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속의 너

1화. 프레임 너머에 있던 사람

서울예술고등학교 2학년 1반, 새 학기 첫날.

 

김여주는 조용히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낯선 공간, 익숙하지 않은 공기, 웅성거리는 소리들.

그 속에서 여주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어, 전학생이래.”

 

 

“사진과래. 조용해 보이던데?”

 

 

“카메라 들고 다니던 애 맞지?”

 

 

예술고 학생들의 시선은 예민하고 빠르다.

이름보다 먼저 들키는 건 기운이니까.

 

 

“자,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 왔어. 앞으로 잘 지내보자.”

 

 

담임의 말에 여주는 짧게 인사했다.

“김여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교실 안은 잠깐 고요해졌다.

말수 적고, 표정도 무심해 보이는 학생.

 

여주의 손엔 낡은 필름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어깨엔 스트랩 자국이 선명했다.

 

그런데 그녀가 앉은 자리.

 

창가에서 세 번째 줄.

 

 

그 앞자리엔, 단정한 뒷모습을 한 한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여주는 바로 며칠 전, 우연히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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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구석.

창틈으로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던 오후.

 

여주는 교무실에 서류를 내러 가던 길에

열려 있는 체육관 문 사이로 누군가를 보게 됐다.

 

펜싱복을 입은 남학생.

 

마스크를 벗는 찰나.

 

 

그 순간,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찰칵.

 

 

그의 얼굴이 정확히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햇빛은 등 뒤에서 쏟아졌고,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소년을 감쌌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사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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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 동방.

 

여주는 시험 삼아 찍어둔 필름을 인화 중이었다.

 

사진 한 장, 두 장…

 

그 순간의 실루엣이 종이 위에 떠올랐다.

 

그리고, 딱 한 장.

빛이 과하게 번져 있었다.

 

정확히, 펜싱복을 입은 소년의 주위만.

 

 

“…이건 뭐지.”

 

 

아무 조명도 없던 체육관이었다.

 

노출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빛샘이 생길 각도도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그 사진만,

그 애가 있는 부분에서 빛이 사방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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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교내 동아리 홍보주간. 펜싱부 시범 경기가 있는 날.

여주는 구경하러 간 것도, 누굴 기다린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장면’이 필요했을 뿐.

 

그런데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검을 쥔 채 움직이는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 그 애다.”

 

 

빛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여주는 숨을 죽이고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

그가 눈을 들었다.

 

정확히, 여주를 바라봤다.

아니, 여주가 들고 있는 렌즈를.

 

찰칵.

 

심장이 살짝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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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여주야, 이 사진 너가 찍은 거지?”

사진부 선배가 사진 한 장을 들고 찾아왔다.

 

 

“이거 포스터용으로 써도 돼? 미쳤어. 분위기 진짜 장난 아니다.”

 

 

“어떤 거요…?”

 

 

그녀가 받아든 사진.

펜싱복을 입은 남학생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컷.

 

마치 연출된 장면처럼 정확한 구도.

빛이 마치 후광처럼 배경을 감싸고 있었다.

 

 

“…써도 돼.”

 

 

그렇게 그 사진은 다음 날 학교 게시판에 붙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오후.

누군가 여주에게 다가왔다.

 

 

“너, 김여주 맞지?”

 

 

낮고 단정한 목소리.

포스터 속 인물.

 

그 애가, 사진 한 장을 들고 서 있었다.

 

 

“이거. 너가 찍은 거야?”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냥, 잘 나와서.”

 

 

“…근데, 허락은 받았어?”

 

 

무심하게 던져진 말.

그런데 이상하게, 상처처럼 박혔다.

 

여주는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조용히, 아주 또렷하게 말했다.

 

 

“그 순간을 찍은 거지, 너를 찍은 건 아냐.”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다 짧게 말했다.

 

“…그래도 다음엔, 말하고 찍어.”

그는 사진을 접어 가방에 넣고 그대로 돌아섰다.

 

그날 밤.

여주는 그 사진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정지된 프레임 속,

눈을 들고 있는 그의 얼굴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그때, 또 이상한 걸 발견했다.

사진 속 조도는 완벽했다.

 

그런데 그가 있는 곳만 이상하게 흐릿하게 번졌다.

빛이 번지는 것도 아니고, 초점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그 애가 있는 그 자리만,

이상하게… 감정처럼.

 

여주는 조용히 사진을 뒤집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처음으로 떠올렸다.

 

그 애는— 왜 자꾸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걸까.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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