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카페인

7화. 첫 브루잉, 우리 사이도

<온도>의 오전은 조용했다.

비는 그쳤고, 햇살이 들고, 바닥은 반짝였다.

 

 

하지만 김여주의 마음속은 여전히 뒤죽박죽.

 

 

“좋아해요.”

태산의 그 말.

 

 

 

 

물론 "일 얘기"라고 했지만.

그걸 굳이 말 실수라고 했지만.

여주는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태산은 바에서 진지하게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주가 다가가 묻는다.

“사장님. 오늘 뭔가…

분위기가 다르네요?”

 

 

“네. 오늘은 중요한 날입니다.”

 

 

“네? 무슨 날이죠? 월세 내는 날인가요

축하드려요.”

 

 

“아뇨. 오늘은 당신의 첫

브루잉 수업입니다.”

 

 

 

 

여주는 눈을 반짝였다.

“진짜요? 제가요? 커피요?

내릴 수 있어요?”

 

 

“가능하다고 했지,

잘할 거란 얘긴 안 했어요.”

 

 

“…이거 칭찬인 건가?”

 

 

“그냥 현실입니다.”

 

 

첫 브루잉, 개시.

태산이 조용히 드립포트와 필터,

원두를 꺼냈다.

 

 

“여기 원두요. 이건 브라질 베이스,

고소한 쪽.”

 

 

“아~ 아몬드향 도는 거?”

 

 

“…조금 아는데요?”

 

 

“제가요, 요즘 공부했거든요!

커피 유튜브도 보고!”

 

 

 

 

“유튜브가 다는 아니에요 ㅎ..”

 

 

“하지만 입문에는 좋아요.”

 

 

“…그건 맞죠.”

 

 

여주는 조심조심 물을 부었다.

물이 천천히 내려가며 커피향이 퍼졌다.

 

 

그리고 바 전체가…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찼다.

 

 

“오… 이거 제가 내린 거예요?”

 

 

“맞아요.”

 

 

“그럼 제가 만든 커피가

사장님 카페에 퍼진 거네요?”

 

 

“네. 책임지세요.”

 

 

“…그건 또 뭔 소리예요.”

 

 

태산은 한 잔을 따라 여주에게 줬다.

“맛보세요.”

 

 

 

 

여주는 두 손으로 잔을 들고,

천천히 마셨다.

 

 

입 안에 퍼지는 향.

“…와.”

 

 

“왜요?”

 

 

“진짜 내가 만든 거 맞아요?

왜 맛있죠?”

 

 

“운이 좋아서요.”

 

 

“…하…”

 

 

 

 

“근데 잘했어요.”

 

 

“…응? 방금 ‘잘했어요’라고 하셨어요?”

 

 

메모장

[태산의 첫 칭찬 기록: 1회]

 

 

둘은 그 커피를 사이에 두고

잠시 마주 앉았다.

 

 

조용했다. 따뜻했다. 묘하게 편했다.

 

 

여주가 슬쩍 물었다.

“사장님은… 왜 커피예요?”

 

 

“네?”

 

 

“왜 굳이, 이렇게 힘들게 카페 해요?”

 

 

태산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사람한테 말 안 해도

되는 게 좋아서요.”

 

 

“…”

 

 

“말 없어도 되는 일. 혼자 집중할 수 있는 거.

그런데 커피는… 결과로 다 말해주잖아요.”

 

 

여주는 그 말에 놀랐다.

무심한 줄만 알았던 태산의 말에서,

처음으로 혼자 버텨온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럼… 제가 좀 시끄럽겠네요?”

 

 

“네. 많이요.”

 

 

“…그래도 내린 커피는 맛있었죠?”

 

 

“네. 시끄럽게 잘 내렸어요.”

 

 

여주는 웃었고, 태산도 살짝 미소 지었다.

 

 

그 순간—

조용한 카페 안에,

처음으로 같은 리듬이 흐르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