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가 악녀로 빙의했을 때

Ż3. 정략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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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진짜.”

“내가 왜 너 따위랑 결혼해.”



“누가 들으면 나는 좋아서 너랑 결혼하게 되는 줄 알겠다?”

“나도 싫어, 시발아.”


여주와 태형 둘이 앉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손을 대지 않아 식은 채 덩그러니 놓여진 스테이크와 서로 경멸하는 듯한 말투가 오가고 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태형이 끔찍하게 싫던 여주는 그저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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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가 악녀로 빙의했을 때}


23. 정략결혼










“아 존나 싫어, 개싫어. 미친새끼, 시발새끼.”


지민의 말대로 집에 오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곧 태형과의 결혼이 성사될거라고 말하는 여주의 아버지였다. 그러며 여주를 태형과 밥이라도 한 번 먹으라며 카드를 쥐어주곤 고급 레스토랑으로 쫓아냈다.


그 결과 여주가 태형을 기다리며 발을 저렇게 굴러대며 욕을 하는 것이고. 손에 들고있던 명품 클러치백이 우그러질 정도이면 여주의 화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게 태형과 레스토랑 안에 들어오고, 가만히 있던 우리에 눈치를 보던 직원이 음식을 가져오겠다며 떠날 때가 돼서야 태형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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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 같은 거랑 절대 결혼 안 해.”


“응, 나도 너 따위랑 안 해. 병신아.”


“…”



잠시 입에서 흘렀던 소란 마저 잦아들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직원이 눈치를 보며 음식을 놓아줄 때도, 심지어 음식이 싸늘하게 식어각 때까지 태형은 날카로운 눈으로 날 계속 째려보고 있었다.

그런 태형의 뜨거운 시선을 무시하고는 다 식어버린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자르려고 했을까. 태형은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욕을 뱉으며 다시 강조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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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진짜.”

“내가 왜 너 따위랑 결혼해.”



이 새끼가 진짜. 밥 먹으려는데.

스테이크를 썰려던 칼이 부들부들 떨리도록 화를 숨기고 있는 여주가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같은 말만 반복하는 김태형이 더럽게 짜증나는 느낌이었다.




“누가 들으면 나는 좋아서 너랑 결혼하게 되는 줄 알겠다?”

“나도 싫어, 시발아.”


대놓고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착각하지 말라는 듯 내던지는 말에 태형이 몸을 움찔했다. 그 애새끼 같던 민여주는 어디가고 자신을 혐오하는 듯한 민여주만 남아있으니 태형은 당황할만 했다.




“그러니까, 닥치고 이거나 쳐먹어. 지난 번에 여기서 만났을 때도 니 감정 좀 숨기라 그랬잖아. 저래서 경영을 어떻게 하려고.. 병신같이 해서는.”


“…입 닥쳐, 민여주. 네가 뭘 안다고…!”





어? 그냥 찔러봤는데 반응이 좋네.

그저 뱉은 말에 태형의 반응이 보이자 여주는 대놓고 태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입꼬리는 올리고, 꽤나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듯.



“…너, 설마 경영도 안 배우니?”


약간의 비웃음이 섞인 말과 살짝 꼰 다리. 이건 도박이었다. 태형의 반응을 보고는 여주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가름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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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여주 죽여버리기 전에 닥치라고.”





여주는 태형의 반응에 아주 크게 웃었다. 

내가 TH 그룹의 약점을 찾았잖아? 곧 회장이 될 놈이라는게 경영수업도 안 받았다니. 

여주는 양 손바닥으로 턱선을 감싸며 책상에 기대어 태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태형의 성질을 긁다 못해 위험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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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그룹의 사생아도 받는 경영수업을 예비 회장이 못 받는다라… TH도 이제 망했네?”

“재밌다, 너. 어디까지가 네 바닥일지 궁금해.”



여주의 말에 태형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들부들 떨었다. 여주의 입에서 나온 모욕적인 말에도 아무 반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자신이 경영수업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면 회사에 큰 타격이 있기 때문일까. 여주는 의도치 않게 태형의 약점을 잡아낸 것이었다.

스테이크를 아주 조금 썬 다음 작은 조각을 입에 넣은 여주는 냅킨으로 입을 닦은 뒤 아까 한껏 구겼던 클러치백을 다시 들며 말했다.



“난 밥 다 먹었어, 태형아. 먼저 가봐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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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난 갈게. 오늘, 즐거웠어.”



끝까지 아무말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태형에 여주가 나가면서 웃음을 보였다. 처음에는 짜증난다는 듯 무겁게 들어온 이곳이 나갈 때는 누구보다 가벼워졌다. 



“아, 진짜 너무 재밌는데? 이 카드를 어떻게 써야 할까-..”



전에 보았던 태형과의 만남과 마지막 모습이 겹쳐보였다. 




태형은 저 바닥에, 
여주는 저 위로 걸어나가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