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주는 요즘 자꾸 ‘카페 알바’를 검색한다.
“카페에서 알바하면 약간… 나도 주인공 같고, 인생이 브루잉되는 기분 아닐까?”
그게 그녀의 망상 시작이었고, 동시에 사회의 냉정한 현실에 부딪힌 이유이기도 했다.
“죄송한데, 경력 없으시면…”
“저희는 자격증 우대라…”
“바리스타 수료증도 없고요?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벌써 17번째 불합격.
김여주는 오늘도 핸드폰 메모장에 ‘불합격 리스트’ 하나를 추가하고,
편의점에서 500원 할인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이딴 맛이 뭐라고… 나도 언젠간 내려보고 말 거야.”
그때였다.
폰에 알림이 떴다.
[온도 – 면접 일정 안내]
...뭐지? 신청한 기억도 희미한 곳인데?
가게를 처음 본 순간, 여주는 잠시 무언가를 의심했다.
“여기… 진짜 운영하는 데 맞아?”
카페 <온도>.
이름은 감성인데, 외관은 재난이었다.
간판은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유리문엔 누가 낙서를 한 건지 지워지지 않는 검은 선이 남아 있었다.
“심지어 문도 자동이 아냐…”
여주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딩동.
문을 열자 향긋한 커피 냄새와 함께,
마치 그 냄새만으로 분위기를 커버하려는 듯한 허름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안쪽 바에서 커피를 내리던 누군가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반팔 티셔츠, 앞치마, 반쯤 젖은 머리.
표정 없음. 말 없음. 감정 없음.
“김여주 씨?”
…로봇이다. 분명히. 인간 아니야.
여주는 순간, 본능적으로 ‘도망갈까’와 ‘그래도 커피 냄새 좋다’ 사이에서 갈등했다.
“네! 저 면접 보러 왔어요!”
“경력 있으세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로망이 있—”
“자격증은요?”
“그건… 아직 준비 중이고…”
“그럼 커피는 내려보셨고요?”
“한 번도요. 아니, 집에서 드립은 해봤고—”
“탈락입니다.”
……?
“네?”
“죄송한데요. 경력 없으면 곤란해서요.”
“근데… 아니, 저 연락 주셨잖아요?”
“예. 사람은 봐야 하니까요.”
“봤으면 뽑으세요! 사람은 좋다니까요!”
“그건 제가 판단할게요.”
“하아…”
여주는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말했다.
“저요, 커피 알바 로망 진짜 많거든요.
앞치마 입고, 매일 향기 나는 데서, 손님들한테 ‘따뜻한 하루 되세요~’ 하면, 그게 내 인생에 따뜻한 장면 되는 거라고요!”
“현실은요. 하루에 20잔 넘게 내리다 손목 나가고, 진상 손님 오면 ‘네, 죄송합니다’ 세 번씩 말해야 하죠. 알죠?”
“…몰랐는데, 지금 알겠어요.”
“네. 탈락입니다.”
“진짜요? 진짜 탈락? 이렇게까지 면접 본 사람인데?”
“네. 수고하셨어요.”
여주는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돌아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나 진짜… 커피 내려본 적은 없지만, 사람은 진짜 잘 내려요…!
문 앞에서 신발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려던 그때—
“월요일부터 출근하세요.”
여주는 멈췄다.
“…네?”
“출근하라고요. 10시. 주 4일. 시급 10,030원.”
“근데… 저 탈락 아닌가요?”
“봤어요. 사람.”
“봐서 탈락이라며요?”
“봐서 뽑는 거예요.”
“사장님… 감정이라는 게 있긴 한 거죠?”
“글쎄요. 출근할 건가요?”
여주는 순간 고민했다.
이상한 곳, 이상한 사장, 이상한 면접.
하지만 향기만큼은 따뜻했다.
“네. 올게요. 출근해요.”
“좋아요. 앞치마 사이즈는 M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봤으니까요.”
여주는 다시 생각했다.
이 알바, 진짜 망하거나…
아니면 내 인생이 시작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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