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야"
"지금이 꿈 같지?"
"안 믿어지고, 막 혼란스럽고.."
"그럴 거야"
"응....나 정말 모르겠어"
"지금이 꿈이.. 아닌 거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네가 진짜야..?"
"정말 안 믿어지고, 거짓말 같겠지만"
"현실 맞고.. 나는 있잖아"
"여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도겸이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난 왜 기억이 없을까, 기억을 되찾고 싶다.
"억지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돼"
"꿈 속에서 난 너랑 같이 있으면서 너무 행복했어"
"너는 날 기억 못해도 내가 널 기억하니까"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어..."
그의 말을 들으니 너무 가슴이 아파왔고,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슬퍼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나 가슴 아팠던 적이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 슬퍼하는 주체가 나라는 게 더욱 아팠다.
도겸이가 지금까지의 일들과 상황들을 하나씩 다 설명을 해주겠다고 한다. 어떤 말들이 들려올지 두렵기도 하지만 다 알고 싶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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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석민아 ㅎㅎ 이거 너 어릴 때야?"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
"아아, 최여주!"
"내 초등학교 졸업앨범은 언제 가져간 거야!"
"왜에~ 귀여운데"
"지금이랑 똑같네!"
"아니야... 지금이 나아!"
"ㅋㅋㅋㅋㅋ그래그래 지금이 더 귀엽지"
"당연하지!"
"너 그런 말 다른 남자한테는 하면 안 된다!!"
"왜?"
"왜냐니! 질투 나"
"알겠어알겠어 ㅋㅋㅋㅋㅋ"
((도겸 시점))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알게 된 우리는 서로 비슷한 게 많아 금방 친해졌고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서 더욱 가까워지며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 뭐든 함께하고, 뭐 하나 하더라도 같이 해서 주변에서는 둘이 잘 어울린다거나 언제 사귀냐는 등의 소리를 많이 들었다. 사실 나는 그런 반응들이 싫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쯤, 우리는 여느 고3과 같이 어느 대학에 갈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던 우리는 실용음악과나 실용무용과를 가고 싶어했다.
둘 다 실력을 쌓으려 노력하며 우린 같은 대학에 갈 수 있었고, 우리의 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나는 대학생이 되고 난 후에 더 다양한 길을 겸하고 싶다는 마음에 여주가 추천해준 '도겸'이란 이름으로 개명을 했고, 너무나 마음에 들고 멋진 이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대학교 졸업 시즌을 앞두고 있었고, 졸업시험을 위해 밤낮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멋지게 시험을 마치고 우린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하고 우리의 꿈이었던 댄스팀에 들어갈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에 빠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모든 걸 잃은 것 같았다.
우리는 처음으로 같이 그동안 알바하며 조금씩 모았던 적은 돈으로나마 여행을 가고자 했고, 여행 첫 날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탔다.
24년 살아오는 동안 차 사고 한번 없이 무탈하게 살아왔었던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사고라는 걸 당했다.
그것도 버스 전복 사고.
버스 안에 사람은 좌석만 꽉 채운 정도였고, 서 있는 사람 없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맞은편에서 이상하게 비틀거리던 덤프트럭이 속도를 이기지 못하며 중앙선을 넘어 우리가 타고 있던 버스를 덮쳤고, 버스는 힘없이 뒤에 달려오던 차들과도 부딪히며 큰 소리와 함께 전복되었다.
그로 인해서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많이 다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지 나와 여주는 살았고, 둘 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여주는 머리쪽을 부딪혀서 다친 건지 꽤 오랫동안 나는 그 예쁜 눈이 떠진 걸 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게 흘러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는 매일매일 여주의 곁을 지켰고 깨어나길 매순간 기도했다. 여행을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그 날 사고를 당하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은 나를 괴롭게 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는 알바를 하며 여주 몫까지 열심히 춤을 췄고, 평소처럼 저녁시간 이후에 여주의 병실에 가서 오늘 하루를 읊어주고 깨어나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 했다.
다음 날도, 어김없이 병원에 간 나는 병실에 들어왔을 때 너무 놀라서 소리라도 지를 뻔 했다.
여주가 깨어났다.
아주 긴 시간 보지 못했던 그 예쁜 눈을 내 눈에 담으며 다가갔다.
하지만, 날 더 절망에 빠뜨린 것은 날 알아보지 못하는 여주의 눈빛과 말이었다.
"누구신데, 절 안으세요?"
"저 아세요?"
"이것 좀 풀어주실래요"
"어..?"
"여주야.."
"나 못 알아보겠어..?"
"하, 몰라요"
"제가 왜 병원인진 모르겠는데, 집에 가야겠어요"
무작정 집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무슨 고집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여주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나는 거기서 나는 널 사랑하는 사람이고 너는 날 누구보다 잘 아는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고 차마 얘기하지 못 했다. 난 어쩌면 나로 인해서 여주가 또 이런 불의한 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내가 옆에 없으면 괜찮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짧은 시간에 어쩌면 쓸데없을지 모르는 다짐을 했었다. 여주가 힘들지 않게 날 기억 못한다면 날 잊은채로 살아가도록 사라져 주는 것...
일단 사라지기 전에 여주가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것과 의사의 소견을 들을 수 있게 옆에서 함께 있어주었고 여주도 이런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는 없어 보였다.
괴로운 표정의 여주를 보기 힘들었던 나는 일단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하는 여주를 퇴원시키고 집까지 데려다주었고, 기억이 어느 정도까지 없어진 건지 테스트를 해봤을 때 정확히 나만 여주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앞서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여주를 여전히 사랑하고 계속 보고싶어 했다. 여주에게서 멀어져보려 했으나 견딜 수가 없었던 나머지 여주가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멀리 떨어져서나마 일자리도 수색해보고 몰래 후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심양면 여주를 도왔다.
여주가 날 알아보지 못하고 경계가 심하기에 얼굴 마주치는 일은 피하면서 뒤에서 두 세달 이상을 도와주어 여주는 아르바이트라도 시작했고, 점점 몸도 회복하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계속 도와주다 여주가 이제 스스로 해결할 정도가 되어 나인 것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제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는 메세지를 남겼고 그렇게 아예 여주의 곁에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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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풀어보았는데, 얘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