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ㅈ,저기..!! 의사, 의사 좀 빨리.!!”
여주를 등에 급하게 업고 응급실로 들어온 윤기는 급하게 의사를 찾았고, 그에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왔다.
“학생, 진정하고. 뒤에 업고 있는 여학생 이리로 눕히세요.”
윤기는 의사의 말에 땀에 젖은 채로 여주를 침대에 내려놓았고, 조금 쉬라는 의사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은 채 여주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어… 이 학생 트라우마가 꽤나 심한 것 같은데, 역시 한 번은 상담을 받아봐야 할 것 같네요.”
“..?”
“아, 몰랐어요? 이 학생 응급실 실려온게 꽤 여러번인데. 그 때마다 상담 한 번 받아보고 가라해도 끝까지 싫다면서 갔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너무 심하게 다쳐와서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아.”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말을 끝으로 간호사는 다시 돌아갔고, 윤기는 여주 옆 작은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던 여주의 삶에 대해 조금은 신경을 써보는 걸지도.

{소시오패스가 악녀로 빙의했을때}
18. 사실 윤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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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깼냐.”
“…?”
마지막에 쓰러진 건 기억하는데. 왜 민윤기가 여기 있는거지.
여주의 표정이 확 구겨졌고, 윤기는 그런 여주에 말하려던 입이 잠시 멈칫했다.
“나 있어서 싫은 건 알겠는데. 이까지 업고 온 내 노고는 기억 좀 해줄래.”
윤기의 말에 여주는 오히려 미칠만큼 싫었다. 남에게 도움 받는 건 딱 질색인데. 그것도 내가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사람에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 좆같이 생각하는 건 이해하는데, 씨발, 표정은 좀 펴라. 니 얼굴 보면 좋던 마음도 다 사라질 것 같으니까.”
“…”
윤기의 말에도 가만히 증오스럽다는 눈빛을 띈 여주에 윤기는 뒷머리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면서 여주에게 말했다.
“하··· 됐으니까, 상담 받고 가.”
“싫어.”
“…뭐?”
“상담하면 다 나 존나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고. 그냥 좀 힘든 과거 있었는 사람인데.”
“게다가 아버지한테 연락가는 거 싫어. 아버지한테 연락가면 또 나 때릴 걸.”

“…”
여주의 말에 가만히 굳어있던 윤기는 생각했다.
왜 민여주가 그저 학대당한 작은 아이로 보일까.
분명 나는 민여주를 미워해야 한다. 미워야만 한다. 누구보다 증오스러워야 한다. 그녀에게 동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시해야 한다.
아니면···
또 그 날처럼 다칠테니까.
…
“…아버지한테는 연락 안 가도록 내가 막을테니까, 그냥 한 번 상담 받고 가.”
“싫어, 싫다고. 씨발.”
“이때까지 병원 온 거 아버지한테 걸리기 싫으면 닥치고 내 말 들어, 민여주.”
윤기의 말에 윤기를 죽어라 노려보는 여주의 시선을 뒤로 한 채 병원을 나가는 윤기였다.
그리고는, 지나가던 의사 한 명을 붙잡아 말하지.

“저··· 309호 민여주 환자 보호자인데요, 상담한다니까 괜찮은 선생님으로 배정해주세요. 꼭 상담 받도록 해주시고요.”
“309호 민여주 환자요? 네, 알겠습니다.”
윤기의 말에 의사복 작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수첩과 볼펜을 꺼내 적어놓는 의사에 안심한듯 감사인사를 하고 뒤돌아 가려던 윤기에게 의사가 한마디를 한다.
“그나저나 민여주 환자분은 좋으시겠어요.”
“…네?”
“왜긴요, 이렇게 동생 걱정해주는 좋은 오빠 있어서 좋겠다구요-.”
“친오빠 맞으시죠? 둘이 완전 닮으셔서 민여주 환자 누군지 안봐도 알겠네요ㅎㅎ.”
“아…”
감사합니다_
의사의 말에 어딘가 오묘한 기분을 느낀 윤기는 의사에게 대충 고개만 숙이곤 급히 병원을 떠났다.
더 이상 민여주가 있는 곳에서 더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좀먹는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답답한 윤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