 보였다.

“왜 너 먼저 갔냐?”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어봤다. 그러자 나를 쳐다보는 민윤기였다.

“먼저 오면 안 되냐?”

“당연한거 아니야?”

민윤기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 뭐야! 윤기 너 손 다쳤어??”

같이 웃던 지윤이 말했다. 그럼 민윤기는 급하게 오른쪽 손을 주머니에 넣으려고 했고 나는 빠르게 손을 뻗어 민윤기의 손을 잡았다.

“어쩌다가 다쳤어?”

내 말에 민윤기는 누군가를 쳐다봤다. 민윤기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김태형과 백소연이 있었다.
민윤기와 눈이 마주친 김태형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백소연에게 말을 걸었다.

“뭐.. 누구 때문에. 심각한 건 아니니까.”

라고 말하며 핸드폰을 계속하는 민윤기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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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났다. 정확히는 종례까지. 이번주 청소당번은 나와 민윤기, 김태형이었다.
백소연은 복도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셋밖에 없는 반은 묘한 분위기만 흘러 불편했다.

“한여주우!”

문을 열며 들어오는 박지민과 지윤에 불편함은 사라졌다.

“언제 끝나?”

“끝남.”

박지민의 질문에 민윤기가 대신 답을 해줬다. 가방을 매고 있을 때 김태형이 문을 열자 백소연이 김태형에게 달라 붙었다.

“있잖아.. 누가 나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데려다주면 안될까?”

라고 말하는 백소연이었고 김태형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일방적으로 화를 내긴 했지만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 데려다줄게.”

“…”

김태형은 백소연을 좋아했고 좋아한다. 그러니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건 당연한 것이다.

‘드르륵-‘

뒷문이 열렸다.

“여주야!”

석진 선배였다. 석진 선배의 목소리가 들리자 순식간에 정색을 하는 김태형이었다.

“다행이 여기 있었네? 나랑 같이 집에 가자.”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리며 말하는 석진 선배.

“좋아요.”

김태형을 슬쩍 쳐다보자 김태형의 얼굴을 더욱더 어두워졌다.

“저도 가요!”

“뭐야 나도!”

지윤이와 박지민도 같이 가자며 말했고 석진 선배는 흔쾌히 좋다고 말했다.

“나는 그냥 간다.”

민윤기는 뒷문을 통해 먼저 교실을 나가버렸다.
김태형은 나랑 석진 선배와 단 둘이 가는게 아니라서 다행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

한여주와 같이 간다는 지민에 순간 불안해졌다. 지민이 한여주나 이지윤을 좋아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너는 왜 우리랑 같이 가냐?”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듯 이지윤이 지민이에게 물어봤다.

“나? 여자친구 볼려고.”

지민이의 말이 나의 머리를 때린 것 같았다. 여자친구라니..

“헐.. 뭐임 아직도 안 헤어졌냐?”

“너는 정말 너무하네..”

지민이 이지윤에게 말했다.

“누군지도 안 알려줬잖아.”

이번엔 한여주가 말했다.

“소연아 안가?”

태형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어쩔 수 없이 교실을 나왔다. 지민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은 한여주에게 너무 화가났다. 한번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친구라면 알려줘야 되는거 아닌가?
이쯤 되니 한여주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로인해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태형이와 사귀는 것으로 한여주에게 복수할 것이다.
나는 아무 잘못 없다. 잘못은 나를 비참하게 만든,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은 한여주에게 있는 것이다.
내가 쓰레기인건 잘 알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지민이와 사귀지 못한 이유를 한여주에게 덮어씌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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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민이는요.. 여자친구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