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서로를 바라보며 얽히던 시선은 석진이 고개를 돌리면서 끊겼다.
석진은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벙긋거렸지만, 그 뿐이였다. 마지막 남은 양심의 가책이라도 있었는지, 석진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미안하단 말 안 할게.”
“내가 한 짓이 얼만데, 어이없다. 그치.”
그걸 이제 알다니 대단하네요, 선배도.
갑자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깨달은 석진을 보곤 그저 헛웃음만 지은 여주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는 석진에게 말했다.
“할 말 다 했으면… 가도 되죠?”
명백히 석진의 성의를 무시하는 말이였으나, 석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민여주가 어떻게 행동하든, 어차피 자신이 민여주에게 씻지 못한 상처를 준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여주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갈 때 석진이 마지막으로 여주를 불러세웠다.
“나, 용서해달란 말은 안 할게. 근데…”
“내가 너에게 미안해서 하는 사과들 정도는 싫어하지 말고 받아주라.”
“염치없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부탁할게.”
이왕이면 석진과 아예 연을 끊어내고 싶은 여주였으나 앞으로 1년 간 학교에서, 그리고 기업 간 문제로도 번질 수 있어 그저 고개만 끄덕인 여주였다.
“근데요, 선배.”
“미안하다고 하는 동정심이 아니였으면 좋겠네요.”
“그건 정말 아니야..!”
여주의 말에 놀란 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숙여 말한 석진이였다. 그에 여주는 고개를 살짝 돌려 석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연히 아니여야지.”
“정말 그런 거면, 선배는 개새끼잖아요?”
아,
표정 한 번 재밌네-
조용한 적막과 자신이 싫어하는 상대의 한껏 일그러진 표정. 여주가 석진과 있던 시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간이였다.

{소시오패스가 악녀로 빙의했을때}
16. 지민의 진심
32
“…왔어?”
수업 도중에 들어 간 여주여서 지민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
그런 지민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여주는 보건실 갔다고 너가 말한거야-? 라며 지민에게 물었다.
“응, 내가 말했어ㅎㅎ”
나 잘했지? 라는 표정을 짓는 지민에 피식 웃은 여주는 지민의 펼쳐진 책 위에 “고마워.” 라고 글씨를 새겼다. 그러자 지민이 그 밑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
고마우면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
“음… 뭐, 그래.”
딱히 상관없다는 여주의 말투에 지민이 살짝 웃곤 민망한 듯 목 뒤를 매만지며 조용히 물어봤다.

“그… 석진, 형이랑 무슨 말 했는지 궁금해서..”
아, 신경 쓰이는 건가.
꽤나 귀여운 질투를 하는 지민에 굳이 석진과의 일을 다시 떠올리는 건 싫었지만 지민에게 찬찬히..는 아니고 간략하게 말해주는 여주였다.
“김석진 선배가 미안하대.”
지민의 미간이 순간 확 좁혀졌다.
“그래서 내가 뻔뻔하다 얘기했더니, 자기가 미안하단 말 안 할테니까 미안해서 하는 행동들은 거절하지 말아달래.”
“…그래서?”
“그래서, 그냥 알았다 했지.”
여주의 말에 순간 굳었던 지민은 여주가 왜? 라고 되묻자 그제서야 다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누가 봐도 가짜 웃음이긴 했지만.
33

“김석진, 나와. 이 개새끼야.”
“…?”
석진을 만나기 위하여 여주를 속인데에 더불어 점심까지 포기하곤 3학년 층까지 걸어올라온 지민이였다.그런 지민을 석진은 의아하게 바라보며 지민에게 걸어가먀 말했다.
“왜 불러. 게다가 너가 무슨 일로 3학년 층까지 올라왔ㄴ..”
퍼억-!!
지민의 부름에 나온 석진을 보곤 냅다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리는 지민에 석진이 지민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야, 무슨 짓이야.”
“시발아, 양심 뒤졌어? 니가 뭔데 민여주한테 찾아가서 그딴 소리를 지껄여.”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이건 나랑 민여주 일인데, 네가 뭔데 끼어들어?”
석진의 말에 지민이 황당한 듯 허공에 헛웃음을 내뱉았다.
그리고는 석진을 다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있지,”
“내가 민여주 좋아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