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1
"임여주."차가운 그의 목소리가 낯설다. 고개를 드니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는 더 낯설다. 내가 생각한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이미 시리도록 차가운 분위기에 압도당한 그는 차갑게 또, 내뱉는다.
"우리, 헤어지자"그가 또,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가 끼고 있던 반지를 빼 내 손에 쥐어준다. "그동안 고마웠어" 그나마 따뜻해야하는 그 한마디 조차도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되어 나를 사정없이 찔러댄다. 그런데 그를 붙잡을 수 없다. 이미 마음이 떠난 걸 알기에, 붙잡을 수가 없었다.
"나 이제 갈게"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그가 너무 미웠다. 하지만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떠나는 그의 발걸음만 바라보았다.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나가더니 이젠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이별이 실감이 났는지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2
나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고 반대편에 놓여있던 그의 찻잔을 바라보았다. 내게 이별을 고하느랴 손도 대지 않은 찻잔이 쓸쓸해보인다. 나는 눈이 벌개진 채 의자에서 일어나 그가 갔던 발걸음을 따라 차가운 유리문을 밀었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수정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수정아, 나랑 클럽 갈래?"
나도 내가 이렇게 빨리 체념할 줄 몰랐고,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아마도 미리 이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수화기 너머 들리는 수정이의 놀란 목소리가 그나마 나를 미소짓게 한다.
오빠는 내가 클럽 가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나는 클럽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나도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런 곳에 간다는 걸 꺼려했었고.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가 없기 때문에.
#3
버스를 타고 집에 온 나는 샤워를 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다. 욕실에도 그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오빠가 좋아한다고 했던 향들로 가득찬 내 꼴이 우스워 그것들을 다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것들을 꺼내 내 욕실을 다시 채워나갔다.
바꾼 샴푸와 바디워시와 향수, 그가 있던 일상에선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고나니 사소했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지운 것 같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별을 맞고도 괜찮아보이는 내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옷장을 열었다.
"뭐 입을까."
옷장을 여니 온통 화사한 색감의 옷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옷장 안쪽에 넣어둔 검은색 옷뭉치들을 꺼냈다. 이게 다 수정이가 클럽갈 때 입자고 사준 옷들인데 이제서야 입어본다. 나는 여러 옷을 대보다가 검은색 시스루 원피스를 골랐다.
직접 입어보니 허벅지를 다 들어내는 게 살짝 불편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서랍을 뒤져 초커를 찾아걸었다. 딱 오빠가 싫어할만한 복장이었다. 그리고 나는 화장대에 앉아 평소에 쓰던 화장품들을 살짝 밀어놓고 진하고 과감한 것들만 꺼내놨다.
"하... 다 됐긴 됐는데"
진한 눈화장에 빨간 립스틱.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어색해보였다. 그래도 이왕 하는김에 쓰지않던 고데기를 꺼내 머리 손질도 하고, 귀걸이도 했다. 내가 봐도 어색했다. 마지막으로 향수도 진하게 뿌렸다. 오빠가 좋아하던 나는 이제 사라진 것 같았다.
#4
"수정아!"
나는 수정이가 끌고온 빨간색 차를 보고 반가워 달려나갔다. 수정이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돌아보더니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흥분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임여주~ 너 존나 예쁘다 진짜"
"잘 어울려? 안 어울리면 어쩌나 했는데"
"뭐래, 야 평생 그렇게 입고다녀. 역시 내 안목은 탁월하다니까!"행복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그가 있어서, 무엇을 해도 나를 사랑해주는 그가 있어서. 근데 연애란 게 한결같지 않은가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만날때마다 연락문제로 싸웠고, 결국 헤어졌다.
"근데 여주, 술 따로 안먹어도 되겠어?"역시나 눈치빠른 수정이가 내 상태를 걱정한다. 아마 수정이는 내가 클럽 가자고 했을때부터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게 그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않고 한걸음에 달려와준 수정이가 고마웠다.
"오늘 클럽 가서 술 싹 다 쓸어오지, 뭐"
나는 능청스럽게 수정이에게 말하였고, 수정이는 내 대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신나게 출발하였다.
#5
"여주야, 근데 너 설마 원나잇하러 온 건 아니지?"
