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주로 살아온지 어언 18년.
이제 어느정도 인생 짬밤이 되어있다.
오늘은 두구두구 설레는 개학식!
반배정은 어떨까 내 친구가 되는 행운아는 누구일까
기대하며 가볍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이게 왠걸.

" 거기 머리 풀어해치고 뛰어가는 학생. "
교문에서 딱 걸렸지 모야..ㅋ
" 녜...? 저요..? "
" 어, 너. 치마길이가 원래 그정도가 아닐텐데?
왜 무릎 위에 와있지. "
깐깐하기로 유명한 이 학교의 선도부 최연준.
" 이름 몇반. "
" 김여주... 십팔세.. 3반... "
" 어 벌점 2점. 들어가 "
하여튼 말하는 꼬라지 봐라 저거저거 아오 팍씨!
아침부터 똥 밟았다 생각하고 다시 학교로 걸어들어 가는데 참 드라마틱하게 복도에서 또 마주쳤지 뭐야.
아, 아까 그 최연준은 아니고 다른애다.
이 학교의 바보같은 귀염둥이 부회장 정휴닝.

" 미아내요.. 괜찮아용...? "
아니 그냥 어깨 살짝 부딪친 게 다인데 뭘 저렇게 사과까지..
" ㅇ,어... 괜찮.. "
" 휴.. 다행이당! ^3^ 그럼 안뇽! "
" .... 아침부터 이 학교에 유명남을 두 명이나 만나다니.. "
참 신기한 일이지?
-
" 음흠 여기가 내 교실~ "
문 앞에 섰다. 2학년 3반.
기분좋게 문을 열려던 그 순간 쾅! 하고 열리는 문.
내 앞에는 전교 1등 강태현이 서있었다.
" 아앍! 손가락!!!! "

" 미안 "
하고 쿨 하게 지나가버림.
아니 솔직히 나도 이게 뭔 상황인가 싶다.
3명을 연속으로 만나질 않나 2명은 개또라이 같지 않나..
어휴 참 살다살다 이런일도 다 겪어보네.
-
" 에휴.. 개학이라 그런지 다 혼자네 "
그래 다들 아직 어색한가보다.
밥도 다 혼자 먹고 시끄럽지도 않아!
나만 그런게 아니여서 다행이군.
" 개학 첫 날 부터 돈가쓰라니 감사땡큐지 ^^ "
왕 돈가쓰 두 개 받고 빈 자리에 앉아서 먹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치는 거 아니겠어?
누가 감히 신성한 식사시간을 방해하나 싶어서 뒤 돌아봤는데 아까 본 그 부회장이더라.
" 저깅.. 여기 자리 있는데... "
" ?"
아.ㅋ
자리가 있었구나.ㅋ
아.ㅋ
이제봤다.ㅋ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저 4명의 시선.ㅋ
돈가쓰에 정신이 팔려 3명의 시선을 차마 느끼지 못했음.
왜 3명이냐고?
아까봤던 선도부, 전교 1등, 부회장은 다 같이 다님.
그리고 2명 더 있는데 한 명은 공식 얼짱이고
다른 한 명은 전교회장임.
나머지 한 명은 지금 없음.
근데 나는 그런 애들한테 둘러쌓여있는거고.
" 쏴리~ 오늘 일은 잊어주는걸ㄹ.. "
" 너 아까 걔지? 치마 줄였던 애. "
" ..예쓰 ^^ "
" 넥타이 풀어졌네. 벌점 1점 "
와.. 시바 넌 진짜....
" 어? 손가락녀다 "
" ... "
저게 뭐라고 씨부리는거야.. 환장하겄네.
그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전교회장이 말을 걸었음.

" 그.. 나 요구르트 주면 안돼? "
" ??? "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다 짰냐. 어? 나 놀리려고 계획한거지. 딱대.
" 하.. 그래 너 마셔 ^^ "
" 힣.. 요구르트♡ "
" 저 요구르트 집착남..ㅉ 암튼 손가락녀 잘가 "
" 허, 손가락녀 아니거든?! "
이러고 식판들고 그 자리 나와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 에이씨.. 돈가쓰 다 식었잖아! 치즈도 안늘어나고... "
" 이제 넌 더이상 돈가쓰가 아니다. 미안하지만 그만 가줘야겠어.. "
밥맛도 떨어지고 다 식었겠다.
그냥 밥 안먹고 매점이나 털어야지 라는 심정으로
겨우 돈가쓰를 떠나보냄.
그리고 혼자 지갑 챙겨서 매점으로 걸어갔음.
사실 뛰어간건 안비밀.
-
" 헉 내 사랑 이륜초콜릿..! 미쳤다 이건 사야돼 "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거 싹싹 쓸어담고 있는데
새로 나온 신상 음료가 딱 하나 남았지뭐야.
그래서 그거 집으려고 했지.
근데 옆에서 또 다른 시선이 느껴짐.

(아련)
" ...;; "
눈치보면서 초코우유 집다가 결국 못이기고 그 사람 손에 쥐여줌. 힘내라며 등 토닥여준건 덤이고..ㅋ
암튼 그렇게 계산하고 초콜릿 까면서 교실로 돌아갔다는
해피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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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개뿔. 시발.
이번에는 5명이 다 모여있음.
왜냐고? 내 뒷자리 강태현이거든.
아니 썅 뭐 이런 우연이 다 있냐.
" 손가락녀 오늘 자주 마주치네. "
" 오늘만 해도 벌점 3점이야. "
" 신기하당! ^3^ "
" 요구르트 잘마셨어.. (수줍) "
이 4명은 말 많은데..
그 중에 열심히 초코우유만 빨고있는 한 사람.
그 애가 공식 얼짱 최☆범☆규☆였다.
아니 나는 아까 모자쓰고 있어서 얼굴은 못봤지..
하... 킹받네.
얘는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 캬 마시따 "
" ... "
" 잘 마셨어! "
" 어.. 응.... "
나만 어색해?
이거 정상 맞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