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납치한 이유

2. 속셈

 그가 순간 내 주변의 벽을 치자, 급하게 뛰어와 숨을 몰아쉬는 듯 나는 그렇게 밖에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몸을 살짝 구부리고 무릎에는 그에게 묻어있는 핏자국이 나한테도 묻어있었다. 그것을 보고 놀란 나를 눈치챘는지 그는 나의 무릎을 살짝 감싸면서 핏자국을 보지 못하게 하였고 그의 큰 손에는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구부려진 내 몸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그가 쭈그려 앉아서 나랑 눈을 맞췄다. 그의 검은 머리는 부분부분 피비린내가 나면서 떡져있으면서도 젖어있었다. 아마도 피가 응고되기 전과 후여서 그럴 것이다. 불어오는 밤 중의 바람일까 아님 인위적인 바람인가 거기에서도 약간의 비린내와 땀내, 그리고 뭔지 모를 비누향이 났다.



"이 정도에 놀라다니 웃기는 사람이야"

"ㅇ, 어..으..."



  땀에 젖은 그의 목소리와 모든 게 섞인 냄새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게 막는다. 나는 물기 젖은 목소리로 그를 바라보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어떤 행동도 용납되지 않은 한 상자에 갇힌 듯하였다. 그리고 눈물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주르륵 하고 내 뺨을 타고 흘렀다.


"정말 약해."



  이런 거 가지고 이렇게 엄살을 떨 줄이야. 그는 나를 보고 중얼거리면서 나를 벌레 바라보듯 한참을 바라봤다. 그렇게 하등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을 처음이었다. 아무리 많은 무시를 받아봤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건 지독하게 수치스러웠다.



"야이.."

"왜? 욕하게?"



  나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던 몸도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눈빛은 살기도 무례하다는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흥미롭다는 것도 아니고 다정하였기 때문이다. 이상한 사람. 순간 입을 꾸욱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다정한 행동에도 나는 그에게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다.



"뭐해 어서 쏘지 않고 니가 제일 잘하는게 사람 죽이는 거 잖아"



   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를 기만하였고 다정했던 그의 손이 멈칫하고 그는 내 목을 손날로 쳤고 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내가 일어났을 땐, 입에 재갈이 물러져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는 수갑이 묶여있었고 그는 그런 날 보고 배시시 웃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저 검지에 힘을 주면 죽일 수 있는데 널 농락한 날 죽일 수 있는데 고작 이것 밖에 안하다니.'



  헷갈렸다. 그의 마음이 생각이. 나를 납치한 깽단의 일원이면서 목숨따위를 구걸하지 않은 나에게 왜 이런 기회를 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의뭉스러운 표정과 여유로운 음성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그는 나는 모든 행동을 빤히 바라봤다 천연스러운 말투로 그는 나에게 말했다.



"안녕, 깼네."



  그는 입가의 미소를 띄었지만, 눈은 하이에나의 눈처럼 표독스럽게 웃고 있지 않았다. 내게로 다가와 입에 물린 재갈을 한 손으로 빼면서 확하고 당겼다. 그 고통에 순간 눈에서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그는 나에게 물음표 없는 말투로 말했다. 만나는지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그의 원래의 말투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은 숨길 수 없는 두려운 존재가 들어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너가 아주 재미있는 소리를 해서 기절 시켰어."



  입술이 맞닿은 그의 손은 그때처럼 다정하였지만, 정적이 분위기를 얼렸다. 두려움에 떨리는 속눈썹이 잔열을 일으킨다. 동요조차 없는 그의 목소리와 행동이 어쩜 저리도 어김 없을까. 그리고 그가 긴 손가락을 이용해서는 나의 두 눈을 가리고 순간적으로 시야의 암전으로 인해서 덜컥 겁이 났다.

죽음이 나한테 엄습해왔다. 나도 모르게 사시나무처럼 덜덜 몸이 떨려왔다.



'난 살 수 있을까? 나는 살 수 있을까?'



   반복적인 물음에 나는 점점 확신은 사라져갔다. 그는 나의 머릿 속을 헤집듯이 헝클어뜨리는 사람이었다. 내 관자놀이에 차갑제 맞닿은 작은 원모양의 무언가가 척하는 소리와 함께 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총이구나.



"이게 뭔지 직감한 모양이네"

"..."



  말을 해야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겨우겨우 입을 때서 한 말은 너무나도 원초적인 질문이었다.



"죽일거야?"

"글쎄, 딱히 그렇게 무차별한 살육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라서"



  그의 말을 듣고 거짓말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어떤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죽인 이었는데 나한테 이런 줏대를 적용하는 건, 그가 아마도 연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잘 안다. 이 남자는 의뭉스러운 말투와 얼굴로 그렇지 못한 행동들을 서르럼 없이 할 수 있는 남자인거니와 주위에는 스파이도 적도 많은 조직 쪽에 일을 하니까.



"욱..."



  스트레스 때문인지 피 냄새 때문인지 순간 속에서 무언가가 욱하고 올라왔다.

"왜 그러지?"

"..피냄새 때문이야"



  지금 내가 불안하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되면 그는 날을 농락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강한 척을 했다. 그러나, 그는 능글맞은 말투로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하네, 같이 있고 싶어하는 내 마음은 조금도 몰라줘?"



  그 마음은 아마도 장난감으로 부리기 위한 마음이겠지. 그는 나의 턱을 한 손으로 강하게 잡고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시야에 빛이 들어오면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궁금하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감정이었다. 그로 인해서 나는 선을 넘어버렸다 머릿속으로 절대로 궁금증을 가져서도 안되고 물어봐서도 안된다고 경고하였지만 본능이 이성을 이겼다.



"너 내가 누군지 궁금하구나"



  그는 일어나서 나를 내려다 보면서 살며시 미소를 짓었다. 그러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귀를 살짝 물었다.



"뭐하는거야?!"

"가만히 있어봐 이화"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순간 그 사실에 내 머릿속에 하얗게 물들었다.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내 귀에다가 장난 치다가 내가 반응이 없자, 사실대로 말해줬다.



"너가 기절했을때, 이미 조사는 끝났어""

"..."

"내가 궁금하다고 했지?"

"응"

"김태형"



  그는 웃으면서 화에게 키스를 하였다.



"내가 왜 널 살려줬는지 생각해봐 화아"

"..."

"둔해서 모르겠지만"

"야!"



  순간 약이 확 올랐다. 이 남자가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건지 

뭔 속셈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그에게는 나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그 감정이 과연 무엇일까?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놀람 때문일까? 두려움 때문일까? 아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감정 때문일까?



"무서운가봐?"



  내내 궁금했다. 저 사람의 생각이. 뱀 같이 갑자기 주제를 바꾸는 그의 속셈이 뭔지 매혹적인 그의 외모에서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점점 퍼즐은 풀릴 거야"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난 이 남자에게 길들어지는 거 같다. 아니 진행 중이다. 완전히 잠식되기 전까지 난, 그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날 진득하게 보며 나한테 무슨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