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응, 엄마. 잘 도착 했어요. "
" 아, 응, 응응. 알겠어요. "
전에 살던 집으로 들어왔다. 이 근처에 택시에서 내려 걸어오는 중에 그 애들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오기만 하면 바로 만날거라는 착각을 했다. 한국, 예전 폰으로 전화를 몇번 해봤는데 모두 받질 않았다.
모두 성인이 되니 바빠진 거겠지.
***
" 하... 혼자 사는거 의외로 외롭네. "
" 강아지 한마리 키울까... "
나밖에 없는 이 빈 집에 혼자 있으려니 평소보다 몇배는 더 외로웠다. 5년 전에는 외로움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은데. 그 애들과 헤어지고, 성인이 되고나니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 이렇게 있지 말고 나가서 먹거리나 사오자. "
***
" 형, 오늘은 쉬는 날 맞지? "

" 맞다니까. "
" 왜?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되는데. "
" 그럼 나 나갈래. "
" 어디 가는데? "

" 딱히 갈 곳 없어. 그냥 오늘따라 밖에 나가고 싶네... "
***
지수형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아, 쌀쌀한 날씨에 집으로 들어갔다가 겉옷을 챙기고 다시 나왔다. 앞을 보지 않고 하늘을 보며 걷고있었다.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미르의 집으로 향했다.
미르가 떠난지 5년도 지났지만 그 5년이란 긴 시간동안, 그 집은 빈 집이었다. 아무도 여길 오지 않고 찾지도 않았다. 미르가 이사를 갔더라면 그 집은 진작에 팔렸을 텐데. 왜 아직도 빈집일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미르네 집 앞에 섰다. 창문으론 빛과 약간의 티비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놀랐다. 5년동안 잡음 하나 흘러나오지 않았던 집인데, 불도 겨져있고 티비소리도 흘러나온다.
미르네 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 미르야! 조미르!! "
" 나 순영이야, 문 좀 열어줘!!! "
아무리 두드리고 소리쳐봐도 문은 굳게 닫힌채 열리지 않는다. 왜인지 모르게, 당연히 미르가 이 집에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잠시 나갔나보다. 미르네 집 앞에 가만히 있어서 기다릴까, 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난 일초라도 빨리 미르를 보고싶은 생각해 무작정 달렸다.
미르가 어디 있을지도 모르면서.
이 집 주인이 미르가 아닐수도 있는데.
***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냥 미르가 갈 만한 곳이라면 다 가봤다. 하지만 끝내, 미르를 보지 못하였다. 엇갈리는건지 아니면 그 집 주인이 미르가 아닌건지 알 방법은 없었다.
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보면 알 수 있을텐데.
주머리를 뒤적거렸다. 겉옷의 주머니, 청바지의 주머니 모두 봤지만 내 핸드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집에 놓고왔나보다.
하는 수 없이 마지막 희막을 안고 미르가 자주가는 마트로 향했다.

" 거기엔... 있겠지. "
***
마지막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다. 신호등이 바뀌고 이것만 건너면 마트다. 초조한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신호를 기다렸다.
" 빨리 바뀌어라, 바뀌어라... "
마트 안을 뚫어져라 봤다. 아직까지는 미르가 보이지 않았다. 신호등을 한번 보고 마트 안을 다시 봤다.
거리가 꽤 되지만 난 제대로 봤다.
반대편에 미르가 서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다가 오른쪽으로 틀어서 간다. 저쪽길도 미르네 집에 가는 길이다. 난 어서 잡고싶은 마음에 계속해서 발을 구르며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자 마자 나는 죽어라 뛰었다. 미르를 향해.
겉모습이 많이 변해있었지만 알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아 본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그런다. 미르라고. 미르에게 달려가라고.
달리는 속도와 같이 내 심장도 쿵쾅쿵쾅, 쿵쾅쿵쾅 뛴다. 숨이 차도록 달려서 뛰는건지, 아니면 5년만에 다시 미르를 볼 생각에 좋아서, 설레여서 뛰는건지 모르겠다. 그저 내 마음엔 미르를 보고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는 것만은 알 것 같다.
***
" 무슨 한시간마다 한번씩 전화해? "
" 네, 어어, 샀어. 엄카로 다 했지. 어, 끊자고요? ... 푸흐, 네~. 끊어요. "
한시간에 한번씩 오는 엄마의 전화를 끊고 내가 들고있는 봉지 안을 들여다 봤다. 그 안에는 과자들이나 술, 반찬거리들이 있었다.
" 어우 배고파. 얼른 가서 먹어야지. "
미르야! 조미르!!
뒤에서 자꾸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무서운 마음에 난, 집까지 달렸다. 달리는 속도가 걷는 속도와 비슷하긴 하지만 달렸다. 걷는것 보단 나을테니.
***
집으로 달리는 도중에도 계속 들린다. 분명 내가 아는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뒤를 돌면 목소리에 주인이 있는것도 아니다. 아무도 없다. 진짜 무서웠다.
이제 여기만 돌면 우리 집이다.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터억, 잡았다. 그리고 뒤에선 숨 고르는 소리가 들린다. 무서운 마음에 눈을 감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미르야... 눈 떠봐. 나 잊은거야..? "
정말로 익숙한 목소리였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설마,
설마하며 눈을 떴다. 내 앞에는 정말로 그 애가 서있었다. 땀을 흘리며. 그 애인줄 알았더라면 뛰어오지 않았을 텐데.

" 미르야... 불안하게 더 예뻐졌다. "
" 화를 내야되는데 못내겠어. "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너무나도 보고싶었던 그 얼굴이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더 성숙해진 채로. 더 멋있어졌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
미르를 보면 제일먼저 화를 내야지, 하고 있었다. 왜 연락이 안됐냐고, 왜 1년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았냐고. 화를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낼 수가 없었다. 이런 미르한테 화를 어떻게 내...
나는 미르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 울지마, 뚝. 울지마 미르야. 나 여기 있잖아. "
미르는 울고있는데 내 입꼬리는 하늘로 승천중이다. 미르를 봐서 좋아하는 내 마음을 숨길수가 없다. 너무나도 좋았다. 이대로 죽어도 좋을만큼 좋았다.
오랜만이라 분량조절을 잘 못하겠어요...
늦게와서 정말정말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