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이란 단어로 포장하고-.
#07
째깍. 째깍.
아까 한바탕 소란이 있고 어언7시간이 지나갔다.
시계의 짧은 바늘은 어느새10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정국은 약속이 있다며 여주를 피해 도망치듯 퇴근한지 한참 되었다.
아직 저녁도 안 먹고 열심히 종이만 넘기며 일을 하던 여주는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들려도 모를 정도로 엄청 빠져있었다. 이러니 정국이 여주에게 일벌레라는 별명을 붙였겠지.
“이사님"
“......”
“이사님!”
“어, 어?뭐야, 언제 왔어?”
소리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정국이 앞에서 도시락을 들고 서있었다. 여주는 언제 왔냐며 다시 온 정국에 당황해 했지만 정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주의 옆에 앉았다.
“뭐야, 약속 있다고 도망치듯이 가더니"
“소개팅인데 여자가 영 별로였어요"
“어쭈?소개팅?”

“친구 대타로 나간거에요. 그리고 저는......”
“...... 아닙니다, 아무것도.“
정국이 슈트가 아닌 집에서 편히 입는 복장을 하고 회사를 오니 여주는 적응이 안 되는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종이를 펄럭였다.
그러자 정국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곤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책상에 탁 내려놓더니, 여주의 옆에 쌓여있던 종이들을 가져가 옆 책상에 앉았다.
“뭐야, 왜 가져가"
“제가 이거 하려면 밤새워야 한다고 했죠?”
“밥도 안 먹고 이걸 언제 다 해. 밥 먼저 먹어요"
내심 여주를 걱정하는 정국. 여주는 피식 웃곤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제육이네?"
"네. 제육 좋아하시잖아요"
"맛있겠다"
"저번엔 너가 나 먹여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먹여줄게"
"괜찮,"
“아- 해봐 얼른.”
"아..-"
여주는 밥 위에 고기를 얹어 정국의 입에 넣어준 뒤 오물오물 씹는 것 까지 확인하였다.
흐뭇한 표정을 짓곤 자기도 같은 숟가락으로 밥을떠먹는 여주였다.
"아, 숟가락 가져올게요"
"됐어. 하나로 먹어"
"그래도..."
"가족 같은 사이에 무슨. 이리와, 아-"

"
그렇게 여주와 정국은30분 내내 같은 숟가락으로 오순도순 맛있게 밥을 먹었다고 한다.
***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어느새 드레스를 보러 갈 날이 되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아도 어이가 없지 않는가. 누가 청첩장을 벌써 나누어주냐고. 아직 드레스와 턱시도도 보지 않았고, 사진도 안 찍... 아니아니 김여주 정략인 주제에 바라는게 왜 이렇게 많아!
"이사님"
"아, 어?"
"무슨 생각 하세요. 다 왔어요"
"어... 응"
다 왔다는 정국의 말에 차에서 내린 여주는 눈 앞에 펼쳐진제이웨딩샵을 볼 수 있었다.
제이그룹 계열사... 크긴 크네.
라고 생각 한 여주는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고급진 외제차에서 내리는 한 남자를 보았다.
"본부장님, 내리시죠"
"...본부장?"
"이사님, 저기제이그룹 본부장님이요"
"저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훤칠한 키, 쫙 뻗은 다리. 확 깐 머리보단 반만 깐 머리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차가운 냉미남 스타일에 젊어보이는 얼굴.
여주의 이상형을 복붙하여 갔다놓은게 아닌가 싶다. 여주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고, 천천히 다가갔다.
또각, 또각. 건너편에서 구두 소리가 들리자 휙 돌아 본 석진. 석진은 여주를 보고 다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어.. 본부장님?왜 그러십니까"라고 석진의 담당 비서가 물었지만 귀가 약간 붉어진 채 먼 곳을 바라보는 석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느새 길을 건너 온 여주와 정국. 쭈뼛거리는 여주 대신 정국이 석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주는 정국의 뒤에 숨어 석진을 못 미더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 네. 뒤엔..."
"아, 저희 이사님 입니다"

"...아, 한여주씨?얼굴도 안 보여주시길래 몰랐네요"
라는 석진의 말에 살며시 정국의 뒤에서 나오는 여주.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곤 석진에게 인사했다.
"김여주입니다"
"김석진입니다. 말은,"
"한 살 많다고 놓으시려나 본데, 불편하니까 꿈 깨시죠?!"
"이사님…!"
확 발끈해 버리는 여주. 석진의 눈에는 꼭 어미에게 덤비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나, 뭐라나.
석진은 어이가 없는 듯 하. 하고 웃으며 양쪽비서들에게 두시간 뒤 다시 오라며 명령했다. 하지만 정국에게 명령하는 석진을 가만히 보고있지 않을 여주. 정국을 붙잡았다.
"얘는 제 비서인데. 함부로 그렇게 명령하시면 어쩝니까?"
"하..."
골치아프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는 석진에 움찔한 여주는 정국의 옆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그러자 석진은 얼른 가야하는데. 라며여주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었다.
"으,악!"
"가시죠. 김여주씨?"
"김여주 아니고 한여주거든요?"
"아, 진짜 시끄럽게 구네....."
둘만 보내기엔 어딘가 불안한 정국이었지만, 재빨리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둘에 다시 차로 돌아가는 정국이었다.

"...."
-다음예고
“김석진씨는 결혼 왜 하십니까?그쪽만 안 한다고 했으면 내가-.”
“제가 추구했습니다, 이 결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