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 여기 안착해야지

② 철벽 김 변호사님의 약점으로 시작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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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석진] 철벽 김 변호사님의 약점으로 시작된 사랑






서여주

— 의뢰인 아니잖아요.







내가 한 수 더 붙였다. 졸지에 철벽이 쉽게 부서진 사람이 됐으니 얼마나 민망하고 당황스러울까. 내가 말을 하자 김 변호사님 동료분들은 약 올리듯이 “축하해, 잘 해봐라.” 등 응원을 하시고는 다시 갈 길을 가셨다.







김석진

— 왜 그랬어요?


서여주

— 변호사가 거짓말은 하면 안 되죠.


김석진

— 아, 그래도 그렇지···.


서여주

— 나랑 진짜 잘해볼 생각이에요?


김석진

— 네?!


서여주

— 아니면 그냥 흘리듯 넘겨요. 왜 이렇게 흥분하실까.


김석진

— 그럼 그쪽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졸지에 커플이 됐는데?


서여주

— 전 원래 김 변호사님께 마음 있어서 오히려 더 좋은데요? 그리고 그쪽 아니라 저 서여주예요.


김석진

— 그래요, 서여주 씨. 미안해요, 너무 흥분했네요.


서여주

— 가봐요. 다음에 연락할게요.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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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들어가요.







은근 김 변호사님 귀여운 구석도 있다니까. 나는 봤다. 아까 김 변호사님 동료분들이 응원의 말을 해주시고 갈 때, 김 변호사님 귀가 시뻘게졌다는 것을. 그렇게 김 변호사님과 헤어지고 혼자 카페로 와 나의 일상을 즐겼다. 커피를 시키고 창가 쪽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들어 김 변호사님을 검색해 나오는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여주

— 잘생겼네···.







김 변호사님과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사진만 바라보고 있다가 아까 받은 김 변호사님 연락처를 들어가 넋 놓으며 전화를 누르려고 하던 중 카페 알바생이 내 쪽으로 와 말을 권했다. 잠깐 놀라 손을 움직이는 바람에 전화가 걸어진 지도 모르고 알바생과 얘기를 나눴다.







김태형

— 또 오셨네요?


서여주

— 네? 저 여기 또 온 거 어떻게 알았어요?


김태형

— 평범한 얼굴은 아니잖아요.


서여주

— 아, 제가 좀 웃기게 생기긴 했죠.


김태형

— 아뇨ㅋㅋㅋ 예쁘게 생겨서 눈에 밟혔어요. 그런데 김석진 변호사 아시나 봐요?


서여주

— 아, 네. 혹시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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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당연히 알죠ㅋㅋㅋ 제 형이에요.


서여주

— 네?!







놀라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예쁘다며 다가온 카페 알바생과 내가 반한 김 변호사님이 형제라니. 이게 흔한 일은 아니다. 정말 놀랐고 당황스러워 말도 잘 안 나왔다.







김태형

— 김태형이에요. 같은 김 씨. 그런데 제 형이랑은 무슨 사이에요?


서여주

— 네? 아··· 그···.


김태형

— 형이랑 친해지기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친해졌어요?


서여주

— 그냥 어쩌다가···. 친해진 거라곤 할 수 없죠. 그냥 말 조금 섞어본 정도?




“그럼 좀 섭섭한데요, 여주 씨?”







갑자기 어디선가 김 변호사님 말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고개를 휙 돌려 뒤를 보기도 했지만, 그는 어디도 없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이 동생분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중 다시 말소리가 들렸다.







“전화요.”




서여주

— 어! 잠시만요.


김태형

— 네, 받아요.







그리고는 휴대폰을 봤다. 그때 전화가 걸려 있던 것을 확인하고 동생분께 예의를 갖추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서여주

📞 뭐예요? 놀랐잖아요.


김석진

📞 전화는 여주 씨가 걸었는데요?


서여주

📞 제가요?







그때 아까 내가 망설이던 게 생각이 났다. 그러다가 잘못 눌린 것을 알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한테 민폐 끼친 건 아닐지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서여주

📞 아, 미안해요. 잘못 눌렸나 봐요. 바쁠 텐데 미안해요.


김석진

📞 아··· 다행이네요. 난 또 전화 걸어놓고 아무 말도 없어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요. 중간에 제 동생 말소리 들리고 안심했다고요.


서여주

📞 저··· 걱정했어요?


김석진

📞 그럼 사람이 전화해놓고 말을 안 하는데 걱정 안 해요?







누가 나 이렇게 걱정해 주는 게 처음이라 괜히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혼자 수줍어하고 있는데 이건 완전 놀림거리가 되어 버렸다.







김석진

📞 너무 수줍어하지는 말고요.


서여주

📞 뭐예요?! 지금 나 보고 있어요?


김석진

📞 걱정돼서 왔어요. 앞에.







김 변호사님의 말이 끝나고 앞을 보니 김 변호사님과 눈이 마주쳤고 그가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약간의 미소도 섞이며 말이다. 처음 얘기한 그때의 얼굴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얼굴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지.







서여주

— 바쁜데 여기까지 왜 왔어요.


김석진

— 지금은 별로 안 바빠요. 그나저나 제 동생이 여주 씨 예쁘다고 했죠.


서여주

— 다 들으셨구나···.


김석진

— 제 동생은 그냥 무시하세요. 제가 철벽 친 것처럼. 금사빠라 아무 여자나 다 좋아한다니까요.


서여주

— 김 변호사님과는 완전 정반대네요ㅋㅋㅋ


김석진

— 그래도 금사빠보단 철벽이 낫죠.


서여주

— ㅋㅋㅋ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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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제 동생한테 관심 있어요?


서여주

— 네? 그럴 리가요. 전 당신한테 관심 있다고요, 김 변호사님한테요. 몇 번을 말해줘야 이해할래요?


김석진

— 아···. 그런데 서여주 씨.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무슨 감정이에요?


서여주

— 네···? 갑자기 물어보면···. 음··· 설레고, 보고 싶고 이 두 개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김석진

— 여주 씨.


서여주

— 네?


김석진

— 당신한테 설레고, 헤어진 후로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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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여주 씨 좋아하는 겁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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