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태형은 옷을 갈아입고 바로 너튜브로 들어갔다. <서울의 목소리> 채널로 들어간 태형은 자신이 놓친 무언가가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채널의 커뮤니티로 들어가 더욱더 자세히 정보를 찾아보았다. 태형은 하나하나씩 천천히 보다가 커뮤니티의 어떤 글에 손이 멈추었다.

이 글에서 찾은 가장 중요한 정보는 가수 서울의 태어난 곳과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서울로 범위가 줄여졌다는 사실에 태형은 매우 기뻤다. 서울 안에서 찾는 건 한결 쉬울 것이다.
그렇게 또다시 태형의 추리가 시작되었다.
가수 서울이 서울에 산다면 서울의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자세한 나이는 몰라도 영상 속에 서울은 목소리와 체격만 얼핏 봐도 20대 초반이다. 가장 먼저 서울에 있는 대학교들 중에서 실용음악학과가 있는 학교는 모조리 찾아서 하나하나 들리기로 결정한다. 지금으로써 가장 확실한 증거는 왼쪽 손등에 있는 선명한 흉터이니, 대학생의 왼쪽 손등을 확인하는 일이 첫번째 일이다. 왼쪽 손등에 가수 서울과 비슷한 흉터가 만약에 있으면, 두번째로 목소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얼마나 서울과 목소리가 비슷한지 들어본 뒤, 허락을 받고 설주나한테 했던 것처럼 음성 확인 검사를 하면 된다.
꽤 괜찮은 방법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얼굴 가득히 띈 태형은 한빛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미 늦은 시간이였기 때문에 전화를 거는 건 예의 없는 짓이였다.
받는 사람 한빛 씨
늦은 시간이라서 문자로 보내요. 가수 서울이 서울에서 태어났고 지금 서울에서 산다는 정보를 찾았어요. 내일 서울에 있는 대학교들 중에서 실용음악학과가 있는 학교를 모두 찾을 생각이에요.
태형은 한빛에게 문자를 보낸 뒤, 뒤늦게 밀려오는 배고픔에 배를 채우려고 주방을 뒤적거린다. 역시 혼자 살아서 그런지, 있는 건 라면 한봉지 뿐이였다.

“내일 마트에서 뭐라도 사야겠다.”
다 큰 아들에게 가끔씩 각종 반찬을 들고 찾아오시는 어머니지만, 태형은 미안한 마음에 힘들게 뭐하러 이런 거 해오냐면서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그 말에 상처 받으신 건지, 몇달째 찾아오지 않으셨다. 너무 심하게 말했나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태형은 그럴 수록 더욱더 어머니께 전화를 들이지 못하였다.
하나뿐인 라면을 끓인 태형은 한빛에게서 문자 답장이 왔는지, 거실 식탁에 있는 전화기를 확인하였다. 자신이 라면을 끓이는 사이에 한빛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고 태형은 재빨리 답장이 뭐라고 왔는지 확인하였다.
발신자 한빛 씨
설마 했는데, 정말로 가수 서울이 서울에 살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내일은 서울에 음악학과가 있는 대학교만 찾으실 건가요?
받는 사람 한빛 씨
찾은 다음에 하나하나씩 찾아가 봐야죠. 우리의 목표는 하루 빨리 가수 서울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니깐요.
태형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태형이 답장을 보내자마자 한빛에게서 답장이 왔다.
발신자 한빛 씨
저의 말도 같지 않은 힘든 일을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태형 씨. 오늘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혹시 라면만 드신 건 아니시겠죠?
한빛의 답장에 호로록 먹고 있었던 라면에 사례가 들렸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어찌나 정확하게 말하는지, 세삼 놀란 태형이다.
받는 사람 한빛 씨
그럴리가요. 열심히 일 했으니까, 저녁은 든든하게 먹었어요. 내일도 저랑 같이 대학교로 가실 건가요?
기자가 보통 바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태형도 잘 아는 사실이다. 실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한빛까지 같이 하게 하는 게 자꾸 마음에 걸렸었다. 명색에 탐정인데, 이렇게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발신자 한빛 씨
내일은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 미안해요.
받는 사람 한빛 씨
바쁘시면 굳이 저랑 같이 가수 서울을 찾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해야 하는 일에 바쁜 한빛 씨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요.
발신자 한빛 씨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태형 씨. 그래도 전 시간 날 때마다 가수 서울을 찾는데, 꼭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래준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라는 답장을 마지막으로 이 둘의 대화가 끝났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처럼 태형과 한빛은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일 가수 서울을 찾기 위해서 서울을 돌아 다니려면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태형은 한빛과 문자를 주고 받다가 불어버린 라면을 순식간에 먹은 뒤, 씻고 잠자리에 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