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막내공주

눈떠공 8

W. 덜비



Gravatar

“야 이재현 너 누가 우리 공주랑 술 마시래”

“..너 왜 왔냐?”

“왜 왔냐고? 너가 내 동생 납치했다는 소리 듣고 쳐들어왔다.”

“뭐래. 지 발로 행차 하셨어“

“…?”






영훈이 겸연쩍은 눈으로 이재현을 노려봤다. 뭔가 뉘앙스가 이상한데.. ‘지.발로.행차.하셨어?’.. 기분 나빠 뭐냐? 너 감히 우리 공주한테! 이유는 모르겠지만 걍 한마디 해야겠는 영훈이 입을 떼려는 순간 공주가 술잔을 들이밀었다.





“오빠 그냥 앉아요”

“응..”

“한 잔 하실래요?”

“어?..응”

“원샷.”






어딘가 묘하게 연륜이 느껴지는 공주의 말투에 자기도 모르게 두 손 모아 공손하게 앉았다. 원샷?.. 원샷이 뭐야? 태생부터 교양을 배워왔던 영훈에게 술을 한 번에 들이마시는 일은 절대 용납치 못한,





“걍 한 입에 털어마시죠?”

“응!“





꿀꺽꿀꺽꿀꺽-

하게 됐다 원샷. 그러고 보니까 이상하다. 둘이 술? 갑자기 뭔 술이야? 공주가 B나라에 혼자 놀러갔던 건 자주 있던 일이라 그렇다 치고. 아니.. 잘 보이려고 난리를 그렇게 피워댔으면서 술까지 겸상하는 사이가 됐다고? 이거 혹시…헐.




“둘이 진정으로..가까워졌구나아…”

“뭐?”

“야 내가 눈치없게…이런 자리에 끼고..미안하다 재현아“

”뭐라는 거야 소름 돋게.. 술이나 마셔“

”아니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 재현아 넌 내 하나뿐인 친구야. 알아서 여주 챙겨줄거지? 믿는다 재현아? 내 친구 화이팅!“

”너 그냥 꺼져. 기분 나빠.“





영훈이 므흣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갈 때 까지도 여주는 말없이 술만 홀짝였다. 마음이.. 털어놓고나니까 시원하기도 하면서. 괜히 말했나 싶은 그런 ..못된 생각이 자꾸 든다.
아, 이재현 다정해서 좋았는데..





Gravatar

“야 김여주 너 취했다.”

“…엉? 아닌데.”

“지금 눈이 동태눈깔로 변했는데 뭐가 아니래”

“내가? 아닌데? 나 생태 눈깔인데? 초롱초롱한데.”

“취하면 나 너 안 챙겨준다. 알아서 사려”

“하,참.. 어차피 주연이가 챙겨줄 거거든?”

“뭐?”






근거없는 자신감 레전드. 이러고 주연이한테 찾아가면 문전박대 당할 것 같은데. 날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괜한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야 너가 보기엔 내가 낫냐 이주연이 낫냐?“

”뭐? 무슨 그딴 질문을 해.“

”궁금해서.“





당연히 시발 너지 당연한 질문 좀 하지마 입 아프게 진짜.




”..이주연이 좀 더 괜찮은 듯.“

"…"

“뭘 그렇게 봐.“

”공주랑 생긴 건 똑같으면서 취향은 다른가보네.“





속마음 그대로 말했으면 어땠을까.
질투? 무시? 정색? 예상이 안 가서 무서웠다. 이재현이 씁쓸히 웃으며 술을 기웃거렸다. 저것도 짜증난다. 공주 생각 하는 것 같아서





“뭐 너도 나쁘지 않지. 그러니까 공주가 쫓아다닌 거 아니겠어?”

“맞지.”

“야 겸손 좀 떨어..칭찬해주기 싫게 진짜..”

“내가 왜.“

“잘생겨서 참는다..”

“잘생겼어 나?”

“아.”





