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속의 너

4화. 프레임 밖에서 너를 봤다

축제 당일 아침.

학교는 들뜬 공기와 분주한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각 동아리 부스는 꾸미기 한창이고, 교복 대신 단체 티셔츠가 교정을 메웠다.

 

 

사진부는 행사 전부터 ‘기록’ 담당으로 배정돼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맡기로 했다.

 

 

김여주는 오늘 ‘무대 파트’ 전담이었다.

주로 공연 동아리, 체육 예술 퍼포먼스를 촬영하는 자리.

 

 

펜싱부는 이번 축제의 메인 무대였다.

 

 

"펜싱 퍼포먼스를 해?"

"야 전정국 나온대!"

 

 

학생들 반응도 컸다.

단순 시범이 아니라, 무대 조명과 음악을 곁들인 퍼포먼스.

 

 

그리고 여주는

그 무대 위 정국을 찍게 됐다.

 

 

행사 시작 10분 전.

여주는 무대 정면 아래, 카메라를 고정 삼각대에 세팅 중이었다.

 

 

 

 

렌즈를 교체하고 초점을 맞추는데,

무대 뒤쪽에서 하얀 펜싱복을 입은 정국이 등장했다.

 

 

여주는 그 순간을 목격했다.

빛이 무대 조명을 타고 흘러내려

정국의 어깨 위에 멈추는 장면.

 

 

아,

또 그렇다.

 

 

그 애는

렌즈를 들기도 전에 이미 중심에 서 있다.

 

 

 

 

정국은 무대로 걸어나오며 여주 쪽을 바라봤다.

멀리 있었지만,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관중석은 떠들썩했지만,

둘 사이에는 묘하게 고요한 공기만 흐르고 있었다.

 

 

음악이 시작되자,

정국의 몸이 움직였다.

 

 

펜싱은 조용한 스포츠다.

소리보다는 호흡,

움직임보다는 멈춤이 더 인상적인 종목.

 

 

그런데 무대 위 정국은 달랐다.

빠르게 휘도는 검, 리듬을 타는 발놀림,

 

 

그리고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여주 쪽을 바라보는 시선.

 

 

 

 

여주는 셔터를 눌렀다.

움직임을 담기엔 빠른 셔터 속도,

감정을 담기엔 적당한 거리.

 

 

찰칵, 찰칵.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다가

정국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여주 쪽을 정확히 향했을 때—

찰칵.

 

 

그 순간,

여주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켰다.

 

 

그 애는,

지금 수백 명의 관중 앞에서

여주 혼자만 보고 있었다.

 

 

“사진 찍는 재미 붙였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편.

여주는 카메라를 정리하다

느닷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정국이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 아직 열기가 남은 숨소리.

 

 

그는 생수 한 병을 열며 말했다.

“계속 날 찍더라.

이젠 좀… 많이 담는 것 같던데.”

 

 

여주는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일이니까요.”

 

 

 

 

정국은 피식 웃었다.

“그럼,

내가 널 보면 그건 일 아닌가?”

 

 

“…….”

 

 

“나는 무대 위에서

너만 보고 있었는데.”

 

 

여주는 가만히 시선을 내렸다.

정국은 더 이상 장난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대 위에 서 있었고,

여주는 그 무대 아래에서 그를 찍었다.

 

 

그리고

그 눈빛은, 누구보다 정확히 여주를 겨누고 있었다.

 

 

 

그날 밤.

여주는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며

정국이 무대 위에서 여주를 바라보는 장면을 천천히 확인했다.

 

 

수백 명 속에서,

딱 한 사람만 보는 시선.

 

 

사진은 정지된 이미지인데,

그 안엔 이상하게 말이 너무 많았다.

 

 

 

다음 주,

사진부는 베스트 컷을 골라

각 동아리별 전시를 하기로 했다.

 

 

 

 

정국이 여주에게 조용히 말한다.

“그 무대 사진, 전시해도 돼?”

 

 

여주가 묻는다.

“왜요?”

 

 

정국의 대답은 짧았다.

“…그 사진,

나 아니고 너 찍은 거 같아서.”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