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아침부터 쨍한 햇살에 눈이 떠졌다.
내 기분과는 달리 너무도 화창한 아침이다.
"몇시....
헐 벌써 10시 넘었네...?!"
아, 아침이 아니네.
벌컥 -
어젯밤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던 윤기의 변해버린 표정.
그 얼굴, 정말 보고싶지 않다.
한편으론 당장 안아보고 싶었지만.
"...솔직히 마주치기 무섭네.."
내심 걱정되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거실로 나가보자
아니나다를까, 윤기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내가 좀 늦게 일어나긴 했지만,
주말인데...."

"......."
어디갔냐고 연락해볼까 했지만,
이내 그만둔다.
.
ㆍ
딸랑 -
어서오세요 ㅡ
"하아....."
결국 몸도 마음도 지친채로 혼자 온 곳이 고작 술집이다.
꼴깍 -
한모금, 한모금 목넘김이 쓰기만하다.
ㆍㆍㆍ
어느정도 마시자 알딸딸- 해진 여주.
"우음...."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 핸드폰을 든다.

[남편 민윤기]
"아... 잠만.."
그러나 이내, 또 포기하듯 눈을 감는다.
"ㅇ..이거 아니야아...서여주"
아무일 없었다는듯, 자연스레 다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건다.
ㆍ
ㆍ
ㆍ
"여보세요..?"

"왜, 이번엔 무슨일이야"
"으응.. 전정국..."
"어, 술마셨네"
"심심해..."
"....내가 가야돼?"
"웅 ㅎ"
"으으... 지금간다. 이름, 지점 문자로 찍...
아니다 지금 말해"
"○○포차 @@점"
"ㅇㅋ지금갈게, 기다려"
"으웅....ㅎ 고맙다아.."
"내가 너 힘들다고 챙겨주는거다, 잘해"
"녬-"
"하아... 진짜,"

"안됐어, 서여주도"
.
ㆍ
ㆍ
딸랑 -
어서오세요 ㅡ

"서여주, 나왔어"
"엇 정꾸다...ㅎ"
"일루와 앉아아-"
"......"
"이미 취했는데 뭘 더 마셔."
ㅡ라고 말하며 여주 옆자리에 앉는 정국.
그러곤 자연스럽게 여주의 잔을 빼앗는다.
"아 뭐야, 내놔아..."
웅얼웅얼, 서여주가 뭐라하든 잔을 저 멀리 밀어버리곤 말한다.

"서여주,"
"우응...?"
"술 왜 마셔"
"......"
대답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여주의 의자를 돌려
눈을 맞추고 진지하게 말한다.

"......그만하자."
"머가..."
"모른척하지 말고, "
"너 그렇게 혼자 앓는거, 옆에서 보는 사람도 힘들다."
.....
"몰라아.. 그냥 마셔...!!"
피식 -

"오늘만 그냥 넘어간다,"
"얼른 확실히 하고, 술도 그만 마시고"
"ㅎ..고맙다 전꾸욱.."
"자 짠 해, 짠ㅡ!"
ㆍ
ㆍ
ㆍ
"으응..."
"으흐.. 야 그만 마셔 진짜"
"응 아라써.."
"가자, 일어나"
.....
"서여주..?"
"으응... 가기시른데...."
"집 가야지, 누가보면 내가 니 남편인줄 알겠다."
"..차라리 그랬으면 나았으려나"

"시발 빡치네.... 돌겠다 진짜"
마음같아선 당장 민윤기한테 전화를 걸어 왜 얘 입에서 그런소리 나오게 하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서여주를 봐서 참는거였다.
.....
"전정국.... 화내지마.."
"ㅇ..어? "
"미안...내가 미안해...."
"뭐가 또 미안하데. 화내서 미안, 가자 얼른
데려다 줄게."
"됐어, 니 욕 듣고 술 다깼어ㅋㅎ"
"허어, 취해서가 아니라 위험해서거든"
"으휴.. 그래라"

"하 챙겨줘도 지랄이야"
"불쌍한 척 하지마"
"아니거든"
***

"다 왔다, 들어가"
"어 잘가"
"....울지마라"
"ㅎ 절대 안 울거거든"
"그래, 간다"
"어 와줘서 고맙다-"
.
.
.
띠리릭 -
늘 그랬듯이 적막만이 묵묵히 지키고 있는 집,
이젠 정말 익숙한 듯 아무런 느낌도 없다.
ㅡ뭐 여전히 그때가 그리운건 사실이지만.
아무 생각도 들지않아, 아니 생각할 겨를도 힘도 없어 그냥 침대위로 풀썩ㅡ엎어졌다.
눈앞에 보이는건 점점 흐릿해지는 천장이었다.
누구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자존심이 상해
눈을 거칠게 비비며 일어났다.
저녁은 그냥 거를 생각이었으나 병원에서 약먹을때 빈속으로 먹으면 안된다고 한 것이 생각나 조금이라도 먹어보려 부엌으로 갔다.
"..어차피 먹을것도 별로 없네"
결국 냉장고에 남아있던 죽이나 조금 먹다 말았다.
.....
어...왜이렇게 캄캄해....
벌떡 -
"헐....?"
언제 졸았지,
아니, 대체 얼마나 잔거야
"허어...11시...."
족히 4시간은 잔듯하네.
이미 꽤 자서 피곤한건 아니었지만 그냥 오늘은 아무생각 않고 자고싶었기에 얼른 씻고 다시 자기로 했다.
ㆍ
ㆍ
ㆍ
씻으면서도 무슨 잡생각이 그렇게 많은지,
한시간이 넘도록 욕실에 있다가 나왔다.
"12시..넘었는데
민윤기는 들어왔나"
아차, 나 약먹어야지
이제 멀쩡하다는데도 고집부리는 정국에
하는수없이 약을 받아오긴 했지만...
"귀찮긴 한데.. 그냥 먹지뭐"
돈이 아까워서라도.
자라락 -
식탁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알약들.
"이걸.. 다먹으라고...?"
많이도 받아왔네.
꿀꺽 -
하나, 둘 물과함께 삼켜본다.
"으음, 약도 오랜만에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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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띡
띡
띡
띡
ㆍ
ㆍ
띠리릭 -
어딘가 섬뜩함이 감도는 도어락 소리가 귀에 박혔다.
순간 소름이 온 몸에 쫙 돋았다.
"오늘은 진짜 보기싫었는데...."
그런데 이건 무슨 상황일까.
보기 싫은걸 떠나 역겨운 장면이었다.
"으응... 오빠 다왔어-"
"얼른 들어가쟈아~"
언뜻 봐도 술에 완전 쩔어있는듯한 윤기,
그리고 그런 윤기를 안고 들어오는 취한 여자.....
아니, 취한 척 하는 여자.
"뭐야 너? 뭔데 우리 오빠 집에 있어?!
당장 나가 미친년아ㅡ!!!!"
초면에 미친년이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천천히 다가간다.
".......야"
짜악 ㅡ
"시발 나 할만큼 했어,
더는 못하니까 알아서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