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난 싹 다 죽여 예의없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유명 아이돌 랩퍼의 가사. 마치 여주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꽤나 여주의 마음에 드는 노래였다지.
버스에 작은 머리를 기댄 채 버스의 울렁거림을 느끼며 살짝씩 머리를 창문에 콩콩 박고 있었을까.
자신의 얼굴 앞으로 훅 들어와 창문과 부딪히는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감싸 막는 사람이 있었다.
딱 봐도 여자 손은 아니고…… 나한테 이런 짓을 할 남자라 하면…
“박지민?”
눈을 감고 버스 창문으로 살살 들어오던 바람을 느끼던 여주는 눈을 뜨곤 자신의 머리를 감싼 손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당연히 지민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 손은,

“…박지민 아닌데.”
호석의 손이였다.

{소시오패스가 악녀로 빙의했을때}
-미안하단 말도
“…아, 선배.”
“……”
거슬리네, 진짜.
여주가 옛날처럼 오빠가 아닌 딱딱한 선배라 부를 때마다 마음이 콕콕 찔리는 느낌이였다.
옛날에는 이걸 바라왔는데, 요즘은 왜 이러는건지.
본인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호석이였다.
반면, 여주는 아침부터 자연스럽게 얼굴이 구겨지는 일이 생겼다. 보기 싫었던 호석과의 만남, 심지어 자꾸만 의도없이 베푸는 호의.
여주는 그런 것들을 믿지 않는 편이였다. 호의가 계속되면 결국 자기도 그것이 권리인 양 착각할테니.
호석의 손을 꽤나 신경질적으로 쳐낸 여주에 가만히 허공에 안쓰럽게 떠 있는 자신의 손을 쳐다보다 말아쥐었다. 이내 다시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여주에 호석의 말을 가만히 듣는 척하다 자신의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을 오른손으로 톡톡 치며 말을 했다.
“이어폰 꽂고있어서 안 들리는데요.”
“아..”
이번에는 꽤나 빈정이 상했는지 오랫동안 이어진 침묵에 이제쯤 포기하겠지 생각한 것이 오산이였다.
호석이 여주의 오른쪽 이어폰을 잡아서 빼버린 채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댄스부.”
“네?”
고작 댄스부_ 라는 한 단어만 말하는 호석이 빠진 이어폰과 가까이 다가온 호석에 자연스레 얼굴을 찌푸린 여주는 다시 되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댄스부, 나가지 말라고.”
30
드르륵_ 탁.
깔끔하게 문이 여닫히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여주를 보며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
뭐냐는 표정으로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곤 가방을 책상에 내려둔 채 자리에 앉았다.
그럼, 옆에서 들려오는 지민의 목소리.
어딘가 화나 보인다.
“민여주, 너 김석진 형이랑 무슨 일 있었어?”
“어? 그 선배는 왜.”
무슨 일이냐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여주에 지민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 형이 너 찾으러 아침에 왔었어.”
“아, 씨발.”
“…역시 뭔 일 있었던거지?”
욕을 뱉으며 머리를 쓸어넘기는 여주에 지민이 물어오자 여주는 대충 고개만 끄덕이곤 앉은지 얼마 되지 않은 자리에서 일어서 반을 나갔다.
이 미친놈이 귀찮게, 진짜……
꽤나 화나 보이는 여주가 주먹을 꽉 말아쥐며 위층인 3학년 들의 층으로 향했다.
31
“김석진 선배.”
3학년 뒷문으로 들어와 담백하게 석진의 이름을 부르는 여주에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나오는 석진에만 시선을 꽂는 여주였다.
“아.., 민여주.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옥상으로 가요. 여기 있으며 시끄러우니까.”
…
“그래서,”
“왜 날 찾았는데요.”
옥상에 올라오자 마자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들어 물고는 불을 붙이며 묻는 여주였다.
그에 석진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말을 이어나갔다.

“그… 내가 미안하다고.”
“허.”
예상은 했지만 존나 역겹네, 진짜.
실소를 뱉는 여주에 계속 말을 하려던 석진의 입만 벙긋거리고 있자 여주가 담배를 한 번 들이마시며 계속 해보라는 듯이 석진에게 손짓했다.
“…내가 네 말을 못 믿었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김예나를 좋아했었고, 걔 말이라면 뭐든 믿었으니까. 근데 얼마전에 얘기를 하다보니ㄲ..”
“그래서 어쩌라고요.”
“어..?”
석진의 말을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어 석진을 내려다보며 듣다 석진의 변명에 무표정으로 말하는 여주였다.
그런 여주에 석진은 버벅거리며 매마른 입술을 깨물며 세 글자를 내뱉었다.
여주가 가장 싫어할만한 세 글자.
“미안해.”
석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깔깔거리며
웃는 여주에 석진이 얼어붙자, 여주는 웃느라 눈물까지 맺힌 눈을 검지로 대충 닦으며 말했다.
“선배, 진짜 뻔뻔하네요-?”
“ㅋㅋㅋㅋㅋㅋ나 정말 설마 그딴 말을 뱉을까 싶었는데, 선배가 그 설마를 해내네요.”
“아… 나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석진에 석진의 말을 칼같이 끊은 여주는 거의 새 것인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앞발로 밟아버린 채 정색하며 말했다.
“너..ㅎ ,”
“나한테 미안하긴 하니?”
“뭐..?”
“맞잖아. 너가 말하는 거는 그 땐 내가 예나를 사랑해서 그랬다, 근데 나는 나쁜새끼 되기 싫으니 이제라도 용서한다고 한마디 해줘라..”
“이 소리잖아, 안 그래?”
“미안하단 말도-…”
“이렇게까지 쓰레기 같은 건 처음 보네.”
“…”
충격을 받은 듯 멍해진 석진과 여주의 시선이 허공에서 사납게 얽혀댔다.
불어오는 바람마저 날카로운 순간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