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 여기 안착해야지

② 도련님의 제안을 거부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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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태형] 도련님의 제안을 거부하면.





김태형

— 그런데 왜 저 알바생 계속 봐요?


김여주

— 네···? 제가 언제요.


김태형

— 저 알바생이 나보다 잘생겼어요?


김여주

— 무슨 말인지···. 얼른 드세요.


김태형

— 대답은 해줘야죠.


김여주

— 얼른 드세요.







나는 도련님의 물음에 좀 당황해서 그냥 못 들은 척 다시 헤드셋으로 귀를 덮어버리고는 노래를 틀고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넘겼다.







“대답해 달라는 내 제안 거부한 거죠. 이따가 두고 봐요.”





라는 도련님의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드셋을 끼고 노래까지 틀어놓은 상태라 도련님의 말은 듣지 못했다. 한참을 노래를 듣다가 이제 지루해져서 헤드셋을 벗고 도련님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았다. 저 크고 예쁜 손으로 키보드를 왔다 갔다 하는데 왜 멋있어 보이던지.







김태형

— 왜, 한번 해볼래요?


김여주

— 네? 제가 하면 망할 거 같은데.







이번엔 다짜고짜 도련님이 내 손을 덥석 잡아 키보드에 올리고 본인 손을 또 위에 올려 게임을 진행했다. 오늘따라 더 이상한 도련님의 행동에 나는 계속해서 떨리고 몸이 굳을 뿐이었다. 도련님이랑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다 보니까 더 기분이 이상한가 보다.







김태형

— 오 이겼다. 누나, 잘하는데요?


김여주

— 오!! 이겼어!! 도련님이 다 한 거죠, 뭐.







어느새 게임도 하고 음식도 먹고 하니까 두 시간이 부쩍 지나갔다. 슬슬 지루해지려고 할 때쯤 도련님이 모니터를 끄려고 준비했다.







김여주

— 이제 다 놀았어요?


김태형

— 누나 지루해하는 거 같아서요. 이제 그만 집에 가요.


김여주

— 조금 더 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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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아까는 극도로 말리더니만. 괜찮아요, 이제 집에 가요.


김여주

— 그래요, 그럼.







우리는 그렇게 정리를 하고 PC방을 나왔다. 태형 도련님 덕에 한 번에 PC방 완벽 적응을 한 거 같다. 약간 나오길 잘한 거 같기도 하고. 집에 사모님이 오셨을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걷다가 금방 도련님 집에 도착했다.







김태형

— 엄마 안 왔나 봐요, 차 아직 없다.


김여주

— 와··· 다행이에요.


김태형

— 뭐예요ㅋㅋㅋ 긴장했어요?


김여주

— 그럼, 당연하죠. 사모님을 아무리 많이 뵈었어도 무서운 건 여전하다고요.


김태형

— 얼른 엄마 오기 전에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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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도련님, 손 씻고 올라가세요.


김태형

— 누나도 손 씻고 내 방으로 올라와요.


김여주

— 왜요? 뭐 시키실 거 있으세요?


김태형

— 일단 올라와요.


김여주

— 알겠어요.







도련님이 먼저 손을 씻고 방으로 올라갔고, 나도 후다닥 손을 씻고 곧바로 도련님 방으로 올라갔다. 일단 올라오라는 말에 의심은 하나도 없이 다 닦이지 않아 약간 물기가 묻은 손을 옷에 마저 닦으며 도련님 방에 노크했다.







‘똑똑’





김여주

— 들어갈게요, 도련님.







그렇게 방에 들어가자마자 도련님이 문을 닫고 나를 끌어당겨 문에 밀착시켰다. 조금 전까지 순수했던 얼굴로 말하던 도련님이었는데 갑자기 이러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김여주

— ㅇ, 왜 그러세요···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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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오늘 나의 제안 거부 두 번이나 했잖아요.


김여주

— 네···?


김태형

— 처음에 PC방 간다는 거 말렸지, 알바생이 나보다 잘생겼냐는 말에 대답 안 했지.


김여주

— 알겠어요, 그 대답은 지금 해줄 테니까 나와줘요···. 사모님 오시겠어요.


김태형

— 그래서 대답은 뭔데요? 일단 얘기해요.


김여주

— ···도련님이 더 잘생겼어요.


김태형

— 잘생긴 사람 좋아해요, 여주 누나?


김여주

— 어···.







‘쾅’





그때 밖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났다. 사모님이 오신 듯했다. 태형 도련님도 들었는지 그제야 나에게서 떨어지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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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아쉽다. 다음에도 또 같이 놀아요, 누나.


김여주

— ······.


김태형

— 먼저 나가요.


김여주

— ······.


김태형

— 누나.


김여주

— ㄴ, 네? 아, 네···.







나는 서둘러 도련님 방을 나와 내려왔다. 정말 심장이 터질 거 같았던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차분한 목소리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사모님을 모셨다.







김여주

— 사모님 오셨어요?


태형M

— 어, 잘 됐다. 밖에 가서 대문 밖으로 길고양이 좀 내보내라. 계속 따라와서 집도 겨우 들어왔어.


김여주

— 네···?


태형M

— 뭐 하고 있어, 얼른 안 나가고.


김여주

— 아, 네. 알겠습니다.







사실 난 동물을 무서워한다. 어렸을 때부터 트라우마가 있어 강아지, 고양이 전부 무서워해 다가가거나 만지지도 못하는데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왔다. 나가니 정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고 그렇게 난 몇 분이 지나도록 너무 무서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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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엄마 오셨어요?


태형M

— 어, 우리 아들 공부는 열심히 했고?


김태형

— 그럼요. 근데 집사 누나는 어디 갔어요?


태형M

— 아~ 밖에.


김태형

— 왜요?


태형M

— 고양이가 계속 따라오잖아. 밖으로 내보내라고 시켰지.


김태형

— 뭐라고요?!!


태형M

— 아, 놀라라. 왜 그러니? 태형아!!!







.







김태형

— 누나!







도련님이 갑자기 나오시더니 무서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물만 고여 있는 나를 보고 나에게 뛰어왔다. 오직 도련님만이 내가 동물을 극도로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에게 와준 거 같다.







김태형

— 나한테 말을 하지. 왜 그러고 있어요.


김여주

— 무서웠어요···.


김태형

— 내가 고양이 내보낼게요. 여기서 기다려요.







그렇게 도련님은 고양이도 익숙하게 달래면서 대문 밖으로 금방 내보냈다. 그러고는 나에게 다시 뛰어와 겁을 먹은 나를 안아줬다. 정말 나도 이러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만, 상황이 별로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겁을 먹어, 그냥 안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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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지금은 거부 안 하네요.


김여주

— 그냥··· 잠깐만 이러고 있고 싶어요···.


김태형

— 미안해요, 그냥 같이 내려갈걸.


김여주

— 도련님이 왜 미안해해요···. 동물 무서워하는 제 잘못이죠.


김태형

— 그게 왜 누나 잘못이에요.


김여주

— 그냥···,


태형M

— 여기서 뭐 하니, 둘이?







우리는 서로를 편하게 안고 얘기를 나누던 중 사모님이 갑자기 밖으로 나오시고는 우리를 보셨다. 껴안고 있는 우리를 말이다. 나는 놀라 빨리 도련님 품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도련님이 내가 못 나오게 붙잡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도련님 품속에서 올려다봤다.






태형M

— 뭐하냐고 묻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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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여주 누나 겁먹어서 달래주고 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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