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은 다 이렇게 시작하였다. 그저 골목을 지나가다가 탕 소리가 나서 놀라서 봤더니 사람이 죽어있었고 어떤 한 사람이 그 죽은 사람의 피가 묻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혀로 볼을 핥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그저 숨을 갑자기 들어오면서 소리가 났다. 그 골목에서는 자세히 보니 하나의 시체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셀수 없는 시체들과 한 명의 사람 그리고 나. 그 소리에 그 사람이 나를 보자 온 몸이 통제권을 잃은 듯 굳어서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보는 시체와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사람. 그 사람이 일을 마쳤는지 손을 털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봤네"
그가 말한 말은 정말 간단한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사형선고와 똑같았다. 봤다라는 말과 함께, 순간 나는 이렇게 싹하고 굳어버렸다. 순간 소름이 확 돋더니 눈이 파르르 떨려왔다. 몸의 모든 기관은 나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이 단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럼에도 몸은 얼은 듯 움직이지 않았지만, 손과 입, 눈은 상황파악이 안되는건지 계속 움직였다. 그가 쏘는 총알에 머리를 관통당하고 힘 없이 바닥에 쳐박히는, 사람의 최후가 너무나도 초라하였다. 그의 어딘서 슬퍼보이는 비틀린 냉소가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다. 그리고 그는 내 이마에 차갑게 맞닿은 총구 끝으로 그의 손의 자잘한 떨림이 전해졌다. 골목에 스쳐 지나간 총알은 벽에 박혀 자국을 남겼다. 덜덜 떨리면서 눈물이 툭하고 나왔다. 곧이어 그의 입술이 내 입술 위를 거칠게 포겠다. 광기가 넘쳐보이는 그의 눈빛을 날 잡아먹을 듯 공격적이었다. 거칠게 들어오는 그를 받아내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보면서 피식하고 웃었다. 남자의 시선은 내가 어딜 가든지 따라왔다. 그 시선은 끈적거리고 집요했으며, 고집스러웠다. 왜 이렇게 나를 보고 있는 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려고 애썼다.
"너, 키스 처음이지?"
순간 수치심이 확하고 올라왔다. 그의 끈질긴 시선이 내 입술을 끝이 없을 정도로 바라보면서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신경을 건들렸다.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그가 이겼다.
'시발'
나를 그렇게 무례하게 구는 이에게 목숨을 구걸해봤자 나를 짐승 취급하고 노리개 취금할 것이 뻔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검은 정장, 가로등 불이 닿아 드러나는 목에는 피로 물든 가려졌던 날카로운 타투가 보였다. 내가 뒷걸음질을 치자, 나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오는 그가 두려웠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푸흐.."
그가 웃자, 그만 수치심이 확하고 올라와버렸다. 화가 난 나는 씩씩거리면서 그의 정강이를 차려고 발을 뻗자, 그는 예상했다는 듯이 나의 발을 피하면서 나에게 웃으면서 더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같이 가자."
너무나도 야릇한 목소리에 만일 제정신이 아니였으면 마치 천사를 만나는 것처럼 그를 따라가서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제정신이 아니였다면 그가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려도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의 손끝이 나의 옷을 확하고 잡아당겼다.
툭!
하고 천이 뜯겨져 단추가 뜯겨 바닥을 굴렀다. 단추가 나뒹구는 소리에 정적에서 풀려났다. 내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새빨갛게 물들었고 단추가 떨어진 옷자락을 놓고 나의 어깨를 세게 쥐며 그는 말했다.
"암묵적으로 동의한거다?"
그의 눈에는 어떤 죄책감도 어떤 감정도 아닌 그저 흥미와 나로 인한 흥분,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걸 알았다는 자극이 들어온 것 같았다. 이런 건 내 삶에서 제외되어야하는 끔찍한 장면이 인생의 길이 펼쳐져있었다. 가까이 오자, 코든향수의 내음과 코 끝을 찌르는 듯한 피 비린내가 확하고 느껴졌다. 그 냄새가 섞여서 역겨운 냄새가 내 코와 신경을 자극하다 못해서 순간 마비시켰다. 그리고 무슨 냄새로 인해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일어나."
나를 납치한 그는 천연덕스러운 말투와 나른한 음성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순간 천사인 줄 알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실상은 나를 지옥으로 밀어넣을 악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입가를 살며시 올리자, 나는 순간 숨을 헉하고 참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모습에 순간 숨 쉬는 법을 까먹은 듯 하였다.
"왜? 잘생겼나봐?"
그는 내 속을 뒤집어 놓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놓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 또한 그의 모습 때문에 화나가서 그를 째려보자, 그는 광기어린 모습으로 피식 웃더니 턱을 한 손으로 잡으면서 말했다.
"사랑스럽네"
그는 마치 어린 아이가 할 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눈은 누군가를 지금 당장이라도 해칠 수 있는 눈빛이었다. 그가 웃을 때 유일하게 웃지 않은 것이 바로 눈이었다. 사람은 눈으로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도 그런 사람일도 모른다. 그 약점을 건드려고 하는 순간 그는 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신기한 물건이야"
그는 날 물건이라고 하였다. 날 인격체로도 동물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무생물로 생각하면서 피식 웃는 그가 너무나도 싫었다. 그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나다 못해 격분을 하려고 하는데, 그가 나에게 갑자기 확하고 다가왔다. 그것에 놀란 나는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눈물이 주룩하고 나왔다. 왜냐하면 가까에서 본 그는 아름다웠지만 피투성이고 누군가의 원망이 담겨져있는 셔츠가 있엇기 때문이다.
"ㅎ...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