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막 시작되던 날이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유난히 밝았고, 교실 안 공기는 점차 따뜻해지고 있었다.바로 그때, 교실 문이 열렸다.
갑자기 교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저 학생 새로 전학 온 애 아니야?"
"와… 그는 정말 잘생겼네."
"저 검은 머리카락… 정말 불공평하지 않아?"
방 안에 속삭임이 퍼져나가는 가운데, 그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숨이 멎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 절대 안 돼.’
내 이상형에 이렇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람이 있을까? 그 순간,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깊고 차가운 눈빛이 얼마나 사람을 강렬하게 끌어당길 수 있는지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단순한 인사였는데, 이상하게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여주야, 오늘은 네가 성찬이한테 학교 구경시켜 주는 걸 맡아."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 알겠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귀찮다고 투덜거렸겠지만, 이번에는 반장이라는 자리에 감사함을 느꼈다.
자율학습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성찬이에게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여주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안내해 드릴게요!
하지만 그때는
“김여주?”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내 이름을 되풀이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좋아요! 점심시간에 제가 안내해 드릴 테니 같이 산책하실래요?"
"괜찮아요. 여기 아는 사람이 이미 있어요."
"…알겠어요."

뭔가 이상했다.
우리는 처음 만났는데, 왜 그는 그렇게 차가워 보였을까?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노골적인 거부처럼 느껴졌다.
어색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막 돌아서려는 순간, 무언가 느껴졌다.
성찬의 시선이 나에게 오래도록 머물렀다.
어쩌면 그건 단지 내 상상이었을지도 몰라.
…아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