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속의 너

5화. 누군가의 시선이, 우리를 찍고 있었다

“다들 준비됐지? 사진전 내일부터다.”

사진부 부장의 목소리는 설렘보다 긴장이 섞여 있었다.

 

 

교내 축제 사진 전시는 매년 큰 관심을 받는 행사.

각 동아리별 하이라이트 컷을 정리해 벽면에 전시하고,

가장 반응 좋은 사진은 졸업 앨범 페이지에 들어간다.

 

 

김여주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고민 중이었다.

 

 

정국 무대 사진을 걸 것인가.

분명히 그 사진은 잘 나왔다.

조명, 구도, 타이밍, 다 완벽했다.

 

 

하지만 너무— 완벽했다.

그 속에 담긴 감정까지.

 

 

여주는 사진 속 정국을 보고 있었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

백라이트를 등지고 여주 쪽을 바라보는 장면.

 

 

그건 셔터를 누른 여주도 순간 주저할 만큼

직설적이고, 단단한 시선이었다.

 

 

 

 

“…걸까.”

사진을 제출하고 나면, 그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니까.

 

 

 

 

 

전시 당일.

사진은 교내 복도 벽면을 따라 길게 붙었다.

 

 

동아리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고,

학생들은 각자 관심 있는 쪽에서 모여 웅성거렸다.

 

 

펜싱부 구역.

중앙엔 정국의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붙어 있었다.

김여주는 뒤에서 그걸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장면.

무대 위 정국이, 관객석 아래 여주를 바라보던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말했다.

 

 

“와… 이거 진짜 멋있다.”

 

 

“근데… 표정 뭐야? 누구 보고 있는 거야?”

 

 

“너무 정면이라서 좀 무섭지 않냐?”

 

 

“아니, 무서운 게 아니라… 뭔가, 한 사람만 보는 느낌.”

 

 

 

 

여주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사진은 원래 그랬다.

그 애는 원래, 한 사람만 보고 있었다.

 

 

“사진 누가 찍은 거야?”

 

 

“김여주. 전학생이래.”

 

 

“아— 저기 저 애?”

 

 

여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익숙한 상황.

 

 

사진 속에서 감정이 노출될 땐,

그 감정을 만든 사람도 따라 노출된다.

그리고 그걸 느끼는 또 다른 시선 하나.

 

 

 

 

“이 사진, 나도 봐도 돼?”

누군가 여주 옆에 섰다.

 

 

같은 반, 디자인과 권지후.

부드러운 눈매, 말수가 적은 편.

하지만 여주는 이 아이가 섬세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응.”

 

 

지후는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말없이,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거, 정국이가 널 보고 있는 거 맞지?”

 

 

여주는 멈칫했다.

 

 

지후는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사진은 잘 속여도,

눈빛은 잘 못 숨기더라.”

 

 

 

 

그날 오후.

사진전 한쪽을 돌다가, 정국이 그 사진 앞에 멈췄다.

 

 

 

 

팔짱을 끼고, 조용히 서서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았다.

 

 

여주가 다가오자 정국은 말했다.

“…왜 이 사진 걸었어?”

 

 

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필요 없었으니까.

정국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널 보고 있는 거,

사진 보니까 더 확실해졌어.”

 

 

정국은 눈을 여주에게 맞췄다.

그 시선이 너무 익숙해서,

여주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

 

 

 

 

“…사진 속 시선이 너한테만 갔다는 걸,

다른 애들도 알아채더라.”

 

 

“…그래서요.”

 

 

“나,

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뭐가요?”

 

 

정국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말했다.

“너를,

나 말고도 찍는 애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

 

 

 

 

며칠 후.

사진부 회의 중.

 

 

부장이 말했다.

“내년에 새 프로젝트 하나 할 건데,

1:1 협업 촬영이야.

한 명의 모델, 한 명의 포토그래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진부 문이 열리고 누가 고개를 내밀었다.

 

 

“저,

그 모델 지원해도 돼요?”

 

 

전정국이었다.

훈련복 차림으로 땀에 젖은 채.

 

 

 

 

“조건은 잘 모르겠는데…

내 파트너는 김여주였으면 좋겠어요.”

 

 

다음 화에 계속 >>>>>