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와

《게임센터에서》

“야 김여주, 너 진짜 인형 뽑기 중독 아니냐?”
“아니거든? 오늘은 느낌이 와. 이 기계가 나한테 말했어. 뽑히고 싶다고.”

최수빈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여주의 진지한 표정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번 해봐. 내가 옆에서 응원해줄게.”
“응원만 하지 말고 천 원 좀 줘봐.”
“...역시 내가 속았지.”

수빈은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두 장을 꺼냈다. 여주는 뽑기 기계 앞에서 숨을 고르더니, 천 원을 넣고 천천히 버튼을 눌렀다.

“오른쪽… 좀 더… 됐다! 간다!”

집게가 인형을 움켜쥐었고, 인형이 들리는 듯하더니… 툭.

“아악!! 거의 다 왔는데!!”
“야 김여주, 너 진짜 연기 과몰입이다.”
“이건 연기가 아니라 현실이야. 내 마음이 저 인형만큼 떨어졌어…”

수빈은 다시 천 원을 건넸다.

“이거 마지막. 이번엔 뽑으면 내가 박수 쳐줄게.”
“진짜지? 이거 뽑으면 너 내 말 다 들어야 돼.”
“야, 말 바꾸지 마.”

여주는 다시 도전했고… 이번엔 인형이 흔들리다가, 스르륵—통 안으로 들어갔다.

“꺄악!! 봤지?!”
“와 진짜네? 대박인데.”
“자, 약속했지? 이 인형은 내가 갖고, 너는 내 말 들어야 돼.”
“그건 네가 정한 조건이잖아.”
“이미 손바닥으로 악수했어. 계약 완료야.”

수빈은 인형을 받아들고 웃었다. 여주는 신난 얼굴로 다른 게임기 쪽으로 걸어갔다.

“이번엔 리듬 게임 해보자. 너 예전에 나보다 점수 낮았잖아?”
“그건 내가 일부러 봐준 거지.”
“그럼 이번엔 진심으로 해보시든가.”

두 사람은 나란히 리듬 게임기에 올라섰고, 화면이 시작되자 발이 분주히 움직였다. 여주는 진지한 얼굴로 리듬을 맞췄고, 수빈은 옆에서 장난스럽게 팔을 흔들며 방해했다.

“야 방해하지 마! 진짜 이기고 싶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기라고 도와주는 거잖아~”
“이게 무슨 도와주는 거야! 최수빈, 너 진짜—”

결국 둘 다 점수가 비슷하게 나왔다. 여주는 숨을 헐떡이며 앉았다.

“그래도 재밌다. 너랑 게임하니까 시간 순삭이네.”
“그러게. 김여주, 넌 왜 이렇게 잘 노냐?”
“넌 왜 이렇게 못 따라오냐?”
“이건 도발이네. 다음엔 농구 게임으로 붙자.”

둘은 그렇게 손을 툭 치며 웃었다. 게임센터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또렷하게 섞여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