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가수, 서울은 누구인가?

7장. EP18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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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날도 다른 날들처럼 다름없이 아침 일찍 사무소로 향한 태형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 건지, 그냥 태형의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건지 오늘따라 좋은 느낌이 드는 날이었다. 

날이 가면 갈 수록 따뜻해지는 날씨와 짝짓기를 하는 새들이 봄의 계절이 왔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꽃 다운 나이에 꿈을 이루려고 연애 한 번 못해본 태형은 길가의 커플들을 보면서 언젠간 연애를 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였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지 않은 자신이기 때문에 여자친구는 절대로 힘들게 하지 않아야 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렇게 태형이 한참 상상의 나라에 빠져 있었을 때 쯤, 앞에서 리어카에 박스를 한가득 실어서 끌고 오는 할머니가 보였다. 태형은 일초의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끌어 드릴게요.”

“어유... 괜찮어, 총각.”

“아네요. 제가 끌어다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그 자리에서 한 20분 거리가 되는 할머니의 집까지 태형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리어카를 끌어다 주었다. 비록 땀 범벅이 되었지만, 태형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참으로 참한 총각이구먼, 너무 고맙구려.”

“할머니, 항상 몸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총각, 잠만 기다려 보게”





태형을 기다리라고 하고 집으로 들어가신 할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고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오셨다. 





“자, 이것은 내가 직접 만든 식혜여. 그리고 이 팔찌는 소원을 들어주는 팔찌인디, 총각에게 소중한 사람한테 주도록 해. 그 소중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면 더 좋구.”





큰 물병에 가득 담겨져 있는 식혜와 소원 팔찌라고 하는 팔찌는 분홍색과 빨간색 그리고 하얀색의 실로 엮어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식혜는 잘 마시고 팔찌는... 꼭 
소중한 사람한테 주도록 할게요.”





할머니에게서 식혜와 소원 팔찌를 건네 받은 태형이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총각 꼭 복 받을 거여.”





태형이 시아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신 할머니는 태형이 더이상 보이지 않자 집으로 들어가셨다.

할머니에게서 건네 받은 식혜와 소원 팔찌를 손에 든 태형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사무소로 향해 걸어갔다. 사무소에 거의 다 다르자, 태형에게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얼굴이 보였다.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간 태형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한빛 씨, 오셨으면 전화 하시지 왜 그냥 서 계세요.”

“저도 방금 왔어요. 근데 태형 씨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는데요?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평소보다 행복해 보이는 태형을 보고는 한빛이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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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날이네요. 오늘은 하는 일마다 잘 풀릴 것 같아요. 그리고 한빛 씨도 저랑 함께이니까.”





슬찬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한빛 씨도 저랑 함께이니까’라는 말은 한빛을 감동 시켰다.

태형과 한빛은 같이 사무소에 들어온다. 컵을 하나 꺼내온 태형은 한빛에게 물어본다.





“한빛 씨, 식혜 좋아하세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한 한빛이지만, 이내 입을 열고는 말했다.





“네. 저희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식혜를 정말 
좋아했었어요.”

“어떤 할머니 분이 직접 만들었다고 저한테 주셨어요.”





태형은 물병 안에 들어있는 식혜를 흔들어 뚜껑을 열어서 컵에 따른 뒤, 한빛에게 건넸다.





“이렇게 귀한 걸 주셨다니, 태형 씨가 좋은 일 해드리셨나 봐요?”  

“좋은 일 맞기는 한데, 쑥스럽네요.”

“태형 씨 덕분에 제가 귀한 거 마시네요. 잘 마실게요.”





태형에게서 건네 받은 식혜를 마신 한빛의 두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평범하게 편의점에서 파는 식혜들과 달리 자연스러운 단맛과 찹쌀맛이 딱 알맞게 숙성되어 있어서 그 맛이 더욱더 깊었다. 할머니가 해주시던 식혜의 맛이 떠올라서 한빛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 저도 참 주책맞네요...”





한빛의 눈물에 태형은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건넨다.

태형에게서 손수건을 건네 받은 한빛은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이 식혜를 마시니,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한빛의 말을 들은 태형은 잠시 생각하더니, 한빛에게 식혜가 들은 물병을 내밀었다.





“이거 한빛 씨가 가지고 가서 마셔요.”





갑작스러운 태형의 행동에 놀란 한빛은 손사래를 쳤다.





"아네요. 태형 씨가 좋은 일 해서 받을 걸 제가 어떻게 받아요. 그리고 태형 씨는 한모금도 마시지 않으신 것 같
은데.”

“그럼 지금 마시면 되죠.”





자신의 컵을 가지고 와서 식혜 한 잔을 따라 마신 태형은 다시 한 번 더 식혜를 한빛의 앞으로 내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이렇게 하기로 해요. 여기 냉장고 있으니까, 저기 넣어 놓고 우리 같이 
나누어 마시는 건 어때요?”





솔깃한 제안을 하는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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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렇게 싸우는 것보다 그게 좋겠네요."





이제야 말이 맞은 이 둘은 식혜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수 서울을 찾으러 사무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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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인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뜻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협력하여 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팬플 진짜 언제 움짤 오류 고쳐줄 건지, 움짤 첨부가 안 되서 너무 불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