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가수, 서울은 누구인가?

6장. EP16 서울에 있는 대학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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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한 태형은 집에서 나와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집에 가져다 둔 다음 사무소로 향했다. 아침은 든든하게 챙겨 먹으라고 했던 한빛이 생각나서 태형은 사무소 가까이에 있는 토스트 가게에서 더블치즈돈가스 토스트를 사서 먹었다. 자신을 위해서 먹는 거였지만, 태형은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든든하게 토스트를 먹은 태형은 자신의 일의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가 세운 계획으로는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서울에 있는 실용음악과를 찾는 것이였다. 

 ‘실용음악과가 있는 서울의 대학’이라고 인터넷에 검색해 본 결과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의 있는 대학교 중에 실용음악과가 있는 학교는 총 9군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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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홉개 학교의 실용음악과를 하나하나 들려서 대학생들의 왼쪽 손등의 흉터를 가장 먼저 확인한 다음에 가수 서울과 가장 비슷한 목소리를 찾을 예정이다.

오늘은 한빛이 없으니, 태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해야 한다. 한빛과 같이 있을 때는 못 느꼈지만, 막상 혼자서 하게 되니,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 태형이었다. 처음에 태형은 혼자서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첫번째 사건이다 보니,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둘이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해결책 나온다’는 말처럼 태형에게는 일을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 일이 끝나면 다른 사람을 뽑아서 같이 일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태형은 하였다. 

혹시나 필요할지 모르는 자신의 명함과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수첩 챙긴 다음 무언가에 더욱 집중을 하게 만드는 안경까지 쓴 태형은 사무소에서 나와 가장 첫번째 목적지인 서울대로 향하였다. 만약에 서울에 실용음악과가 있는 대학 중에서도 가수 서울을 찾지 못하면 경기도에 실용음악과가 있는 대학교들을 찾아 다닐 생각이다. 아주 만약에 이 모든 대학교에서 그가 가수 서울을 찾지 못하면, 그때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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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안으로 발을 들이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좋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자랑하는 서울대, 해마다 수험생이 약 60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합격 확률은 약 200분의 1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률을 뚤고 합격해서 들어오는 거라서 그런지 서울대는 마냥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정 반대였다. 어떤 대학생들은 평범하게 하하호호 거리면서 수다를 떨었고, 어떤 대학생들은 수업 공부를 하였고 모두 각자의 일을 하였다.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을 보고 있었던 태형은 정신을 차리고 한 대학생에게 다가가서 실용음악과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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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실용음악과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태형은 물어보는 사람에게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지키면서 물어보았다.








“아, 네. 실용음악과는 여기에 없구요. 서울대 
음악대학으로 찾아가셔야 해요.”








서울대는 학교가 다 따로 나누어져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실용음악과는 서울대본교에 있는 것이 아닌 서울대 음악대학에 있다는 것이다. 








    “앗, 감사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 태형은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게 서둘러 서울대 음악대학으로 향했다. 가까운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서울대본교랑 서울대 음악대학의 거리가 꽤 있었다.

‘찾아오기 전에 잘 확인하고 올 걸’하면서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지나간 일을 다시 돌려 놓을 수 없으니, 태형은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서울대 음악대학에 도착한 태형은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음악대학이다 보니, 실용음악과로 함께 있는 게 아니라, 모두 나누어져 있었다. 성악과로 시작해서 작곡과, 기악과, 국악과 그리고 대학원 음악과까지 다양한 과들이 있었다. 이곳에서 왼쪽 손등에 흉터가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알아본 결과로 모든 학과에 총 158명의 학생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158명의 학생 중에서 여학생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학생이 다 학교에 왔는지, 않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태형은 사람을 찾아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사정해서 겨우 모든 학과 학생의 이름 명단을 받았다.

성악과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학생들의 동의를 구해서 여학생들의 왼쪽 손등에 흉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였다. 성악과와 작곡과에는 모든 여학생들이 와 있었고 모두의 왼쪽 손등은 흉터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 다음으로 기악과, 국악과의 여학생들을 확인한 결과 가수 서울과 비슷하거나, 똑같은 흉터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각자의 이유로 결석을 한 여학생들에 대해서 친구들한테 물어본 결과 왼쪽 손등에 흉터가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야심차게 시작한 서울대 음악대학에는 가수 서울로 추정할 수 있는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점심까지 굶으면서 서울대 음악대학 전체를 누빈 태형은 기진맥진해졌다. 슬찬은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처럼 온몸의 힘이 다 빠진 상태였다. 

겨우 한군데 밖에 확인 못했는데,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태형의 마음만은 오늘 안에 모든 곳을 들리고 싶었지만, 힘이 다 빠진 몸은 기운이 팔팔한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기진맥진해진 태형을 괜찮다고 위로해 주듯이 차갑지 않은 바람이 솔솔 불었다. 

그때 마치 태형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듯이 한빛에게서 전화가 왔다.

솔직히 태형은 한빛의 전화를 받을 면목이 없었다. 겨우 이 정도로 지쳐버린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한빛이 무슨 얘기를 꺼낼지 몰라서 슬찬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매우 힘 없는 목소리로 한빛의 전화를 받은 태형.








    “테형 씨, 어디 아파요? 목소리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힘이 없는 태형의 목소리에 걱정이 된 한빛이다.







“아픈 거 아니예요. 서울대 음악대학을 열심히 돌아서 
조금 지친 것뿐이에요.”

“설마 아무것도 안 드시고 찾아 다니신 건 아니죠?”







한빛의 말에 태형은 매우 찔렸다. 안 그래도 배도 고파서 쓰러질 지경이기 때문이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아무것도 안 드신 거예요?”






태형에게서 답이 없자 한빛은 말을 덧붙였다.







"지금 서울대 음악대학이세요? 조금만 기다려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






결국에 한빛은 직접 태형은 데리러 오기로 한다. 자신이 준 일을 이렇게 고생하면서 하는 태형에게 고맙고 그리고 미안했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차를 몰고 온 한빛은 거의 반 죽어가는 태형을 차에 태웠다.







“제 일을 하루 빨리 해결해 주실려고 노력해 주는 
태형 씨의 마음은 정말로 감사한데, 자신의 몸은 
생각해 가면서 해요.”







한빛은 진심으로 태형을 걱정했다. 아침도 잘 안 챙겨 먹고, 일에 정신줄을 놓으면 점심도 안 먹고, 늦게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은 보나마나 라면으로 떼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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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제가 한빛 씨에게 가수 서울을 하루 빨리 찾아줘야 겠다는 마음만 너무 앞선 것 같아요.”









한빛이 태형에게 가수 서울의 정체를 찾는 일을 의뢰한 건 알다싶이 그에 첫 번째 일이라서 실패 없이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밥부터 먹죠. 지금 태형 씨 모습은 바람이 세게 불면 날라가 버릴 것만 같네요.”






장난 어린 말은 꺼낸 한빛은 태형의 얼굴의 미소를 띠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