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서플리는 거울 앞에서 괜히 머리를 빗어보다가 자기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뭐 하는 거야… 그냥 구내식당 갈 건데.”
하지만 마음 한편은 분명히 기대하고 있었다.
‘혹시… 또 마주치려나?’
문득 시계를 보니,
8시 15분 (30분까지 출근)
'니가 드디어 미쳤구나 서플리;;;'
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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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은 어김없이 붐볐고, 식판을 든 서플리는 식탁을 찾아 헤맸다.
어디에도 자리가 없었다.
정확히 하나를 제외하면.

그 맞은편 자리에… 있었다.
노랑 머리. 어제의 기타남.
그는 혼자 앉아 조용히 된장국을 휘적이고 있었다.
‘아… 딴 데 없는데…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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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냥 앉는 거야. 자연스럽게 ~ 자리가 없는 걸 어떡해?’
플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 여기 자리 비었죠?”
노랑 머리는 고개를 들었다. 살짝 놀란 눈빛.

“아, 네. 뭐... 앉으세요.”
식판을 내려놓고 둘은 묘한 정적 속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젓가락질 소리만 들리고, 된장국 김만 피어올랐다.

그러다, 노랑 머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어제 그거… 밴드. 고마워요.”
그 목소리는 낮고 어색했지만, 진심이 묻어 있었다.
플리는 괜히 웃음이 났다.
“괜찮아요. 상처 약간 심해 보이길래... ”
“... 흠 감사합니다 아무튼.”
또 다시 정적. 하지만 이번엔, 아까보단 나았다.
플리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이름이 뭐예요? 이름도 모르고 밴드부터 줬더라구요. 하핳”
노랑 머리는 젓가락을 멈추고 말했다.

“한노아예요.”
“오... 저는 서플리예요!”
“플리....”
“흠흠..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자주 마주칠 것 같으니깐요! 흠흠”
노아는 그 말에 눈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플리를 바라보았다.

'ㅇ...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그 싸가지 맞나몰라.. 친해지니까 너무 다른 사람이네...'
“저도 잘 부탁합니다. 마저 드시죠”
그날 이후, 둘은 같은 자리에서 자주 밥을 먹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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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이름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이렇게 친해질 수 있는 거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