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속의 너

3화. 셔터가 눌릴 때, 나는 멈췄다

축제 포스터 촬영 당일.

 

 

사진부실 한쪽엔 각 동아리 포스터 콘셉트가 붙어 있었고,
그 가운데 가장 크고 중심에 배치될 사진.
그걸 맡은 건 김여주였다.

 

 

메인 주제는 “움직임과 집중”,
모델은 펜싱부 에이스 전정국.
그리고 포토그래퍼는, 전학생 김여주.

 

 

“긴장되냐?”

사진부 부장이 농담처럼 물었지만,
여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찍으면 돼요.”

그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 아침부터 카메라 셔터감이 평소보다 낯설었다.

 

 

 

 

체육관 한쪽에 촬영 세팅이 완료됐다.
백라이트는 간접 조명으로 세팅했고,
자연광은 일부러 창가 커튼을 반쯤 열어둔 상태였다.

 

 

 


정국은 펜싱복을 입은 채, 땀도 흘리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등장했다.

사진 찍기엔, 솔직히 말도 안 되게 잘 생겼다.

 


카메라 테스트 샷을 찍자마자,
여주는 멍하니 LCD를 봤다.

 

 

너무 정적인데, 너무 눈이 간다.

그 애는 가만히 서 있었지만,
그 공간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전정국 씨, 왼쪽으로 반 발만 움직여주세요.”

 

 

정국은 아무 말 없이 움직였다.
무표정하지만, 대답 대신 동작으로 피드백하는 성격.

 

 

“그다음엔… 천천히 검을 들어보시고요.
동작은 정지된 느낌보단,
막 움직이려는 느낌이요.”

 

 

정국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찍으면서 움직이면 되죠?”

 

 

“…네?”

 

 

“셔터 속도 빠르면 되잖아요.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네가 결정하면 되니까.”

 

 

 

 

여주는 순간 말을 잃었다.

‘네가 결정하면 되니까.’

그 말이, 어쩐지 사진 얘기 같지 않았다.

 


정국은 그대로 위치를 잡고 여주를 바라봤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김여주는 더 이상 그 애를 바라본다는 기분이 아니었다.

관찰당하는 느낌.

 


프레임 너머에서 시선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애의 시선이 프레임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

 

 

"……준비됐어요."

 

 

정국은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손을 살짝 들고
검을 살짝 기울이고
몸을 반쯤 비튼 상태에서 여주 쪽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순간,
여주의 손가락이 셔터를 눌렀다.

 

 

찰칵.

 

 

정지된 공간에서,
단 한 사람만 움직였다.
정국이었다.

 

 

 

 

한 장, 두 장,
사진이 쌓일수록 여주는 묘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셔터 소리는 들리는데,
감정은 자꾸 그 밖으로 튕겨나갔다.

 

 

카메라 너머에서 눈을 마주칠 때마다,
정국은 아주 사소하게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든가,
왼쪽 어깨가 힘을 빼듯 내려간다든가.

 

 

그건 마치 —
여주가 어떤 표정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됐어요.”

카메라를 내렸을 때,
정국은 조용히 걸어와 물병을 집었다.

 

 

“찍을만했어?”

여주는 대답을 고민하다가,
굳이 진심을 감추지 않았다.

 

 

“네.
너무 잘 나왔어요.
문제는… 제가 너무 많이 찍었네요.”

 

 

 

 

정국이 물을 마시다 웃었다.

“좋은 거 아냐?
카메라 셔터가 자꾸 눌리는 거면.”

 

 

“아니요.
셔터가 자꾸 눌리는 건,
초점이 자꾸 흔들린다는 뜻이에요.”

 

 

“…흔들렸어?”

 

 

여주는 그 말에 눈을 피하지 않았다.

“…조금.”

 

 

정국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아주 가볍게 말했다.

 

 

“…그럼 괜찮네.
나도, 오늘 좀 흔들렸거든.”

 

 

 


그날 밤,
여주는 인화된 사진들을 펼쳐놓고 조용히 정국을 바라봤다.

 

 

사진 속 그 애는 움직이고 있었다.
가만히 있었는데도,
프레임 너머로 자꾸 다가왔다.

 

 

다음 주,
여주는 축제 행사 스태프로 펜싱부 무대를 찍게 된다.

 

 

정국은 말한다.
"이번엔 무대 위에서, 네가 날 찍어."

 

 

여주는 모른 척하지만,
사실 그 순간을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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