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03분.
<온도>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커피 향이 천천히 스며들고,
여주는 음악에 맞춰 입모양으로 따라부르며
컵 닦는 중이었다.
“사장님, 이 노래 좋아하세요?”
“잘 모르겠어요.”
“헐, 진짜 감성 없음.”
“감성이 없는데
왜 카페 하냐고요?”
“아니요, 그냥. 좀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뭐라구요?”
“아무것도요.”
그런 농담 같은 평화가 11시 14분에 깨졌다.
문이 열리고, 손님 한 명이 들어섰다.
흰 티에 블랙 스커트, 단정하고 세련된 스타일.
근데 눈빛이,
‘나 이 공간 잘 안다’ 같았다.
여주는 밝게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태산… 있죠?”
"……네?
누구?"
태산은 바 뒤에서 얼굴을 들었다.
“어.”
그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낮았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여전하네, 분위기.”
여주는 컵을 닦던 손을 멈췄다.
어라. 잠깐만. 저 분위기 뭐야.
그 여자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라떼 한 잔.
아마 넌 여전히 무설탕일 거고?”
“…맞아.”
“변한 게 없네.”
……후.
여주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왜인지 컵이 너무 열받게 생겼다.
라떼를 만들며 태산은 조용했다.
여주는 옆에서 속으로 계속 말했다.
누군데. 누구냐고. 왜 저렇게 자연스러워.
왜 '태산'이라고 불러. 왜 라떼를 아냐고.
컵을 넘기며 여자가 말했다.
“여기, 나 있을 때보다 훨씬 따뜻해졌네.”
“그랬나.”
“그랬지. 네가 사람한테 별로 온기 안 줬잖아.”
“…지금은 달라.”
“오. 확실히. 그쪽 알바생 때문?”
여주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 나 들었어? 나 지금 언급됐어?
태산은 아무 대꾸 없이 다시 바를 정리했다.
여주는 진짜 도저히 못 참겠어서
아무 말이나 꺼냈다.
“사장님, 저 쓰레기 버릴게요.”
“응.”
“네. 쓰레기요. 저 지금 버려요.
지금. 쓰레기를요. 밖에요.”
밖으로 나간 여주는 화단 옆에서 허공에 외쳤다.
“아 진짜 뭐야아아아아아!!!”
질투? 나 진짜?
15분 뒤.
그 여자는 나갔다.
태산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여주는 복귀 후 일부러 말 걸지 않았다.
하지만.
태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네?”
“불편했죠?”
“…네.”
“미안.”
“사장님 전여친이에요?”
“…응.”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연락해요?”
“아니.”
“그분 되게 여유 있어 보이던데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럼 저는요? 어떤 사람이에요?”
태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산만하고, 시끄럽고, 눈치 없고… 근데 따뜻해요.”
“…어.”
“그래서… 같이 있고 싶어요.”
……무슨 말을 한 거지, 지금?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