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막내공주

눈떠공 9

W. 덜비




 회의장 안이 시끄러웠다. 몇 년 만에 일어나는 경사라 들떠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정작 결혼 당사자인 이재현과 나만 조용했다. 무표정으로 대화만 듣고있자니 심심했다. 그저 테이블만 쳐다보며 손으로 도독 도독 두들기다 마주앉은 이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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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해’





입모양으로 뭐라 중얼거리기에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뭐? 집중해? 내가 왜 이 씨발럼아. 내 비밀을 알고도 결혼을 진행시켜? 괘씸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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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생각은 어때?“

“네?..저요? 아, 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치? 그럼 오늘부터 합궁하기로 하고“

“네?!”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당찬 영훈의 목소리에 다들 분주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합궁이라뇨?




“합궁이라뇨?“

“왜? 별로야? 오빠가 지금이라도 결혼 무효 시킬까?”

“무효가 돼요? 그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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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 왜 방해질?”

“짐은 대충 챙겨도 돼. 나머지는 다 있어“

”..각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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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방이지?”

“각방 아니면 안 잔다!!”

“안 잔대!“




오빠가 옆에서 부추겼다. 물론 이재현은 아랑곳 안 했다.
그럼 밖에서 자던가. 재현이 대답을 하며 자켓을 입었다.
 아니 진짜 합궁이라고요? 진짜 쟤랑 나랑 같이 잔다고?




“여주야! 이재현이 괴롭히면 오빠가 혼내줄게”

“아니 애초에 결혼을 무효,”

“야 이재현 우리 공주한테 잘 해라.”

“무효,”

“혹시라도 아프게 하면 진짜 가만 안 둔다.”

“무,”

“그땐 전쟁이야.”





시발..
주연이가 보고 싶었다. 하루빨리 내 좆같은 심정을 공유 해주고 싶다. 안 그래도 마음 심란한데 이재현이랑 같이 잠이라도 자는 날에는…진짜 폴인러브 해버릴까봐 무서웠다.




“..우리 진짜 결혼해?”

“그럼 이게 장난 같아?”

“나 아직 미성년자라며.. 설마.. 잘못해서 나 임신하면 어떡하냐? 나 여기서 성인식도 못 치뤘는데?“

"…"

”..뭐. 뭘 그렇게 보는데“

”너..되게 많은 생각을 했다?“





아 시이발.. 혼자 오바 떨다 우스워졌죠.




“너 어제 기억은 나냐?“

"…"

”키스“

”..야“

”했잖아 우리.”





‘키’ 단어를 듣자마자 헛기침 하며 황급히 방을 빠져나왔다.
별 꼴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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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궁이라며?”

“!..주연아아아아.. 나 어떡하냐 진짜”

“왜? 싫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렇게 싫으면 나랑 하자니까 키스.“

”아 짜증나게 둘 다 키스 타령이야.. “






이씨 집안들은 뭐 어디 입술 안 맞대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건지.
내 반응을 보며 피식 웃던 주연이 내 볼을 어루만졌다.
또, 또 각 잡으려고!





“하지 마..”

“왜?”

“하지말라고 했다”

“하면?”

”나 진짜 경고했다“





주연이 내 몸을 끌어 안으며 입을 맞췄다. 읍!! 우우우웁!
개지랄을 떨던 덕분에 금방 입술이 떼졌다. 입술을 벅벅 문지르는 내가 우스운지 큰 소리로 웃은 주연이 내 머리를 헝클였다.



“야!!”

“너 진짜 웃기다. 키스 해본 적 없어?”

“이 새끼가”




키스가 장난이야?…..어, 쟤한테는 장난인 듯.
이따 소주로 입 헹궈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뒤돌던 그 때
이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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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보기 좋다? 사귀기로 한 거야?”

"…"

“이따 보자. 여주야”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재현이가 갑자기 낯설게 보였다. 이젠.. 지가 좋아하는 공주 아니라고 별 반응도 없는건가. 서운해졌다.




“쳐맞을 준비 하고 있었는데. 반응 없네.”

“…이재현도 이제 다 알아. 나 공주 아닌 거”

“그래? 근데 왜 화난 것 같지“

“너가 잘못 봤네. 야, 나도 간다.”




방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기도 잠시 행차 하셔야 한다며 시녀들이 나를 끌고 분주히 움직였다. 오늘은 첫날 밤이라 예쁘게 입고 어쩌고 저쩌고.. 죄송한데 문전박대 당할 것 같거든요 저.

준비되어 있는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기절할 뻔했다.
미리 타고 있던 이재현이 팔짱 끼고 앉아있다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여친 데리러 온 건데.”

“딱 보아하니 윗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네”

“아니? 내가 그러겠다고 했어.”

“.. 아까 주연이랑 키스하는 거 못 봤어? 그걸 보고도?”

“응, 직접 보니 좆같긴 하더라.“




뭔가 말투가 바뀐 느낌이다. 굉장히 낯설면서 낯이 익었다.
내가 아는 현재 왕자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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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랜만이지 우리?”

“..뭐?”

“자기야, 잘 지내고 있었어?”





…이재현?



***


전남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