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가수, 서울은 누구인가?

8장. EP20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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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날은 예나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다른 대학교로 가지 않고 태형은 부모님 집으로 한빛은 집으로 갔다.

탐정의 꿈을 이룬다고 어린 나이에 자신들의 품에서 일찍 떠나버린 아들이 부모님은 항상 걱정 되셨다. 하나뿐인 아들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탐정 일이 힘들지는 않은지, 이제 나이도 먹어가는데 여자친구는 사귀는지. 비록 다 큰 아들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걱정이였다. 언제나 자식 걱정인, 이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 아니지 싶다.




“아들 올 거면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네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끓였을 텐데, 지금 해 줄까?”

“이거 먹으면 돼. 뭘 또 하려 그래, 안 해도 돼.”




식탁에 놓여져 있는 김치찌개를 발견한 태형이 밥솥에서 밥 한 그릇을 퍼 와서 의자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밥을 먹기 시작한 아들을 보고는 냉장고에서 슬찬이 좋아하는 여러개의 반찬을 꺼내온 어머니는 하나하나씩 뚜껑을 열었다. 




“아들 반찬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나 말해.
 엄마가 갖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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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반찬 가지고 오지 마. 내가 와서 가져갈 
거니까.”




항상 무거운 반찬을 들고 오는 어머니한테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었다. 그래서 태형은 이제부터 부모님한테 낳아주고 키워주신 모든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열심히 효도를 해주고 싶었다.

태형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는지, 짐작이 가신 어머니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근데 아빠는 아직 안 오셨어?” 

"너희 아빠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신단다.”




태형의 아버지는 차가워 보이셔도 해줄 건 다 해주는 좋은 사람이시다. 무뚝뚝해 보여도, 마음만은 따뜻하신 아버지교셨다.




“아들 일은 안 힘들지?”

“어. 안 힘들어. 난 정말로 이 일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좋아.”




태형의 대답에 그제서야 어머니의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 놓이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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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자고 가도 되지?”





자고 간다는 아들의 말에 얼굴에 환한 웃음꽃을 피우신 어머니는 당연히 된다는 말을 남기시고 예전에 태형이  쓰던 방에 이불을 피려고 들어가셨다.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오랜만에 집에서 자는 거라서 그런지, 태형은 평소보다 더 편하게 푹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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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하예나한테서 연락이 올 때까지 잠시 휴식을 가지기로 했기 때문에 태형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서 어머니가 차려준 된장찌개를 든든하게 챙겨 먹고 나왔다.

사무소에 들어온 태형은 요즘 가수 서울을 찾아다니느라 못했던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빗자루로 바닥의 쓰레기랑 먼지를 쓸었고 적신 수건으로 쌓인 먼지들을 닦았다. 일이 없었을 때는 할 일이 없어서 태형은 매일 같이 사무소를 청소했었다. 

청소를 거의 다 마쳤을 때 쯤, 태형의 전화기가 울렸다. 발신자는 한빛이었다.





“여보세요?”

“태형 씨, 제가 바쁘신데 전화 걸은 건 아니죠?”

“네. 안 바빠요. 혹시 하예나 씨한테서 연락이 왔나요?”

“왔어요. 다행히도 예나 씨가 음성 확인 검사를 
하겠다네요.”




한빛의 대답에 마음이 놓인 태형이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한 말 실수 때문에 예나가 음성 확인 검사를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해었다.




“하아... 정말로 다행이네요. 저 때문에 안 한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 했었는데.”

“태형 씨가 나쁜 사람이 아닌 걸 예나 씨도 느꼈을 
거예요.”




이렇게 같이 가수 서울을 찾으면 찾을 수록 태형과 한빛은 더욱더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생겼다. 평범하게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 뿐만 아니라 이성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말이다.

경희대 앞에서 만난 둘은 실용음악과에서 예나가 부르는 보고싶다를 디지털 녹음기에 녹음했다. 

예나가 부르는 보고싶다는 정말로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만큼 예나는 노래에 감정을 실어서 진심으로 불렀다.

예나의 노래가 진심으로 와 닿았는지, 태형은 등을 돌리고는 손수건으로 흘린 눈물을 닦았다. 아무래도 오늘로 두 번째로 만나는 예나한테 자신의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겠지. 한빛한테는 처음 만날 날 눈물을 보였지만 말이다.




“탐정님 되게 무서운 분이신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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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가 많이 무례 했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태형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일에만 몰두 하면 이상하게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것뿐이에요."




  
자신을 무서운 사람이라고 오해하지 말라면서 손사래를 치는 태형이 한빛 눈에는 귀여워 보였다. 그런 한빛은 태형에게 말했다.




“ㅎㅎ 아무도 오해 안 하니까, 걱정 말아요.”




한빛의 말에 얼굴에 웃음을 띈 태형은 예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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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한 말 때문에 많이 화나셨을 텐데, 음성 확인 검사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네요.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처음에는 좀 안 좋은 인상을 남겼지만, 마지막에는 서로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 헤어질 수 있었다. 사람 간의 관계란 정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알송달송 한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조금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예나의 녹음을 태형이 법원으로 가서 연구원에게 주었다. 오늘은 정말로 검사해야 할 음성이 많다고 해서 검사 결과는 내일 아침에 나온다고 하였다. 이번에는 예나가 꼭 가수 서울이길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태형이다. 만약에 가수 서울이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실용음악과 대학생이 아니라면 더이상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