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내려오면

6화) 막걸리

쾅!!!

 

 

 

 

사장실 문이 쾅— 하고 닫혔다.

 

 

노아는 이미 신경질이 날 때로 난 상태였다.

결국 도망치듯 로비로 빠르게 내려왔지만...

 

 

 

 

 

유리문 밖 쏟아지는 소나기가 보였다.

 

 

 

 

 

 

세차고,

무심하고,

딱 지금 기분 같았다.

 

 

 

 

 

 

 

 

“…ㅈ같네 진짜.”

 

 

 

 

 

 

 

 

 

노아는 낮게 중얼이며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우산 없이 빗 속으로 한두 발짝 내딛자마자, 차가운 빗방울이 그대로 노아에게 떨어졌다.

 

 

 

 

 


따가운 빗방울이 마치 누가 자기를 꾸짖는 것 같았다.

 

 

 

 

 


'.... 진짜 운도 없네... ㅎ'

 

 

 

 

 


그러던 그 순간—

 

 

 

 

 


슥-

 

 

 

 

 


갑자기 조그마한 무언가가 다가왔다.

그리곤 그 조그마한 게 까치발을 하고는 그에게 우산의 씌워주었다.


 

 

 

 

 


"...ㄴ...노아씨??"

 

 

 

 

 


익속한 목소리.

노아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그 아래에는 서플리가 있었다.

 

 

 

 

 


“비 오는데 왜 우산도 없이 걸어가시는 거예요…?!”

 

 

 

 

 


플리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노아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플리는 순간 놀랐다.

…또 어딘가 상처받은 눈이었다.

 

 

 

 

 

 

 


"...어디가세요? 데려다드릴께요!"

 

 

 

 

 


"...."

 

 

 

 

 


"어디가냐니깐요 노아씨?"

 

 

 

 

 


"..."

 

 

 

 

 

 


“…따라와요.”

 

 

 

 

 


플리는 짧게 말하더니 노아의 손목을 단번에 꽉! 잡았다.

 

 

 

 

 


“일단 갑시다!!!! 날씨 딱 이럴 때 갈만한 곳이 있죠!”

 

 

 

 

 


노아는 당황했지만 거절할 힘이 더 이상 없었다.

손은 따뜻했고, 플리의 말투는 단호했다.

 

 

 

 

 


플리는 그대로 골목길 끝에 있는 간판이 흐릿한 전집으로 그를 끌고 들어갔다.

 

 

 

 

 


“이모 ~~ 여기 막걸리 2병이랑 김치전, 파전 주세요!!!”

 

 


 

 

 

 

 

노아는 말없이 끌려왔지만, 생각치도 못한 곳으로 데려온 플리 때문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다.

약간 젖은 머리칼이 꿉꿉하니... 집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저 돈 없어요. 그냥 집에 갈게요. 미안합니다."

 

 

 

 

 


“에이~ 정 없게~ 우리 커피까지 나눠 마신 사이잖아요? 제가 쏠게요! 담에 갚아요~

자~ 들어갑시다~~”

 

 

 

 

 


노아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더는 플리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막걸리와 전이 도착했다.

뽀얀 막걸리가 담긴 술잔을 노아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이거, 저 처음 마셔봐요.”

 

 

 

 

 


플리는 숟가락을 놓고 벌떡 일어날 뻔했다.

“진짜요?! 진-짜?? 막걸리 안 마셔봤다고요?!

... 지금까지 김치전+막걸리의 맛을 모르고 살아왔단 말??”

 

 

 

 

 


노아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진짜 못 믿겠다..."

 

 

 

 

 


"... 진짜... 인데..."

 

 

 

 

 


"뭐, 처음이면 오히려 좋죠! 새로운 인생의 시작입니다, 노아 씨. 짠~~”

 

 

 

 

 

 

".... 짠"

 

 

 

 

 

 

첫잔은 달았다.

 

 

 

 

 

두 번째 잔은 고소했다.

 

 

 


세 번째 잔은 녹진했다.

 

 

 


그렇게 마시길 15잔..

 

 

 


 

거하게 취한 두 사람은 말 수는 줄고 웃음이 늘었다.

플리는 빨개진 볼을 부여잡고, 괜히 젓가락으로 접시를 툭툭 두드렸다.

 

 

 


“…노아 씨는, 웃으면 더 잘생긴 거 알아요? 크힣....”

 

 

 


“…취하셨어요.”

 

 

 


“아니? 안 취했어요… 나 진지해요…”

 

 

 


"....? ㅁ..뭐라는거야아..."

 

 

 


"노아 씨 회사에서 잘생긴 걸로 소문난 거 모르죸ㅋㅋㅋㅋ

당신~ 잘생겼다고 소문나섴....읍!!"

 

 

 


"ㅈ...조용히 해요!!!... ㅂ..부끄러우니까...제발...."

 

 

 


"우ㅇ아웁... 아잇!!! 이 손 좀 치워요!!

왜 갑자기 입을 막고 그러는 거야 진쫘하...

 

그런 의미에서 한 잔 더 ~"

 

 

 


그 말과 동시에 술잔이 다시 찼다.

노아는 거절하지 않고 주는 족족 받아 마셨다.

 

 

 


몇 잔을 마셨을까.

플리는 턱을 짚고, 흐릿한 눈으로 노아를 바라봤다.


 

 

 


그라곤 —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 집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