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가수, 서울은 누구인가?

8장. EP21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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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기가 먹고 싶어져서 태형은 한빛을 불러서 같이 저녁으로 밖에서 고기를 먹기로 한다. 사무소 앞에서 만나기로 해 태형은 한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빛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태형의 사무소를 기웃거렸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잘생긴 남자였다. 어깨에 카메라를 멘 걸 보면 이 사람은 아마도 한빛의 동료인 것 같다. 한마디로는 한빛과 같은 KBC 기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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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시죠? 제 사무소를 찾아오셨습니까?”





 태형의 질문에 태형을 바라본 남자가 묻는다.




  
“여기가 김태형 씨 사무소 맞습니까?”

“맞습니다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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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빛 씨 어딨습니까?”





도대체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지 태형은 궁금했다. 한빛은 자신의 일을 사람들에게 잘 말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왜 서한빛 씨를 여기서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쪽이 누군지도 모르니, 알려줄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태형이 말을 마친 뒤, 그들의 옆에 한빛의 차가 멈춰섰다.
  




“태형 씨, 타요.”





창문을 내리고는 태형에게 타라고 한 한빛은 태형의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놀란 눈으로 그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





“전정국? 네가 왜 여깄어?”





 태형의 추리 대로 이 남자는 한빛의 동료이자 후배였다.
    




“누나가 하도 회사에 안 나오셔서 제가 직접 찾으러 
왔잖아요.”

“오늘은 돌아가 내일 얘기하자.”





한빛의 말에 한껏 서운한 표정을 드러낸 정국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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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누나 찾으려고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그냥 보내실 거예요...?”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정국은 이제서야 듣고 싶은 질문을 들었다는 듯이 세상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선배, 저 밥 사주세요. 이왕이면 고기로.”





한빛의 세상 당당한 정국에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이둘의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서 있는 태형한테 미안했다.





“하아... 태형 씨, 괜찮으시다면 제 후배도 같이 데리고 가도 될까요?”





순간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을 뻔했었던 한빛이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삼켜버렸다. 하마터면 자신도 태형에게 소원권을 내줄 뻔했다.

한빛의 부탁에 착한 태형은 은쾌히 허락하였다. 그렇게 되서 앞자석에는 태형이 뒷자석에는 정국이 앉았다. 





“누나 안 쓰는 오른손으로 운전하는 거 안 힘들어요? 
제가 할까요?”

“누나 아니고 선배라고 부르라 했다. 그리고 나 
괜찮으니까, 그냥 조용히 가자.”





태형은 대신 운전을 해주겠다는 정국이가 한편으로 부러웠다. 자신도 한빛한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운전면허가 없기 때문에 운전마저도 대신 해줄 수가 없었다. 할 줄 아는 것도 많이 없고 잘난 것도 없는 자신이 태형은 초라했다.

항상 한빛이 태형을 식당으로 데리고 갔지만, 이번에는 태형이 추천한 고깃집으로 찾아갔다. 사람이 세명이니, 삽겹살 삼인분을 시켰다. 공깃밥 세개에 된장찌개는 서비스로 왔다. 

태형은 정국한테 편하게 말을 놓고 정국은 태형은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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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고기는 제가 구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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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고기는 형인 내가 구워야지.”





서로가 고기를 굽겠다면서, 의미없는 두 사람의 신경전에 피곤해 죽을 것 같은 한빛이다.





“두 사람 다 동작 그만. 고기는 내가 굽는다.”





한빛의 포스에 두 남자는 둘 다 입을 다물고 가만히 앉았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조용해진 두 남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한빛이 삽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굽는 소리에 배가 많이 고팠던 태형과 정국은 입맛을 다셨다.

다른 누군가와 고기를 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하는 건 태형에게 처음이었다. 탐정이 되기 위해서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한 태형은 지금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일지는 몰라도 그 누군가에게는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