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카페인

6화.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퇴근 10분 전.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김여주는 유리창 너머로 보슬비를 보며 속으로 계산했다.

“우산 없음… 버스 정류장까지 뛰면 3분, 질척이는 신발, 머리 포기…”

 

 

고개를 돌리니 태산은 묵묵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 저 오늘 우산 안 가져왔는데요…”

 

 

“그렇군요.”

 

 

“…이럴 땐 보통 ‘어쩌죠’나 ‘제가 데려다 줄까요’

이런 대사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하나 사세요.”

 

 

“정말 사람이다, 그죠?”

 

 

“늘 그렇습니다.”

 

 

비는 점점 거세졌다.

여주는 출입문 앞에 서서 멍하니 바깥을 봤다.

태산은 여전히 바 뒤에서 뭔가 정리 중.

 

 

“흠… 비 피할 만한 상가도 없고…

버스까지 거리가 진짜 애매하고…”

 

 

그 순간—

“씁.”

뒤에서 들려온 작고 지친 숨소리.

 

 

“나와요.”

 

 

“네?”

 

 

 

 

“우산 있어요.”

 

 

여주가 뒤를 돌아보자,

태산이 투명한 장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툭’ 내민 얼굴.

표정 변화 없음. 감정선 거의 없음. 근데—

 

 

“…우산은 있었군요?”

 

 

“언제나 있죠.”

 

 

“…그걸 왜 이제야 주시죠?”

 

 

“지금 비가 더 많이 오니까요.”

 

 

둘은 조용히 카페를 나섰다.

우산 하나에, 사람 둘.

아주 작게 어깨가 닿았다.

 

 

 

 

김여주는 어색해서 일부러 농담을 걸었다.

“사장님, 우산 드는데 되게 어색하네요. 커피 들 때보다 못한데요?”

 

 

“커피는 혼자 들잖아요.”

 

 

“그니까요. 이건 저랑 같이 들어야 하니까 더 신경 쓰이는 거죠.”

 

 

“…그러네요.”

 

 

말투는 여전히 평평했지만,

태산의 손에 힘이 살짝 더 들어갔다.

우산은 여주 쪽으로 더 기울었다.

 

 

“…근데 사장님.”

 

 

“네.”

 

 

 

 

“왜 이렇게 열심히 카페 해요?”

 

 

태산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뭘요?”

 

 

“나한테 맞는 일.”

 

 

김여주는 그 말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맞는 일”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쓸쓸하게 들리지?

 

 

버스 정류장 도착.

여주가 손을 뻗어 우산을 받으려 하자,

 

 

태산은 살짝 우산을 뒤로 당겼다.

“버스 올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요.”

 

 

“왜요?”

 

 

 

 

“…그냥.”

 

 

“…저 감기 걸리는 거 걱정하는 건 아니죠?”

 

 

“그건 보건상 이유고요.

사실은 그냥… 오늘은 같이 있고 싶어서요.”

 

 

“...지금 약간 고백 같은데요?”

 

 

“아니에요. 그냥 말 실수예요.”

 

버스 불빛이 가까워졌다.

 

 

여주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일하는 거 싫지 않아요?”

 

 

“좋아해요.”

 

 

“네??????”

 

 

 

 

“아, 일 얘기예요. 같이 일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요.”

 

 

“…진짜 너무하네.”

 

 

“왜요.”

 

 

“진짜… 나쁜 건 아닌데, 뭐랄까.

매번 심장이 한 템포 늦게 움직이게 하는 그런 느낌?”

 

 

버스가 멈췄고, 여주는 올라탔다.

창밖으로 태산이 여전히 우산을 들고 서 있는 게 보였다.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이

이상하게…

오늘 커피보다 훨씬 따뜻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