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덜비

”나 너 때문에 왕자한테 찍혔다.“
"…"
”눈에 띄는 행동은 웬만하면 하지 말지..“
"…"
”듣고 있어?“
”응?“
뭐라고? 미안.
미안한데. 하나도 안 들려. 무작정 찾아와놓고 막상 대화에 하나도 집중 못하고 있는 거 진짜 최악인 거 아는데. 방금 전에 있었던 일만 머릿속에 떠돌아 시끄러웠다. 잘생기지라도 말던가 여기서도 개빡치게 하네 이재현.
“너 지금 이재현 생각해?”
“…아니?”
“그래 넌 아니라 하겠지.“
“진짜 아니야.“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편해.“
…그래 생각난다 생각나. 정확히 말 하자면 내 구남친 이재현이.
끝이 구렸던 이재현이. 바람났던 개새끼가. 자꾸 이쪽 사람이랑 겹쳐 보인다고
“..생각 안 할래. 우리 현생으로 돌아가야지. 그 방법 찾으러 온 거야 오늘.“
”딱히 방법이랄게 없어. 걍 노답이고 우린 그냥 좆된 거야.“
”지금 사람이 두 명이야.. 생각 머리가 두 개라고. 뭐라도 시도해보자 제발.”
“아, 그러면 그건 어때? 키스 해볼까?”
“네?”
뭐라고요 시팔? 내가 아무리 트여있는 사람이라지만 초면에 입술 부닥치는 여자는 아니라고. 나름 한국의 유교걸이였다고. 나도 모르게 표정이 썩었나보다. 주연이 발견했는지 잠시 입을 다물다 되게 소심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 뭐라도 해보자며. 개구리 왕자 안 봤어? 백설공주 안 봤어? 키스 한 번 했는데 사람으로 변해. 백설이 걔는 죽다가도 살아나잖아.“
“야..너가..지금 개구리냐? 너 지금 죽었냐?”
“그건 아니지만 지금도 정상은 아니잖아.“
“그래도 그렇지 그건.“
“쫄?”
이주연이 쫄? 스킬을 시전했다. 나 이런 거에 자존심 상하는 하여자인 거 어떻게 알았지. 그래,까짓것 키스? 그거 누가 못 해. 할 수 있지 나 잘해; 이재현이랑 사귄 시절 목 꺾어가며 했던 키스 나 그거 다 기억해. 아 시발 또 자연스레 이재현 생각 해버렸다.
“그래 눈 딱 감고 하자.“
“너도 별 수 없지? 대신 조건이 있어.”
“키스 하는데 뭔 조건까지 필요해.“
“해도, 이재현 앞에서 하자.“
지가 제안해놓고선 조건까지 거는 게 맞아?
누가 봐도 이재현만 도발하는 행동이였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게 분명하다. 참 사람이 겁도 없었다.
참자..돌아가야지 현실로. 안 그래도 비현실적인 세상, 그런 아이디어가 나올수도 있지. 곰곰히 생각하며 이해하려 했다. 참…
“..생각할수록 어이없네.“
기는 씹.. 내가 얘랑 키스를 왜 해요.
“야, 우리 다시 생각해보자.“
“뭘. 키스를? 이재현을?“
”아…씨, 나 사실 전남친이 이재현이였어. 이름도 똑같고 얼굴도 같아. 근데 여기서도 쟤가 날 좋아하는 것 같이 굴잖아.. 껄끄럽게.“
”응, 쟤 너 좋아하는 거 맞아. 알긴 아네?“
”ㅅㅂ 어떻게 몰라.“
앞에 있는 돌을 발로 툭 차버렸다. 어떡하지..키스.. 진짜 아닌 것 같은데.. 못 할 것 같은데. 근데 또 집은 돌아가고 싶다. 진심으로.
한 번 고민해볼게.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려 말을 전했다.
큰 손으로 내 볼을 감싼 이주연이 입을 맞추려는 듯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자기요? 존나 뜬금 없었다.
야 너 뭐해!..
“..잠깐만 이러고 있자. 하는척만 할게.“
”..설마 뒤에 이재현 있냐?“
”응.“
이주연한테 말려들었다. 왕자도 아니고 권력도 없으면서 이재현은 왜 자극하는지. 이쯤 되면 이주연도 진짜 미친게 맞다.
한참을 이러고 있었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체감상 3분된 듯. 이주연 숨쉬는 박자까지 다 외웠다고.
“..야 별로 반응 없네. 그만,“
퍽-!
우당탕. 큰 소리와 함께 이주연이 넘어졌다. 정확히는 이재현의 주먹에. 퍽 소리도 아니고 뻑, 하는 소리였다. 갑자기 풀파워로 날라든 폭력에 이주연이 입 안에 고인 피를 퉤, 뱉어냈다.

“..와, 아프네.“
“생각보다 더 또라이였네. 이젠 겁대가리도 상실했냐?“
”방해한 건 왕자님이신데요. 좋아하기라도 하세요? 공주를?“
“말 똑바로 해라 이주연. 방해는 너가 했겠지.“
“애초에 마음 없는 거 아니였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씨이발.. 이거 왠지 개판인 집안 싸움에 꼽사리 낀 느낌인데. 말려야 할 것 같았다. 아니지, 말리는 게 맞지. 유일하게 말릴 사람은 난데, 입도 안 떨어졌고 몸도 안 움직였다. 어떡하지. 이대로 튀어?
”..김여주 넌 올라가있어.“
”..네? 저요?“
아니 나는 왜요. 싫다고 말 하고 싶은데 눈 앞에 보이는 이재현, 진짜 화나보였다. 결국 찍소리도 못하고 뒤에 있던 하인을 따라갔다. 주연이 괜찮으려나.. 확인하려 뒤를 돌아보자마자 현재 왕자랑 눈이 마주쳤다. 내가 먼저 피했다.
이거 상황이 어떻게 되는 거야…
********
엄청 추워요 눈떠공 보는 사람들 감기 조심
몸조리 잘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