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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민윤기는 175도 변했다. 왜 180도가 아니냐고? 습관이라 그런지 욕은 계속 입에 붙어서 나왔거든. 윤기와 며칠 대화를 하고 사이를 풀어나가다 보니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민윤기는, 마음을 표현하는 법이 서툴다.
자기가 민망해지면 욕을 쓰면서 툭툭 말을 내던지곤 하는데, 본인의 생각보다는 그 말들이 상처가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존나 애같다고.
좋아하면 오히려 상처주게 되는게.

{소시오패스가 악녀로 빙의했을때}
22. 우리 사이는
…

“··· 이거 먹어. 너 점심 안 먹잖아.”
“존나 뼈 밖에 없어가지고 사람 걱정하게 만들지마.”
“어..? 어. 고마워.”
아이들의 이상한 시선을 무시하고 나의 반에 찾아온 민윤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림빵을 던져주곤 갔다. 그런 윤기의 행동에 아이들도 당황했겠지만 제일 당황한 건 나라고.
“오빠. 챙겨주는 건 고맙게 생각하는데, 반까지 와서 이럴 필요는 없어.”
“···불편해? 미안.”
“아니… 불편한 건 딱히 아닌데. 오빠가 귀찮으니까.”
“난 안 귀찮아. 그럼 계속 와도 돼?”
내 말에 반박하는 오빠에 말문이 막혔다. 저 정도까지 말하는데 다시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너무 자주 찾아오지만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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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제는 박지민이다. 전에 3학년 층에 다녀오더니 급격히 어두워진 표정으로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말을 걸어도 모른 척, 얼버무리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자리도 옮겨버렸다. 그런 지민의 행동이 몹시,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지민.”

“···어?”
“너 왜 나 피해.”
“나 피한 적 없ㅇ···”
“지랄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라.”
이름만 불러도 놀란 채 돌아보는 지민에게 물어보자 그런 적 없다며 발을 빼는 지민. 그런 지민의 태도에 화가 났다. 그래서 욕을 섞어 다시 묻는 나에 지민은 고개를 숙이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사실… 김석진이 너한테 뭐라 했길래 찾아갔는데.. 그 형이 나도 다를 것 없냐고 하길래 생각해봤거든. 근데 난 너한테 제대로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너가 사과받아준 적도 없고.”
“…”
“게다가 난… 너가 괴롭힘 당하는 거 방관만 했는데, 이제 와서 정의로운 척 하는 거 엄청 좆같은 거 알아서..! ···그래서, 너한테 다가갈 수가 없었어.”
기분 나빴으면 사과할게, 미안해.
지민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미 얘는 나랑 다 푼 거 아니였나? 결정적일 때 도움도 주고. 딱히 김석진처럼 직접 괴롭힌 것도 아니잖아. 먼저 다가와놓고 염치가 없다며 멀어져버리는 지민의 모순적인 행동에 화가 났다.
퍽-!!!

“···?”
“이제 끝. 너한테 당한만큼 마음을 담아서 때렸어.”
“…어?”
“너한테 말로하는 사과는 듣지 않았지만, 넌 행동으로 보여줬잖아? 그게 더 좋아, 나는. 게다가 우리 병원에서 너가 안아줬을 때 다 푼 거 아니었나. 아님 너는 좀 더 구르고.”
온 힘을 다해 앉아있는 지민의 머리를 손으로 내려쳤고, 지민이 황당함과 아픔이 섞인 표정을 지었을 때 내 감정을 줄줄 쏟아냈다. 마지막은 조금의 장난을 첨가해서 풀어보자고 한 말이었고.
그런 나에 지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ㅋㅋㅋㅋㅋ, 너가 생각해도 나 좀 더 굴러야 되지?”
“응. 알아들었으면 당장 매점가서 빵 사와.”
“? 너 윤기형한테 받은 거 어쩌고..”
지민의 말에 손에 들려있던 크림빵을 주머니에 쑤셔놓고는 이제 없지? 라는 듯 표정을 지어보이면 지민은 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곤 매점으로 향했다.
“크림빵이면 되지? 빨리 갔다올게.”
“그리고··· 고마워.”
요즘은 사과보단 감사를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을 뿐. 그렇과 지민과 나는 명백한 화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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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게… 뭐하는 짓,”
자신보다 어리고 작고 약한 여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호석이 여주는 당황스러웠다. 잠시 얘기하자 해서 따라갔더니, 대책없이 제 얼굴도 바라보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정호석. 큰 결심이였는지 감은 두 눈과 꾹 말아쥔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댄스부 다시 들어와.”
“원하면 내가 나갈테니까, 꼭 다시 들어와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