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주.”
“댄스부 다시 들어와.”
“원하면 내가 나갈테니까, 꼭 다시 들어와줘.”

{소시오패스가 악녀로 빙의했을때}
23.축제
“…뭐하는거에요, 이게.”
잠시 얘기하자 해서 따라갔더니, 대책없이 제 얼굴도 바라보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정호석. 감은 두 눈과 꾹 말아쥔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좋아할 거라 생각한건가. 그럼 좀 실망인데.
“…염치 없지만 한 번만 부탁할게.”
“내가 전에 너 천우희랑 싸웠을 때 도와준거 맞아. 기분 나빴다면 그것도 정말 미안해.”
“원한다면 뭐라도 다 할게… 그니까,”
“왜 그렇게까지 해요?”
고작 고등학교 댄스부원 하나 나갔다고 자존심을 다 버리고 나에게 부탁하는 정호석이 마냥 이상해보였다. 굳이 내게 이러는 이유라도 있을까.
내 말에 계속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곤 호석이 나를 또렷히 쳐다보았다. 내가 알던 둥근 모습의 호석의 눈빛이 아니었다.

“나한테는 춤 밖에 없어.”
“춤 의외에는 다른 삶은 난 용납할 수 없어.”
“그래서 춤을 싫어하는 아버지에게 무엇이라도 꼭 증명해내야해. 이번 축제가 크게 열리는만큼 우리 학교에는 많은 댄스관계자들과 아버지가 올텐데···”
“난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네가 필요해.”
“가장 중요한 피날레 안무를 지금 있는 애들하고는 할 수 없어.”
진지한 호석의 말에 내가 괜히 긴장했다. 장난스러운 분위기의 호석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라서.
하지만, 내가 왜?
내가 굳이 날 괴롭힌 사람에게 잘 해줘야하는 이유라도 있을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어?”
“선배가 저한테 해준게 뭐가 있다고 제가 그런 수고를 해야하죠? 더군다나 댄스부에는 날 싫어하는 애들이 파다한데.”
“…”

“내가 뭘 하면 네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내 말에 입을 연 호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동정심이라도 얻어내려고 저러는 걸까.
“네가 원하는 거 다 해줄테니까, 이번 한 번만 도와주라. 다시는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게.”
…저렇게까지 부탁하는데, 한 번 속아줄까.
그래도 내 안에는 ‘진짜 여주’의 심성이 녹아있었는지 석진의 고인 눈물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래서, 호석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오직 이득만을 따져 정호석을 돕기로 결정했다.
“…알겠어요. 대신, ···”
46
축제날_
그 후 정호석과 빠르게 연습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축제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올라가 보는 이토록 큰 스테이지와 고막을 때리는 큰 소리들. 수많은 인파들.
준비한 의상을 입고는 호석과 마지막으로 동선을 맞추어 보고는 스테이지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기다렸듯이 울려퍼지는 함성.

시발, 쟤는 왜 긴장을 안해.
오랜만이 느껴보는 경직된 몸과 두근거리다 못해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이 내 긴장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정호석은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 그저 귀에 꽂은 인이어만 만지작거렸다.

곧 노래가 나오고. 호석의 발동작을 신호로 조용해진 아이들 속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까의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춤 추는 순간이 즐거웠다.
노래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다시 내려오고를 반복하다 피날레 공연은 끝이 났다
아마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걸 봐서는, 우리 무대가 꽤나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네.
47

“…무대, 잘 봤어. 잘 추더라.”
“힘들텐데 이거 마셔.”
무대가 끝나자마자 개새끼처럼 달려오는 김석진의 모습에 김석진이 건넨 얼음물을 미리 무대가 끝나고 대기실에서 놀던 전정국에게 건냈다. 별 의미는 없고, 그냥 옆에 있길래.
“…아. ㄴ,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내 행동에 당황한 석진은 도망치듯 내가 있던 대기실에서 빠져나갔다. 사실 행동으로 사과를 하라 했는데, 뭘 하든 사과 받아줄 생각은 없거든. 그냥… 좀 굴러보라는거지.

“…이건 왜 나한테,”
“착각하지 말고. 그냥 김석진이 준 거 받기 싫어서 옆에 있는 너한테 버린 거니까.”
“아,응..”
내 말에 조금 실망한 듯한 기색을 보이는 정국에 속으로 혀를 찼다. 괴롭혔다가, 좋아했다가. 어쩌라는거야, 진짜.
…

“…나 왔는데,”
손에 아까 부탁했던 빵 봉지를 흔들며 조심스럽게 대기실 안의 적막을 깨는 지민에 나는 눈꼬리를 살짝 접으며 지민에게 다가갔다.
“땡큐. 얼마야?”
“아, 돈은 됐고. 혹시···,”
“김태형이랑 얘기 좀 해보는게 어때?”
“…걔는 왜.”
김태형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내 얼굴을 보며 지민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너네 정략결혼, 잘못하면 성사될 수도 있대.”
🌹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제 계정 삭제를 팬플에 요청했는데 삭제가 계속 안되길래 계정에 결국 다시 로그인했는데… 그냥 온 김에 똥글 한 번 투척했어요. 오랜만에 글 쓰니까 필력이 개판됐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