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승의 옥졸 야차는 고개를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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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눈을 떴을 때 앞에 보이는 건 어둡고 고요한
궁 안이었다. 아직 눈물 마를 새 없이, 여전히 품 안에는
아이가 안겨있었다.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그가 불렀던
'신' 이라는 존재였다.
"야차, 회귀를 청하였더구나"
"...이 아이는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리 생각할 거라 알고있었다."
"...살릴겁니다. 이 아이."
"장담컨대, 그 아이의 죽음에 너는 개입되지 않았다"
다소 날카로운 눈빛과 부들거리는 그의 품 안에서 아이는
여전히 차가웠다. 무언가를 꾹 눌러담으며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야차, 회귀를 요청합니다."
"회귀를 하는 것은 이승의 시간을 통채로 되돌려야 한다."
"어렵다는 것 익히 들어 알고있습니다."
"지금까지 회귀를 받아준 자는 하나였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수십억년이 지난 날 단 한 명.
그 자는 회귀를 하여서도 운명을 바꾸지 못한 채 아직까지 이승에서 지난 날을 한탄하며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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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곡한 요청입니다. 저는 이 아이를 살려야합니다."
"과연, 야차다운 고집이로구나."
"......"
"그 자는 다리를 바쳤다.
더이상 걸을 수 없게 된 채 회귀를 하였지."

"그렇다면, 제게서는 무엇을 가져가시렵니까."
"야차에게 가장 필요없는 것은,
...눈이 아니더냐"
그는 '눈'이라는 말에 흠칫 놀라며 생각하였다.
'야차'라 함은 신의 명을 받아 죄를 지은 인간들을 벌하는 하늘에서 내린 옥졸. 죄인들을 찾아가는데에 시각은 그리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어떠한가, 야차의 눈을 바치고 회귀를 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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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회귀하겠습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안개가 흐릿하게 주변을 감싸더니 이내 그는 아이를 안은 채 정신을 잃었다.
그는 아이를 만나기 전으로 시간이 무사히 되돌려지기를
간절히 바라였고, 회귀를 하여서는 아이의 운명에 자신이 절대 개입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세상은 아주 어두웠다.
빛 한 줄기조차 보이지 않았고 꼭 안고있던 차가운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후우..."
그는 신과의 거래가 제대로 성사되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침대 머리맡을 조금 더듬더니 평소 그곳에 두던 달력을 금방 찾아내어 집어들었다.

((9월달력))
"...안 보이는군..."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눈을 감고 아무 벽이나 짚고는 가만 서있었다. 몇 초 후, 그가 눈을 뜨고 옅은 미소를 띈 건
다름 아닌 신과의 거래가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021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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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원을 만나기까지 D-3.
@야차는 공기의 흐름만 알아도 모든 걸 느낄 수 있지 !!
@손팅/구독/응원/별점 = 작가를 위한 필수템 (찡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