이런 미친..한 번은 잘 참았으면서 두 번은 못 참는 내 조동아리를 어쩌면 좋지. 하하, 애써 올린 입꼬리가 경직됐다. 
이재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어떻게 표정에 다 드러나냐? 웃으며 하는 말에 대답도 못 했다. 

그냥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내가 공주였으면 좋았을텐데.




.
.
.



숙취 개오바다. 미친 어제 조절해서 마실걸. 
심지어 더 소름 돋는 건 뭐였냐면. 내 방이였다.
언제 Z나라까지 와서 옷까지 갈아 입고 잠까지 쳐..잔거지?
기억이 안 난다.





“….우욱”

“어머 공주님!.. 괜찮으세요?”

“저 어제 어떻게 왔어요?”

“현재 왕자님이 바래다 주셨는데.. 기억 안 나세요?”

“네엑ㄱ?!?!”




아, 세상에 너무 놀라서 삑사리까지 나버렸다.
머리를 쥐어 잡고 주문 외우는 것 마냥 중얼거렸다.
기억해내기억해내기억해내


야아아ㅏ!!!!이재현ㄴ!!!공주 말고 난 어떤데!!!


….
잠시만 기억하지 말아보자.
뭔가 뇌리에 스치듯 떠올랐다. 알면..안 될 것 같았다.
일단 후퇴




”그러고보니.. 첫 키스 아닌가요 공주님? 좋으시겠어요-“

”…첫..뭐요?“

”첫사랑이랑 하는 첫 키스라니 너무 낭만적이에요 ㅎㅎ“

”저..이재현이랑 키스까지 했어요?..“

”어머, 이것도 기억 안 나세요?“





여기 몇 층인가요. 뛰어내리면 많이 아픈가요?

하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안 나왔다. 세상에 숙취 한 번 왔다고 병수발을 들어주더라고.. 권력이 이렇게 좋은거다. 오후쯤 되니 정신이 멀쩡해졌다. 흠, 이제 어떻게 뛰어내릴지 계획을 세워볼까? ㅎ

진짜 왜 그랬냐고오오!
정신이 멀쩡해질수록 창피함과 수치감이 동시에 차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재현이 나한테 먼저 키스 했을리는 없을 것 같고. 정신 못 차리던 내가 문득 보이는 잘생긴 얼굴에 냅다까라 머리 잡고 입 맞췄을 가능성이 300퍼였다.




“…제가 B나라에 간다던가, 현재 왕자가 여기로 온다는 그런 일은 없겠죠?”

“일주일 뒤에 오신다고 들었는데. 여쭤보고 올까요?”

“아뇨 그냥 제발 조용히 있어주세요. 혹시라도 저 찾으면 죽었다고 전해주세요.”





똑똑똑-

공주님 주연 백작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아 시발. 지금 상태로는 이주연 보기도 쪽팔리단 말이에요.
그냥 그쪽 애들은 다 꼴도 보기 싫다고! 그치만 지조있게 문을 열라 지시하며 모조리 나가있으라 명령했다. 그리고 등장한 이주연. 다행히 외상은 없어보였다. 멍들 줄 알았더니..




“괜찮아?”

“너야말로 괜찮아? 어제 이재현이랑 키스했다며.”

“….너 그걸 어떻게 알아?”

“성 안에 돌아다니는 눈알이 몇 갠데 어떻게 몰라.”

“미친 거 아냐? 오빠들도 알겠지?”

“모를리가 있나.“

”주연아 나 어떡해?…나 이제는 진짜 돌아가야 돼“

”그러게 무턱대고 키스는 왜 해.“

“아 취했으니까!.. 기억도 잘 안 나.”






이주연이 혀를 끌끌 찼다. 
자연스레 내가 있던 침대에 걸터앉더니 이마에 땀밤을 날렸, 아니 갑자기 왜 때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알아?”

“..뭐, 돌아갈 방법 찾아내서?”

“아니.”

“그럼 뭔데..“

”너네 결혼 날짜 잡았대. 곧 있음 이재현도 와“





뭐?…



*****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