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서브남은 사실 집착남이었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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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남은 사실 집착남이었다
W. O형여자




 “이거 참…”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정국을 살리겠다 의기양양했지만, 그저 내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왜냐? 난 전정국 얼굴을 모르거든.
소설에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 삽화로만 봤지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소설에서 묘사된 것과 삽화에 따르면 토끼 같은 눈망울에 어찌 보면 귀여운 상이지만, 정색하면 냉미남이 따로 없고 큰 키에 근육이 꽤 있는 편이다.
그 외에는 높은 코, 작은 얼굴, 넓은 어깨, 상처가 많지만 크고 예쁜 손과 같은 뻔하디 뻔한 묘사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묘사들을 조합하자면 그냥…
그냥 존잘.





 그러면 존잘을 찾으면 되지 않냐는 질문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할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바가 있으니…
‘르레핀의 사랑’의 작가는 미남 덕후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미남, 미녀를 좋아할테지만 이 작가는 주인공, 조연들은 물론, 길거리의 과일을 파는 엑스트라까지 잘생기게 묘사할 정도로 미남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런 탓에 내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온 모든 이들이 잘생겼으니…
사실 미남들 사이에 끼어있으니 전정국을 잠시 잊을 뻔 했지만, 나는 전정국을 찾아야 한다.
전정국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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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님!”

“서하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서하님… 왜 제 편지에 대한 답장을 주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서하 양, 잠시 시간 좀…”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유서하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지를.
전정국을 찾아야 하는데 찾아야 하는 전정국은 오지도 않고 괜한 남정네들만 모여 든다.
솔직히 미남들 사이에 끼어본 게 처음이라 기분 째지긴 했지만…
전정국을 능가할 미남은 없을 거라 생각해 다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원래 유서하도 그랬으니까.






“서하님!”

또 웬 놈인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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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님, 생일 축하드려요!”

약간 둥글면서도 매끈한 얼굴형, 하얀 피부, 크지는 않지만 이목구비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청초한 눈.
거기에다가 조금 촌스러운 드레스까지.
딱 봐도 김하린이다.

“오셨군요, 영애.”

내 말에 김하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가 문제인지 고민해보자 금방 답이 나왔다.
유서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뚝뚝해도 김하린에게만은 밝고 따뜻했는데.
냉미녀 컨셉에 너무 과몰입했나 보다.

“아, 미안해요.”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괜찮아요!”
“서하님 곁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니
피곤하실만 한 걸요.”

역시 착하단 말이야.
그런데 소설에서 너무 외모를 평범하게 묘사한 거 같은데?
유서하처럼 헉 소리 날 만한 미녀는 아니지만 소설 밖에 나가면 인플루언서 정도는 하겠는 걸.
아 참.

“하린님!”

“네?”

“혹시 전정국 후작님을 보셨나요?”

“전정국 후작님이요?”
“글쎄요, 아직 못 본 거 같아요.”
“하지만 서하님 생일 파티인데
후작님께서는 당연히 참석하시지 않을까요?”

“하하하…”
“우선 알겠어요.”

평소에 전정국을 신경도 안 쓰는 유서하였기에 김하린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나는 부디 좋은 시간 보내라며 그녀를 떠나보냈다.
그나저나 전정국을 정말 어떻게 찾는담.









“어머, 아가씨.”
“오늘따라 왜이렇게 돌아다니세요?”
“평소에는 사람 많은 거 피곤하시다면서
항상 앉아만 계셨잖아요.”

 평소와 다른 유서하에 이상함을 느낀 하녀 이시안이었다.

“…아가씨 설마.”

아 미친 설마 전정국 찾는 거 알아차린 거 아니겠지.
그러면 되게 이상하게 생각할텐데.

“이제 혼인할 분을 찾으시는 건가요?”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지만 문뜩 ‘르레핀의 사랑’에 아주 짤막하게 나오는 유서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혼기가 거의 차가는 유서하였기에 유의현 백작은 틈만 나면 우서하에게 결혼에 대하여 잔소리를 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김하린과 디저트 카페에 가곤 했는데…
아버지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유서하가 결국 혼인할 남자를 발 벗고 나서 찾는다라…
나쁘지 않은데?
이 정도 이유면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이시안한테 이상해 보이지 않겠어.

“응, 맞아.”
“아버지께서 하도 잔소리를 하시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시안은 내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내가 영문도 모른 채 꼭 잡힌 손을 보고 있자 입을 열었다.
어쩐지 감격스러워 보였다.

“아가씨께서 백작님께 꾸중을 들을 때마다 제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는지…”
“이제라도 마음을 고쳐먹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유의현은 유서하를 얼마나 결혼하라고 잔소리를 한 거야?
하녀가 이런 공식적인 파티에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라니.

“그래.”













  그렇게 전정국을 찾는다며 한참을 걸어다니던 때였다.

“아.”

전정국을 찾는다고 두리번거리던 바람에 앞도 보지 않고 걷던 나는 결국 누군가의 어깨와 제대로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합니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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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잘생겼다.”

“?”

아 미친.
생각만 한다는 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유서하?”

어떡해, 목소리도 존나 좋아.
그나저나 이 존잘남이 날 알아…?
혹시 이 사람이 전정국?

“후작님…?”

헐 어떡해. 아닌가보다.
존잘남의 미간이 찡그려지는 순간, 나는 그가 전정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해명을 하려고 할 때

“소공작님!”

누군가 그를 소공작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아, 누가 부르는군.”
“다음에 이야기 하지.”

소공작…?
잠시만, 소공작이라는 호칭에 훤칠한 키와 화려한 이목구비.
곱슬머리에다가 낮은 저음의 목소리라면…
나는 설마설마 하는 마음에 그를 다시 불렀다.






“김태형 소공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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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찾아야 하는 서브남을 찾기 전에 남주를 찾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