클럽 입구에 차를 세운 수정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역시나 눈치가 빠르다. 물론 술 먹고 스트레스 푸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그냥 가볍게 하룻밤을 보낼 남자를 찾고있기도 했다. 오늘 밤은 그가 많이 보고싶을 것 같아서 말이다.
"글쎄, 이따 기분 따라서"
내 말을 들은 수정이가 한숨을 푹 쉬더니 알았다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내가 문고리에 손을 대기도 전에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수정이에게 땡큐라고 얘기하고는 수정이를 따라 클럽안으로 들어갔다.
#7
클럽안은 시끄러웠다. 생각보다 큰 소음에 내가 약간 찌푸리자 수정이가 좀 있으면 괜찮아질거라며 바 근처에 앉았다. 수정이는 마실 것좀 가져온다며 자리를 비웠고 나도 술을 가지러 바에 갔다.
"칵테일 제일 도수 세고 맛있는 걸로 하나 주세요"
"네, 근데 남자친구 있어요?""그건 왜요?"
"남자친구 없으면 서비스 드리게요"
풉, 나는 듣고 있다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저 바텐더 양반 진짜 뭐래는거야. 내가 웃자 바텐더도 예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칵테일을 건넸다.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칵테일로.
"웃으니까 더 예쁘네, 남친 유무는 중요하지 않겠네요 당신 웃는거 보니까""남친은 없어요, 오늘 차였거든요"
내가 바텐더의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 차였다고 말하자 저런, 하고 바텐더가 혀를 쯫쯫 찼다. 그러고는 그가 "그래도 그 개자식한테 고맙네요"라고 말하더니 나에게 칵테일을 하나 더 건넸다.
"이건 서비스~""아, 네 잘 마실게요"
나는 짧게 감사인사를 한 뒤 이상한 그 바텐더를 떠나 자리에 앉아 수정이가 오기를 기다리며 칵테일을 마셨다. 생각보다 맛있는 칵테일에 나는 그 자리에서 두 잔을 모두 해치웠다. 그리고 취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8
나는 스테이지로 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뭐 취했기도 취했지만 몸이 간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높은 구두와 짧은 치마 덕에 격한 춤은 추지 못했지만 내가 나가자 분위기가 격양되는 듯 했다. 그리고 갑자기 사람들이 내게 위로 올라가 춤을 추라며 나를 떠밀었다.
"야, 저 여자 존나 예쁘다"
라고 수근대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내가 봉을 잡고 한번 돌자 사람들의 환호가 클럽안을 가득 매웠다. 그리고 조금 더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고 싶어 하이힐을 벗고 아예 봉에 매달려 폴댄스를 추었다.
음악이 점점 끈적해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집중되있었다. 하지만 나는 취기때문에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할 것 같아 봉 위에서 돌다 내려와 신발을 신고 인사하고 내려왔다. 내가 인사하고 내려오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려고 하자 나는 서둘러 내려와 화장실로 향했다.
#9
"임여주"누군가 내 손목을 거칠게 잡으며 말했다. 나는 잡힌 내 손목을 쳐다보다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놀랍게도 내 손목을 잡고있는 건 승우오빠였다. 나는 상황파악을 하려 머리를 굴렸지만 잘 이해가 되지않았다. 왜 낮에 날 차버린 남자가 왜 지금 내 손목을 잡고있냐 말이다.
"이거 놔"
결국 나는 이거 놓으라며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그를 노려보았다. 헤어진 사이에 뭐 할 말이 더 있다고 자기가 차놓고 아까워서 다시 돌아온건가 싶어 괘씸하기도 했다.
"너 왜 여기있어, 따라와"그가 내 손목을 다시 움켜잡고 나를 끌고갔다. 나는 저항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취기때문에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승우오빠의 힘이 셌기 때문에 억지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때 누가 승우오빠의 손목을 뿌리치며 나를 끌어당겼다.
"저기요, 여자분이 싫다는데 그러면 안되죠"
실제로 저러면 데이트폭력이죠!! 픽션이니깐 이해해주시고요 나쁜 의도로 끌고가는건 아니에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제 기분(?)따라 엑스원 멤버 빙의글이 올라갈 거에요 요한이라 해놓은거는 그냥 요한이가 제 최애라서요!! 다음이 궁금하면 구독 꼬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