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려댔어 사이렌
텅 빈 길거리엔
도망치다 흘린 칼자루와 피가 흥건해
우리 그때 어릴 땐
뭘 몰랐었지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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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도시의 골목길에 밤이 내려앉았다.
깨진 가로등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스며들고,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왔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며
도시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길바닥에는 누군가 흘린 피로
얼룩져 있었고, 옆에는 버려진 칼자루가 보였다.
유진은 한 손으로 갈비뼈 부근을 누른 채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손가락 사이로 따뜻한 피가 흘러내렸다.
"뭐가 잘못된 거야?"
그는 아득한 시선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평범하게
웃고 떠들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지…"
그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몇 시간 전, 그는 친구들과 폐허가 된 공장에서 모여 있었다.
다들 조금씩 삐뚤어진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여겼다.
문제는 그날 밤, 평소와 달리 한 친구가 문제의 물건을
들고 나타나면서 시작되었다.
"봐, 이건 그냥 겁주기용이야."
정훈이 작은 칼자루를 꺼내 보이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정훈아, 그건 좀 심하지 않아?" 유진이 물었다.
"우리가 당하기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이번엔 우리가 보여줘야지."
유진은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지만,
친구들을 말릴 용기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정훈의 계획에 따라 밤거리를 누비게 되었다.
사건은 너무 빨리 벌어졌다.
다른 동네의 아이들과 마주쳤을 때,
분위기는 금세 날카로워졌다.
서로의 적대감이 불꽃처럼 번지던 그 순간,
정훈의 손에서 칼이 빠르게 움직였다.
비명과 혼란이 뒤섞였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 칼을 빼앗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아니야." 유진은 칼을 바닥에 던졌다.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현재로 돌아온 유진은 벽에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는 폐허가 된 주택가의 구석에 몸을 숨기며 생각에 잠겼다.
"그땐 뭘 몰랐어. 하지만 지금은 알아."
자신의 피로 물든 손을 바라보며 그는 결심했다.
이 도시에서 도망칠 순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선택의 대가를 받아들여야 했다.
멀리서 경찰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이제 내가 끝내야 할 차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