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름다워질 때

1화 태풍의 발단은 겨우 나비의 날개짓이었다.

  

소개

     테르가 죽었다. 전부 내 탓이었다. 나의 사랑 테르, 어떻게 너를

     이리도 허무하게 보낼 수 있겠니. 내 잘못은 분명했다. 사람을 믿

     었다는 것. 아아, 사람도 사랑도 전부 믿지 말았어야 했어. 테르,

     걱정하지 마. 그 사람들은 내가, 전부 죽여줄게.





     유난히 깜깐했던 그날. 도시는 대규모 정전으로 인해 그 흔했던

     빛무리 하나 보기가 쉽지 않았고, 달조차 구름 뒤에 가려져 달빛

     도 보기 힘들었다.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 것만 같았던 밤. 베르는

     그날을 아직도 기억했다. 3년 전, 온통 검은 도화지 같던 밤에 붉

     은 피가 쏟아졌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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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나비효과

     201X년 7월 XX일


     "어우, 더워!!"


     테르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조직 보스 김태형을 사랑하게 됐다며

     해가 뜨면 찌는 더위가 뭐가 문제냐는 듯 그를 보러 줄기차게도

     나갔다.


     "야, 도대체 김태형 그 자식은 왜 자꾸 보러 가는 건데?"


     "잘생겼잖아."


     징글징글하게 듣는 이유였다. 매일 최고 온도를 경신하는 듯한

     이 미친 더위에 꾸준히 나가는 게 경악스러워 이미 물었던 질문임

     을 망각하고 매번 물어보게 된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이 '잘생겼

     잖아'라니,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잘생겨야 한 달 내내 누군가를 헤

     롱거리게 할 수 있는걸까.


     "잠깐만, 같이 가. 나도 그 잘난 얼굴 구경 좀 해보자."


     "보고 네 남자라고 하지나 마라, 내 남자 만들 거니까."


     테르는 남자다. 아마 여기서 사람들은 혼란이 올텐데, 혼란스러워

     할 필요 없다. 테르는 동성애자, 즉 게이다.


     "근데 그 남자도 게이야?"


     "아니."


     "미쳤어? 그런데 이렇게 대쉬한다고?"


     그 보스가 게이가 아닌데 이렇게 대쉬하는 거, 테르에겐 미안하지

     만 그 사람 입장에선 정말 불쾌할 수도 있었다.


     "너 나 몰라? 대쉬 안 했어. 내가 맨날 왜 이렇게 나가겠냐?

     좋아하는데 대쉬도 못하니까 멀리서 얼굴이라도 볼려고 그러지."


     "그래...... 그래도 얼른 끊어라, 너한테나 그 사람한테나 좋은 거

     아니야."


     그 사람 입장에선 스토킹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거고, 테르에겐

     희망고문이 될 뿐이었다.


     "알아, 나도. 잔소리는 됐고, 얼른 신의 얼굴이나 보러 가자고!"


     테르를 따라 김태형이 오전 11시에 무조건 지나간다는 거리로

     향했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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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이라는 멋드러진 이름까지 가진 그가 날 스쳐 지나갔을 때, 

     테르가 왜 포기를 못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니, 알았다. 저 얼굴

     은, 실로 신이 정성 들여 조각한 얼굴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그를

     보자마자 감탄사가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내 인

     생 최고의 얼굴이었다.


     바다는 깊이에 따라 다른 색을 낸다. 그의 아름다움은 마치 바닥

     없는 바다 같아서, 한번도 보지 못한 색으로 나를 홀려 끌어들이고

     는 익사시킬 것 같았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에게 달려가 나를 던

     지고 싶어지는 외모였다. 그만큼 그의 아름다움은, 가히 충격적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