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카페인

5화. 카페가 망한다고요? 아니, 잠깐만요

비가 왔다.

잔잔하게, 꾸준하게, 대충 카페 수입처럼.

 

 

김여주는 출근하자마자 카운터 앞 통계표를 보고 얼어붙었다.

“어… 사장님?”

 

 

“네.”

 

 

“저기, 이 그래프가 지금 밑으로 빠지는 거는… 우리 기분을 상징하는 건가요?”

 

 

“매출입니다.”

 

 

“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하니까 더 무서워요.”

 

 

 

 

태산은 말없이 원두를 저울에 올렸다.

“이번 달, 마이너스예요.”

 

 

“……그건 좀 많이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조금요. 마이너스 천이 조금이에요.”

 

 

“사장님… 천 원 아니죠?”

 

 

“백만 원이요.”

 

 

“…이거 거의 커피로 만든 지옥인데요?”

 

 

그날, 카페는 종일 조용했다.

 

 

고작 네 테이블.

그마저도 조용히 노트북을 하는 손님,

혼자 책 보는 사람, 커피만 테이크아웃 한 커플.

 

 

여주는 괜히 테이블 닦는 척 하면서 물었다.

“사장님, 혹시 저 짤리는 건가요?”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에—”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이대로면 월세도 못 내요.”

 

 

“진짜요?”

 

 

“진짜예요.”

 

 

여주는 조용히 앞치마를 벗을 뻔했다.

하지만 그때, 그 특유의 김여주식 이상한 근성이 올라왔다.

 

 

“그럼 우리 뭔가 해봐요!”

 

 

“네?”

 

 

“이벤트라도 하죠. 쿠폰, 브런치데이, 인스타 챌린지, 뭐든요.

사장님, 왜 이렇게 가만히 있어요. 저라도 움직일게요!”

 

 

“직원이 사장한테 움직이라고 하는 카페 처음 봤네요.”

 

 

“그게 바로 우리 카페만의 개성입니다!”

 

 

그날 밤.

여주는 집에서 “카페 매출 올리는 법”을 검색하다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프린트한 종이를 내밀었다.

 

 

“이거요! 제가 아이디어 정리한 거예요.

월간 이벤트 계획표 + 메뉴 추천 + SNS 해시태그 전략까지!”

 

 

태산은 종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로 밤새 이런 걸 한 거예요?”

 

 

“그럼요. 저는 커피 초보지만, 마케팅은… 더 초보지만, 열정은 프로예요.”

 

 

“…저는 이런 직원 처음 봐요.”

 

 

 

 

“그럼 잘 간직하세요. 저는 유일무이하거든요.”

 

 

 

 

태산은 잠시 멈칫하더니,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진짜 좀 웃기네요.”

 

 

“그거… 지금 웃은 거 맞죠?”

 

 

“이건 인정할게요.”

 

 

“이런 거 메모해놔야 돼.”

 

 

여주는 폰을 켜며 중얼거렸다.

[태산 웃음 기록 2회 차]

 

 

며칠 후.

<온도>는 작지만 기특한 변화를 맞이한다.

 

 

김여주표 ‘브런치데이’ 첫 시행.

SNS 이벤트도 돌리고,

쿠폰도 만들고, 메뉴판도 바꿈.

 

 

손님이 평소보다 1.5배는 늘었다.

 

 

태산은 조용히 계산대를 정리하며 말했다.

“오늘 매출… 간만에 올라갔어요.”

 

 

“진짜요??”

 

 

“응. 아주 약간. 4만 원.”

 

 

“…와 진짜 눈물 나게 감동이다.”

 

 

 

 

“너무 감동하지 마요. 아직 백만 원 남았어요.”

 

 

“…하… 그놈의 백만 원…”

 

 

마감 후, 여주는 홀에 앉아 말없이 남은 커피를 마셨다.

태산도 옆에 앉았다.

조용한 음악, 조용한 밤, 조용한 사람들.

 

 

“사장님.”

 

 

“네.”

 

 

“우리… 망하지 않게 해봐요.”

 

 

“…저 지금 되게 힘든 시기인 거 아시죠?”

 

 

“네. 저도요. 인생에 이렇게 진지하게 뭔가 해본 적 처음이에요.”

 

 

태산은 가만히 여주의 머리를 봤다.

잔머리 하나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정리해주려다,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요. 망하지 맙시다.”

 

 

 

 

“오~ 사장님, 드디어 한 팀 된 느낌이네요?”

 

 

“그렇게 말하면 오글거려요.”

 

 

“그럼… 우린 뭐예요?”

 

 

“…적당히 함께 버티는 동지?”

 

 

여주는 피식 웃었다.

“좋아요. 저는 커피도, 사람도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태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오늘 커피는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했다.

 

 

-

 

 

에필로그

 

태산은 오늘의 매출을 정리하다가,

여주가 남긴 메모를 발견했다.

포스트잇에 삐뚤빼뚤한 글씨.

 

 

“커피는 혼자 내리지만, 마음은 같이 내리는 걸로!”

 

 

태산은 메모를 들여다보다,

잠깐. 진짜 잠깐. 웃었다.

그런 다음, 조용히 서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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