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납치한 이유

3. 가스라이팅

그는 그녀를 방에 두고 나왔다. 그녀를 살려주었던 이유. 그저 자신의 이상형이었으니까. 태형이 석진과 눈이 마주쳤을 때 덜덜 떠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아름다워, 아름답다 라는 말의 의인화 같았다. 태형은 그녀를 죽이려 했을 때도, 더 가까이서 봤을 때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의 모습에 동공이 조금은 흔들렸다. 살려줘서는 안 되는데 말이야,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이상형과 가까웠다. 자신은 여자든 남자든 상관이 없었던 것을. 태형은 무서워하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예뻐. 쓸모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뭐야?"

누군가 그녀가 있던 방에 들어와 있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태형의 방이긴 하다만. 그녀는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채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째려본다. 넌 또 뭐야, 라는 눈빛이었다.


"안녕?"


남자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아이는 누구려나, 누굴 데려온 걸까나. 속삭이면서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또 태형과는 다르게 야릇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남자를 쳐다봤다.


"또 김태형 짓이겠지?"


남자는 그녀의 입에 물려있던 재갈을 빼준다. 그녀는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남자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 머리의 끝을 잡아 당긴다. 그녀은 아픈 듯 아, 신음을 내고는 움직인다.


"이제 말해봐."

"... 놔."

"누구지, 넌?"

"..."

"다른 조직의 일원이니 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조직 같은 소리 마.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던 이 나라의 국민이었을 뿐이야. 그녀는 묶여있는 손과 발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했다. 남자는 손을 놓더니 총을 꺼낸다.


"왜 제대로 말을 안 할까, 예쁜아?"

"알아서 뭐 하게. 어차피 죽일 거잖아."

"알고는 있네."


찰칵, 그녀의 이마에 총구가 또 겨눠졌다. 정말 죽나? 드녀 사실 조금은 두려웠다. 그녀가 눈을 질끔 감았을 땐 방문이 열렸고, 태형이 들어와 남자의 손에 있던 총을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